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히든 해석, 피해자를 바라보는 가해자의 불편한 시선

2022. 11. 26. 22:03영화산책/어떤 의미지? 메시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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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히든 다음 스틸컷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고정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오프닝 장면도 놀라운데다가, 영화적 메시지까지 풀어내는 과정도 소름이 돋았다. 미카엘 하네케 감독이 연출한 영화 히든(Hidden)은 한 지식인의 뒤틀린 피해의식을 통해 수면 아래 깔려있는 사회 문제를 들춰냈다.

 

영화 히든 다음 스틸컷


영화 히든은 초반부터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어느날 남 부럽지 않게 사는 TV 문학 토론 프로그램 진행자인 조르주(다니엘 오떼유) 집 앞으로 배송된 정체물명의 비디오테이프. 이로 인해 조르주의 일상은 송두리째 흔들린다. 이들의 평범한 일상이 담긴 한 카메라의 시선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두려움을 만들어내서다. 

 

영화 히든 다음 스틸컷


연이어 보내진 의미를 알 수 없는 비디오테이프와  괴상한 그림들은 조르주의 아내 안느(줄리엣 비노쉬)의 심리마저도 불안하게 한다. 이들 부부는 결국 신뢰의 영역까지 상처를 입게 되고 조르주는 범인을 찾아 나서게 된다. 그러면서 잊고 있던 기억을 떠올린다. 어린 시절 조르주와 함께 살았던 알제리인 마지드(모리스 베니초우)다. 

 

영화 히든 다음 스틸컷


마지드는 당시 조르주의 거짓말로 고아원에 가게 된다. 이 때문에 마지드는 교육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평생을 배움의 갈증을 겪어야만 했다. 하지만 조르주는 자신이 했던 '폭력'을 오히려 합리화하며, 비디오테이프를 보내지 말라는 등 마지드를 거세게 몰아붙인다. 마지드는 시종일관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왜곡된 지식인의 모습은 이미 이성을 잃은지 오래다.

 

영화 히든 다음 스틸컷

 

이런 조르주의 모습을 보며 마지드는 결국 어릴 적 자신이 잡던 수닭의 모습처럼 목을 긋는다. 조르주의 거짓말이 결국 두 생명을 앗아가게 한 것이다. 마지드의 아들도 갑작스레 아버지를 잃게 된 피해자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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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마지드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조르주가 보여준 건 또 다른 자기 합리화였다. 어렸을 때부터 해오던 폭력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으려는 한 지식인의 뒤틀린 모습이 스크린상에 툭 튀어나오는 것이다.

 

영화 히든 다음 스틸컷


영화 히든에서 직접 치고 받는 폭력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1961년 10월 파리에서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200명이 사망한  과거 알제리인의 사건을 재조명한 것을 시작으로 조르주의 거짓말, 자기합리화 등 곳곳에 비물리적인 '폭력'이 이어진다. 40여년이 지났어도 변하지 않는 조르주의 모습에 피해자인 마지디는 단 한마디만을 내뱉는다.

 

"넌 하나도 안 변했구나"

 

영화 히든 다음 스틸컷

 

여기에 TV에도 나와 각종 사회 이슈를 얘기하던 조르주의 위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는 대단히 위선적이고 이기적인 인물로 비춰진다.

 

영화 히든 다음 스틸컷


하네케 감독은 "영화 히든은 지극히 개인적인 죄의식에 관한 영화"라며 "영화 안에서의 진실, 미디어 안에서의 진실, 이것은 다 조작이다. 나는 이미지 속의 이미지를 사용하는 기법을 통해 '어떤 것이 진실인가'와 같은 질문을 관객에게 제시했다"고 밝혔다.

 

영화 히든 다음 스틸컷


이처럼 하네케 감독은 영화 히든에서 누가 비디오테이프를 보냈는지를 직접 알려 주지 않는다. 온전히 일상 안에 만연되어 있는 폭력과 그 속에 숨겨져 있는 인간의 이면들을 수면 위로 끄집어 내고자 했다. 겉으로는 평범해보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현실 속 세계를 비춘 것이다.

 

영화 히든 다음 스틸컷

 

영화 막판 학교 앞에서 오랫동안 담겨있던 장면이 아직도 남아 있다. 과연 마지드 아들과 조르주 아들은 마지막에 무슨 얘기를 나눴을까. 마지드도 그의 아들도 비디오테이프를 보내지 않았다고 했다. 바라보는 세계가 진실인까. 하네케 감독은 단연코 아니라고 말한다. 죽기전에 봐야할 영화에도 꼽힌 영화 히든 추천.

영화 히든 다음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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