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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전,란' 후기, 정여립·조선왕조실록 어디까지 실화?
군더더기가 없었다. 넷플릭스 영화 전,란을 보면서 2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몰랐다. 그만큼 몰입감이 높았다는 의미다. 알려졌다시피 영화 전,란은 박찬욱 감독이 각본과 제작으로만 참여했을 뿐, 연출은 김상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그의 첫 장편 영화 연출인 만큼 큰 기대를 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기존 작품과 다른 연출력이 나왔다. 배우 박정민도 인정했다. 영화 전,란은 1592년 임진왜란 전후 상황을 담은 작품이다. 선조(차승원)는 양반과 노비가 같다는 정여립의 대동계를 즉시 탄압한 가운데, 왜군이 밀려오자 결국 백성을 버리고 피난길에 오른다. 이런 가운데 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은 신분을 뛰어넘은 우정을 나누다, 결국 적으로 만나게 된다. 알다시피 선조의 기행을 다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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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경성크리처2, 시즌1보다 나은 이유 '셋'
확 달라졌다. 형보다 나은 아우 없다는 말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더 나아졌다. 넷플릭스 경성크리처 시즌2(이하 경성크리처2)를 두고 하는 말이다. 워낙 경성크리처1의 혹평이 심해 경성크리처2의 모습이 어떻게 나올지 걱정스러웠지만, 속도감 있는 편집, 화려한 액션 등을 통해 전작과 다른 모습으로 돌아왔다. 넷플릭스 경성크리처2는 1945년 경성 옹성병원에서 일본군에 의해 진행된 인체 실험을 2024년 서울에서도 이어지는 설정을 담고 있다. 가토(최영준) 중좌와 마에다(수현)가 남긴 전승제약을 통해 비밀리에 실험이 지속되고 이 실험을 이어가는 쿠로코 대장(이무생), 승조(배현성)라는 인물이 새롭게 등장한다. 여기에 경성크리처1에서 합을 맞춘 장호재(박서준)와 윤채옥(한소희)이 다시 나오면서 이들의 사랑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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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구치 켄타로만 보인 영화 너와 100번째 사랑
내게 있어 공포와 멜로 장르는 친숙하지 않다. 그래서 인지 그동안 올린 영화 리뷰도 이 두 장르 만큼은 유독 적다. 하지만 이유는 다르다. 피가 난무하는 공포는 의도적으로 기피하지만, 멜로는 유독 기회가 없었을 뿐이었다. 이 와중에 쿠팡플레이 시리즈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이 공개를 앞두면서 배우 사카구치 켄타로가 내한했다. 그동안 사카구치 켄타로에 대해 전혀 모르다가 배우에 대해 알아야둬야 하는 부분이 있어 촬영한 작품을 둘러보게 됐다. 영화 너와 100번째 사랑(The 100th love with you)이 그 중 하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묘했다. 영화 이야기에 감동받은 것도, 츠키카와 쇼 감독의 연출력에 놀란 것도 아니었다. 오롯이 배우 한 사람만 기억이 났다. 사카구치 켄타로다. 영화 너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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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댓글부대, 여론조작에 당한 기자? 커뮤니티 허와 실
영화 댓글부대는 사실 개봉 전부터 관심을 두고 있었다. 기자 출신의 작가가 쓴 소설을 원작으로 해서다. 소설을 집필한 장강명 작가는 제주4.3평화문학상을 받았고, 작품은 2015년 연극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시간이 맞지 않아 영화관을 가지 못했다. 다행히 넷플릭스에서 영화 댓글부대가 공개돼 바쁜 일상에도 서둘러 봤다. 사실 영화 댓글부대의 내용은 지난 국가정보원·국방부 여론조작 사건을 집중 조명하는 얘기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영화는 당시의 사건을 다루기보다는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여론조작'에 더 무게를 뒀다. 임상진(손석구)은 국내 최대 기업인 만전 기업을 취재하다 몰락한 인물이다. 진실에 다가가다 낸 기사는 오보로 몰리며 한순간에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꼬리표를 붙게 된다. 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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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해석…'쿵'이란?
넷플릭스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Frog)를 보고 있으면 한 문구가 매회 나온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커다란 나무가 쓰러졌다/ 쿵/ 소리가 났겠는가/안 났겠는가/ 모호한 표현이다. '아무도 없는 숲속'이라는 전제를 달아서다. 이 때문에 아무도 없는 숲속이기에 '쿵'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해석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당연히 커다란 나무가 쓰러졌기에 '쿵'소리가 난다고 말하는 이도 나온다. 과연 어떤 내용일까. 넷플릭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수상한 손님의 방문으로 무너져가는 보통 사람들의 삶을 조명한다. 원치 않은 사건에 휘말린 모텔 사장인 구상준(윤계상)과 펜션 사장인 전영하(김윤석)의 사건이 동시에 진행되고, 이 사건을 처리하는 윤보민(하윤경, 이정은)이 등장하면서 얘기가 진행된다. 여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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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더 킬러 후기, 단 한 발의 인생
가끔 영화를 고를 때 작품 내용보다 누가 연출했는지가 우선일 때가 있다. 영화 세븐, 파이트 클럽, 나를 찾아줘 등 숱한 명작들을 연출한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라면 더더욱. 넷플릭스 영화 더 킬러(The Killer)는 데이비드 핀처의 12번째 장편 영화다. 작품은 단 한 번의 실수로 위기에 몰린 한 냉철한 킬러의 삶을 다뤘다. 자신을 철저히 통제하는 킬러(마이클 패스벤더)를 보며 그가 이 바닥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고스란히 드러난다. 물론 넷플릭스 영화 더 킬러의 내용은 그동안 작품으로 나왔던 킬러 영화와 크게 다를 게 없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이전 작품과 달리 해석이 필요하거나, 영화 막판 깜짝 놀라게 하는 반전도 존재하지 않다. 전체적으로 단순해보이지만, 이 영화를 연출한 게 누구인가. 완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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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해석, 조지 밀러의 명작 무슨 말이 필요할까
일전에 조지 밀러 감독의 영화 매드맥스 시리즈를 언급하면서, '몰입도의 끝판왕'이라고 표현한 게 생각이 난다. 그만큼 가죽자켓에 집착하는 맥스를 보며 한동안 매드맥스의 세계관에 헤어나오지 못할 정도였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그야말로 디스토피아적인 이 세계관을 구현하기란 사실상 어려운 일. 그런 끝판왕을 넘는 명작이 지난 2015년에 나왔으니 바로 영화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매드맥스 4)다. 영화는 전작과 완전히 다른 세계관을 보여준 것은 물론, CG도 없는 그야말로 날 것의 액션을 보여주며 무려 30년 만에 맥스의 시리즈를 잇는 데 성공한다. 2020.11.24 - [영화산책/벌써 끝? 킬링타임 영화] -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조지 밀러는 해냈다 그런 조지 밀러 감독의 매드맥스 시리즈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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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디스트릭트 9 해석, 우리가 '외계인'
2009년에 개봉한 영화 디스트릭트 9(District 9)을 처음 접한 건 2012년도 쯤이었던 거 같다. 당시 지인이 적극 추천해 영화를 알게 됐고, 1년 정도 뒤에서야 마침내 보게 됐다. 장기간 망설인 이유는 영화적 편식에 있었다. 한 때 영화 디스트릭트 9 소개가 코미디 장르로 분류됐던데다가, 갑자기 지구로 왔다는 외계인의 소재는 자연스레 영화 맨인블랙을 패러디한 영화 맨인화이트를 떠올리게 했다. 말 그대로 B급영화로 생각했다는 말이다. 이런 선입견을 가지고 영화 디스트릭트 9을 바라보니 처음에는 색안경을 쓰고 본 것도 사실. 더욱이 외계인 수용구역의 소재는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았고, 수용구역을 담당하는 책임자가 외계인으로 변하는 과정 또한 타 영화에서도 접한 흔한 전개 방식이기도 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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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전,란' 후기, 정여립·조선왕조실록 어디까지 실화? 2024.10.19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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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구치 켄타로만 보인 영화 너와 100번째 사랑 2024.09.17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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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얼어버린 시간 속에서 실화, 그린란드에 대하여 2024.02.20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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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트라이앵글 해석, 지독한 굴레의 반전 2024.01.1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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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 해석, 돈 앞에 무너진 사람들 2024.03.22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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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애니메이션 벼랑위의 포뇨 해석, 정말 사후 세계 의미할까 2022.03.16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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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울의 아들, 해석 및 인물의 심리 2020.11.12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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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괴물 해석, 누가 괴물인가 2023.12.13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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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안해요 리키(Sorry We Missed You), 가난의 굴레에 대하여
가난의 굴레는 끝이 없었다. 영화 미안해요 리키(Sorry We Missed You, 2019)는 신자유주의 속 이어지는 '빈곤'을 꼬집었다. 노동자가 매일 12시간 넘게 일을 하는데도, 가난을 벗어나는 못하는 우리의 현실을 보여준 것이다. 한 가정의 아빠인 리키 터너(크리스 히친)는 일용직을 전전하다 택배 기사로 새 삶을 시작하려 한다. 빚을 갚고 하루 빨리 집을 사겠다는 이유에서다. 조건은 특수고용직. 자영업자로서 회사와 계약을 맺는 또 다른 근로자다. 흔히 회사에 월급을 받는 게 아닌, 자신의 능력이 닿은만큼 돈을 벌어야 하는 노동자다. 그렇다고 이들이 사장이라고 불리지 않는다. 복장부터 차량 사용까지 철저히 회사의 관리를 받는다. 법적으로 개인 사업자를 낼 수 있도록 자본주의 속 태어난 또 다른 ..
2021.08.10 16:17 -
영화 어쩌다 암살 클럽, 킬러가 된 장애인
그야말로 발칙한 상상이다. 영화 어쩌다 암살 클럽(Kills on Wheels)은 킬러가 된 장애인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화재 진압 도중 하반신 마비가 된 소방관 루퍼소브(사볼치 투록지). 그는 한 복지센터에서 졸리(졸탄 페니베시)와 바르바(아담 페케테)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졸리와 바르바는 만화가를 꿈꾸는 순수한 청년이지만, 이들의 상태는 일반인과 다르다. 졸리는 하반신 마비를 앓고 있고 바르바는 지체장애를 앓고 있기 때문. 루퍼소브의 등장은 이들의 달라진 일상을 암시하게 된다. 수중에 돈이 필요하던 루퍼소브는 돈을 벌기 위해 청부살인업에 뛰어든다. 우연히 로퍼소브와 함께 하던 졸리와 바르바 또한 새로운 세계에 휘말리게 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영화는 독특하게도 만화스토리와 함께 진행되는..
2021.08.01 19:54 -
영화 마스터(The Master), 누가 마스터였나
영화 마스터(The Master)를 접하게 된 것은 많은 영화 평론가들의 호평때문이었다. 이른바 이름만 대면 다 알만한 평론가들이 영화 마스터만큼은 후하게 평점을 내렸다. 그래서 기대됐다. 이 영화는 대체 무엇인가라면서. 영화 마스터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일상으로 돌아간 프레디 퀠(호아킨 피닉스)의 삶을 담았다. 프레디는 자신이 제조한 술에 의존하며 살아갈 정도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날 정박해 있던 한 배에 들어가게 되고 프레디는 랭케스터(필립 세이모어 호프만)를 만나게 된다. 랭케스터는 인간의 심리를 연구하는 ‘코즈’ 연합회를 이끌고 있는 이른바 '마스터'다. 그는 프레디를 상대로 실험을 하고 친구이자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프레디는 랭케스터를 완벽한 인간으로 생각한다. 랭케..
2021.02.21 01:13 -
영화 캐롤(Carol), 눈빛 그리고 진실된 사랑
눈빛에서 눈빛으로 끝난 영화. 캐롤이다. 영화 캐롤의 시대 배경은 1950년대 뉴욕이다. 백화점 직원인 테레즈(루니 마라)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고객인 캐롤(케이트 블랏쳇)과 마주치게 된다. 테레즈는 캐롤을 한눈에 보자마자 알 수 없는 감정에 이끌린다. 그것은 캐롤 역시 마찬가지. 사랑이다. 이들은 서서히 서로를 알아가며 사랑의 불씨를 키운다. 불꽃처럼 활활 타오르는 사랑이 아닌 잔잔한 파도를 연상케 하는 이들의 관계를 보고 있다 보면 한편의 클래식 음악을 듣는 듯 하다. 조용하면서도 거친 이들의 감정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터널을 지난 뒤 부드럽게 울리는 차 안의 노래를 통해 이들의 관계는 캐롤의 빨간 손톱처럼 점차 뚜렷해진다. 뿐만 아니라 배우 케이트 블랏쳇의 심도 있..
2021.01.29 19:07 -
영화 런(RUN), 기막힌 반전
영화 런(RUN)을 보기 전부터 궁금했다. 관객들의 평점도 평점이지만, 눈길을 끈 것은 다름아닌 감독이었다. 아니쉬 차간티 감독은 영화 서치를 연출한 인물로 당시 혜성 같이 등장, 일약 '천재 감독'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나 또한 영화 서치를 보면서 조던 필 감독, 데이미언 셔젤을 연상케 할 정도로 연출력에 큰 인상을 받았던 터라, 이번 영화 런을 자연스레 기대하게 됐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휴대폰 조차 터지지 않은 집에서 엄마 다애인(사라 폴슨)과 딸 클로이(키에라 앨런)의 눈치싸움은 몰입에 몰입을 더한다. 더욱이 클로이의 성장 과정과 그 속에 숨겨진 비밀들을 보고 있다 보면, 90분의 시간이 금세 지나간다. 이뿐만이랴. 영화 런은 단순히 스릴러에 그치지 않는다. 자칫 한정된 공간에서 광적인 집..
2021.01.09 23:16 -
영화 더 플랫폼(The Platform) 해석, 계급의 고착화
본성과 이성의 경계 사이. 영화 더 플랫폼(The Platform)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하루 한 번 일정한 시간 안에 윗층부터 내려오는 음식을 먹는다는 소재는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더욱이 같은 층에 2명 만이 머물 수 있는데다 30일마다 층과 짝이 무작위로 바뀌는 설정은 자유를 박탈당한 이들을 떠올리며 흡사 수직 감옥을 연상케 한다. 이렇듯 영화 더 플랫폼의 극한 환경은 사람을 절망으로 몰고간다. 굶주림으로 인해 이성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본성이 툭 튀어 나오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영화 결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플랫폼 안에 들어간 고렝(이반 마사구에)은 지극히 평범한 인물이다. 6개월의 시간을 보내면 학위를 주겠다는 말에 플랫폼 안으로 스스로 들어간다. 금연을 하고 책을 읽고 ..
2020.11.22 22:32 -
영화 히든 해석, 피해자를 바라보는 가해자의 불편한 시선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고정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오프닝 장면도 놀라운데다가, 영화적 메시지까지 풀어내는 과정도 소름이 돋았다. 미카엘 하네케 감독이 연출한 영화 히든(Hidden)은 한 지식인의 뒤틀린 피해의식을 통해 수면 아래 깔려있는 사회 문제를 들춰냈다. 영화 히든은 초반부터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어느날 남 부럽지 않게 사는 TV 문학 토론 프로그램 진행자인 조르주(다니엘 오떼유) 집 앞으로 배송된 정체물명의 비디오테이프. 이로 인해 조르주의 일상은 송두리째 흔들린다. 이들의 평범한 일상이 담긴 한 카메라의 시선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두려움을 만들어내서다. 연이어 보내진 의미를 알 수 없는 비디오테이프와 괴상한 그림들은 조르주의 아내 안느(줄리엣 비노쉬)의 심리마저도 불안하게 한다. 이들 부부는..
2022.11.26 22:03 -
영화 브이 포 벤데타 해석, 저항의 상징이 된 '가이 포크스'
위쇼스키 형제가 각색한 영화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가 16년 만에 다시 스크린에 올랐다. 지난 11월 2일 메가박스 상영관에 재개봉된 이 영화는 다시금 '가이 포크스' 가면을 상기시키며 눈길을 끌었다. 가이 포크스는 1605년 11월 5일 영국 의회를 폭발시키려다 붙잡혀 처형된 실존 인물이다. 당시 영국 왕실은 가이 포크스의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고 이를 막은 것을 기리는 행사까지 열며 기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이 포크스는 혁명과 저항, 무정부주의(아나키즘)의 대표 인물로 변하게 된다. 실제 온라인에서 익명으로 활동하는 해커집단 어나니머스(Anonymous)에도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는 원작 만화 그대로 제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후인 2040년의 ..
2022.11.15 22:43 -
영화 비바리움 해석, '집'이라는 공포
영화 비바리움(Vivarium)을 봤을 때 한 가지 떠오른 것이 있었다. 바로 사육하는 공간인 '비바리움'이다. 관찰이나 연구를 목적으로 동·식물을 가두는 이 공간은 특정 생물이 살아갈 수 있도록 작은 생태계를 꾸미는 이른바 '사육장'이다. 최근 온라인에서도 인기를 끌며 유행붐이 일고 있기도 하다. 영화 비바리움에서 이 작은 사육장이 떠올랐다. 집을 찾고 있는 젬마(이머진 푸츠)와 톰(제시 아이젠버그)은 인근 공인중개소를 가게 되고, 그곳에서 수상한 공인중개사 마틴(조나단 아리스)을 만나게 된다. 마틴은 마침 좋은 집이 있다고 설명한 뒤, 이들을 주택단지 마을 '욘더'를 보여준다. '욘더'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넓은 장소에 사람 하나 보이지 않고, 똑같은 모양의 주택들이 즐비하다. 심지어 구름 형태 ..
2022.11.05 14:33 -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해석, '원'의 세계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스포일러 있습니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를 처음 접했던 건 기사였다. 영화팬들 사이에서 소소한 관심이 입소문으로 이어졌고, 상영관 수가 점차 늘어난다는 내용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별 관심이 없었다. 배우 양자경의 복귀도 시선을 끌게 하지 않았다. 그러던 가까운 이가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추천했다. 예고편부터 보라는 거였다. 처음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예고편을 봤을 때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간만에 영화다운 미장센이 펼쳐져서다. 무질서 속 질서를 경험하는 장면을 바라보며 금세 영화에 몰입하게 했다. 영화는 평범한 일상을 조명하면서도, 독특한 세..
2022.10.20 22:01 -
영화 삶은 기적이다(Zivot je cudo), 당신의 삶도 기적이다
영화 삶은 기적이다(Zivot je cudo)를 처음 접한 순간, 낯설게 다가온다. 화려한 CG도 유명한 배우도 없을 뿐더러 또 다른 문화의 풍자와 해학은 더더욱 다가가기에 어렵다. 영화적인 매력이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상하게도 영화를 끝까지 보게 된다. 그렇게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걸 마주하면서, 영화의 잔상은 오랫동안 머릿 속에 맴돌게 된다. 많은 풍자와 해학이 담긴 작품요소 영화 삶은 기적이다 내용은 이렇다. 어느날 조용한 시골 마을에 곰이 사람을 습격한다. 우체부 볠료가 마을을 관리하는 이들에게 찾아가 이 사실을 알리지만, 마을 사람들은 모두 음주가무에 빠져있다. 우여곡절 끝에 곰을 잡으러 나가는 사람들. 하지만 그곳에서 관리하는 이가 암살을 당하고 만다. 그런데도 영화의 분위기는 무..
2020.03.08 13:09 -
영화 헤어질 결심 해석, 산과 바다 그리고 새와 물고기
※영화 헤어질 결심, 스포일러있습니다. 새로운 작품이 나오면 늘 기대하면서 보는 감독이 있다. 박찬욱 감독도 그 중 한 명이다. 영화 헤어질 결심이 공개되었을 때도 마치 당연한 의무인 것 처럼 일정을 비웠다. 굳건한 팬심이다. 무엇보다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이 직접 고른 제목이라고 하지만, 이전 작품과는 달리 확 와 닿지 않았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대체 이 작품은 무엇인지. 영화 헤어질 결심은 한 남자의 변사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형사 해준(박해일)은 숨진 남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유력한 용의자로 올려놓고 수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수사를 진행할 수록 서래를 향한 해준의 감정선이 미묘하게 흔들린다. 경찰이라는 신분으로서 완벽한 해준이지만, 어찌된 이유에선지 서래 앞에서 만큼은 다른 감정을 느끼..
2022.07.11 18:42 -
영화 걸어도 걸어도, 가족이란
폭풍전야. 영화 걸어도 걸어도(Still Walking , 2008)를 보며 떠올린 감정이다. 보기에는 소소한 대화를 하는 한 가족의 일상을 담은 것 같지만, 수면 아래에 깔려 있는 이들의 사연은 실로 무겁다. 영화 걸어도 걸어도는 10년 전 사고로 죽은 장남 준페이의 기일에 모인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당시 바다에 놀러 간 준페이가 물에 빠진 요시오를 구하다 그만 변을 당했고, 그로부터 이들 가족들은 매년 여름 고향집에 모인다. 자칫 무거운 소재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잔잔하고 평화로운 장면으로 승화했다. 이 때문에 평범한 일상 속 장면인데도, 어디선가 진한 슬픔이 배어 있다. 모처럼 고향을 찾은 가족의 모습에는 쓸쓸한 분위기가 어른댄다. 밝아 보이지만, 정작 밝지 않은 묘한 감정선..
2022.06.06 21:23 -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사람으로 산다는 건
개가 아닌 사람입니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I, Daniel Blake)에서 다니엘 블레이크가 이 말을 내뱉었을 때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다. 한 평생 목수일만 해왔던 병든 노동자의 복받친 감정이 보는 이에게까지 고스란히 다가와서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심장 지병을 앓은 목수 블레이크가 질병 수당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돌아다니는 이야기를 담았다. 블레이크는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 준법정신을 지키며 살아가는 또 한 명의 선량한 시민이다. 그런 블레이크가 막상 법적인 테두리에 보호를 받으려고 했을 때, 현실의 높은 벽을 실감하게 된다. '온라인 신청'이라는 현실적 벽과 융통성 없는 '관료주의적인 절차'로 인해서다. 목수일만 해온 그였기에 자연스레 온라인 절차는 그에게 있어 미..
2022.04.04 17:57 -
영화 그을린 사랑(incendies) 삶은 비극이다
영화 그을린 사랑(incendies)을 보고 있자면 이 영화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된다. 그렇게 생각은 깊어지고 이 영화의 결말을 접하게 되는 순간, 이전의 고민들이 덧없음으로 다가오게 된다. 강렬한 결말은 보는 이로 하여금 한없이 작고 여리게 만들어서다. 엄마의 사랑 어느 날 엄마인 나왈 마르완이 갑자기 말을 하지 못한다. 나왈은 그저 멍하니 눈만 뜨며 시간을 보낸다. 그런 그의 옆에 한 장의 유서가 놓여있다. 유서를 확인한 나왈의 자식들은 얇은 편지지 위에 담겨진 무거운 진실을 확인하게 된다. 형제가 더 있다 영화 그을린 사랑의 이야기 틀은 태어난 핏덩어리를 버려야만 했던 한 엄마가 자신의 아이를 찾기 위해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과거 모습을 담고 있다. 참혹한 내전으로 아이를 찾지 못한 ..
2020.03.02 22:13 -
영화 조디악, BBC가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영화
'BBC가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영화'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영화 조디악(Zodiac)에 대한 평이다. 2007년에 모습을 드러낸 영화 조디악은 지금까지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는 작품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기본에 충실한 핀처 감독의 연출력은 물론, 배우들의 명연기가 영화의 몰입을 도와서다. 영화 조디악은 실제 미국의 연쇄살인마 '조디악 킬러'에 대한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조디악은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는 내용의 자필 편지를 언론사에 보내는 기행까지 보이면서, 1960년대 말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을 공포로 몰아넣는다. 경찰은 당시 대대적으로 수사를 펼쳤다. 기자들까지 나서며 조디악의 정체를 밝히려 했지만, 조디악은 끝내 잡히지 않았다. 유력 용의자는 있었다. 하지만 핵심 증거는 나오지 않았고 DNA검사 또..
2022.03.06 18:02 -
넷플릭스 영화 돈룩업, 풍자된 정치, 언론 그리고 대중
유쾌하면서도 섬뜩하다. 넷플릭스 영화 돈룩업(Don't Look Up)을 보며 든 생각이다. 혜성이 지구에 충돌하는 설정은 매우 흔한 소재라, 영화를 보기 전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을 신랄하게 풍자하는 아담 맥케이 감독의 손이 닿자 영화는 달라졌다. 영화 돈룩업은 천문학과 대학원생인 케이트 디바이아스키(제니퍼 로렌스)가 한 혜성을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디바이아스키는 담당 교수인 랜들 민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박사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이들은 혜성의 궤도를 추적해 보니 지구와 충돌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를 당장 NASA에 알린 민디 박사는 백악관에서 올리언 대통령(메릴 스트립)까지 만나게 된다. 하지만 올리언은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이유로 이 사실을 당분간 지켜보자고 한다. 인류..
2022.02.27 15:14 -
영화 더 파더, 치매를 앓는 삶에 대하여
명배우의 명연기. 영화 더 파더(The Father)를 보며 떠오른 생각이다. 치매를 앓고 있는 안소니를 연기한 배우 안소니 홉킨스를 보며 여운이 짙게 남는다. 영화 더 파더는 은퇴한 80대 노인인 안소니의 일상을 담아냈다. 평온한 노후를 즐기고 있던 안소니가 치매를 앓게 되면서 그의 일상은 송두리째 흔들린다. 조금씩 어긋나는 기억에 혼란을 겪게되는 것이다. 안소니는 급기야 자신의 딸 앤(올리비아 콜맨)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해진다. 안소니의 기억과 공간이 뒤틀리면서 그는 고뇌에 빠진다. 이 과정에서 안소니 홉킨스는 80대 노인의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한다. 자신이 치매에 걸린 상황을 믿지 못하는 한 노인의 모습과 함께,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일종의 체념의 모습을 제대로 살렸다. 영화 더 파더..
2022.01.03 2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