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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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얼빈 후기, 안중근의 삶·계엄 사태에 맞물린 시국
영화 하얼빈의 대사 하나가 유독 머릿속에 맴돈다. 극 중에서 이토 히로부미(릴리 프랭키)가 남긴 말이다. "조선이란 나라는 수백 년간 어리석은 왕과 부패한 유생들이 지배해 온 나라지만 저 나라 백성들이 제일 골칫거리야. 받은 것도 없으면서 국난이 있을 때마다 이상한 힘을 발휘한단 말이지."명작이었다. 우민호 감독의 연출력은 익히 알고 있지만, 영화 하벌빈의 전개 과정과 미장센은 역시나였다. 한 사람의 삶을, 그것도 위인인 안중근 의사의 삶을 스크린에 담아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또 당시 독립군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안중근 한 사람만 돋보이는 것도 부담으로 다가왔을 터였다. 안중근 의사를 연기한 현빈도 마지막 촬영을 끝내자 눈물을 보일 정도였다. 이 때문에 박정민의 연기가 어떻게 녹아들지 궁금했다. 박..
2025.01.12 -
영화 더 폴: 디렉터스 컷 해석…한 폭의 명화 속 동화, 그리고 스턴트맨
2006년 개봉한 영화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이하 더 폴, The Fall)이 18년 만에 디렉터스 컷으로 돌아왔다. 4K로 부활한 미장센은 그야말로 한 폭의 예술 작품과 다름없다. 더 놀라운 건 이 화면이 CG가 아니라는 점이다. 영화 더 폴을 제작한 타셈 싱 감독은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28개국을 돌아다니며 장소 선정에만 17년이 걸렸다. 배우를 섭외하는 데 7년이 걸렸고, 촬영 기간도 4년이 넘었다. 무려 28년이라는 제작 기간이 걸린 것이다. 준비하던 결혼자금마저 털어내며 만들었다고 하니 영화 더 폴을 향한 그의 애착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다. 영화 더 폴은 1920년 미국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한다. 말을 타고 떨어지는 장면을 촬영하다 부상으로 입원하게 된 전문 스..
2025.01.01 -
사카구치 켄타로만 보인 영화 너와 100번째 사랑
내게 있어 공포와 멜로 장르는 친숙하지 않다. 그래서 인지 그동안 올린 영화 리뷰도 이 두 장르 만큼은 유독 적다. 하지만 이유는 다르다. 피가 난무하는 공포는 의도적으로 기피하지만, 멜로는 유독 기회가 없었을 뿐이었다. 이 와중에 쿠팡플레이 시리즈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이 공개를 앞두면서 배우 사카구치 켄타로가 내한했다. 그동안 사카구치 켄타로에 대해 전혀 모르다가 배우에 대해 알아야둬야 하는 부분이 있어 촬영한 작품을 둘러보게 됐다. 영화 너와 100번째 사랑(The 100th love with you)이 그 중 하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묘했다. 영화 이야기에 감동받은 것도, 츠키카와 쇼 감독의 연출력에 놀란 것도 아니었다. 오롯이 배우 한 사람만 기억이 났다. 사카구치 켄타로다. 영화 너와 1..
2024.09.17 -
영화 댓글부대, 여론조작에 당한 기자? 커뮤니티 허와 실
영화 댓글부대는 사실 개봉 전부터 관심을 두고 있었다. 기자 출신의 작가가 쓴 소설을 원작으로 해서다. 소설을 집필한 장강명 작가는 제주4.3평화문학상을 받았고, 작품은 2015년 연극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시간이 맞지 않아 영화관을 가지 못했다. 다행히 넷플릭스에서 영화 댓글부대가 공개돼 바쁜 일상에도 서둘러 봤다. 사실 영화 댓글부대의 내용은 지난 국가정보원·국방부 여론조작 사건을 집중 조명하는 얘기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영화는 당시의 사건을 다루기보다는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여론조작'에 더 무게를 뒀다. 임상진(손석구)은 국내 최대 기업인 만전 기업을 취재하다 몰락한 인물이다. 진실에 다가가다 낸 기사는 오보로 몰리며 한순간에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꼬리표를 붙게 된다. 수면..
2024.09.08 -
넷플릭스 영화 더 킬러 후기, 단 한 발의 인생
가끔 영화를 고를 때 작품 내용보다 누가 연출했는지가 우선일 때가 있다. 영화 세븐, 파이트 클럽, 나를 찾아줘 등 숱한 명작들을 연출한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라면 더더욱. 넷플릭스 영화 더 킬러(The Killer)는 데이비드 핀처의 12번째 장편 영화다. 작품은 단 한 번의 실수로 위기에 몰린 한 냉철한 킬러의 삶을 다뤘다. 자신을 철저히 통제하는 킬러(마이클 패스벤더)를 보며 그가 이 바닥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고스란히 드러난다. 물론 넷플릭스 영화 더 킬러의 내용은 그동안 작품으로 나왔던 킬러 영화와 크게 다를 게 없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이전 작품과 달리 해석이 필요하거나, 영화 막판 깜짝 놀라게 하는 반전도 존재하지 않다. 전체적으로 단순해보이지만, 이 영화를 연출한 게 누구인가. 완벽..
2024.06.09 -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해석, 조지 밀러의 명작 무슨 말이 필요할까
일전에 조지 밀러 감독의 영화 매드맥스 시리즈를 언급하면서, '몰입도의 끝판왕'이라고 표현한 게 생각이 난다. 그만큼 가죽자켓에 집착하는 맥스를 보며 한동안 매드맥스의 세계관에 헤어나오지 못할 정도였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그야말로 디스토피아적인 이 세계관을 구현하기란 사실상 어려운 일. 그런 끝판왕을 넘는 명작이 지난 2015년에 나왔으니 바로 영화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매드맥스 4)다. 영화는 전작과 완전히 다른 세계관을 보여준 것은 물론, CG도 없는 그야말로 날 것의 액션을 보여주며 무려 30년 만에 맥스의 시리즈를 잇는 데 성공한다. 2020.11.24 - [영화산책/벌써 끝? 킬링타임 영화] -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조지 밀러는 해냈다 그런 조지 밀러 감독의 매드맥스 시리즈가 ..
2024.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