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산책/어떤 의미지? 메시지 영화(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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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디스트릭트 9 해석, 우리가 '외계인'
2009년에 개봉한 영화 디스트릭트 9(District 9)을 처음 접한 건 2012년도 쯤이었던 거 같다. 당시 지인이 적극 추천해 영화를 알게 됐고, 1년 정도 뒤에서야 마침내 보게 됐다. 장기간 망설인 이유는 영화적 편식에 있었다. 한 때 영화 디스트릭트 9 소개가 코미디 장르로 분류됐던데다가, 갑자기 지구로 왔다는 외계인의 소재는 자연스레 영화 맨인블랙을 패러디한 영화 맨인화이트를 떠올리게 했다. 말 그대로 B급영화로 생각했다는 말이다. 이런 선입견을 가지고 영화 디스트릭트 9을 바라보니 처음에는 색안경을 쓰고 본 것도 사실. 더욱이 외계인 수용구역의 소재는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았고, 수용구역을 담당하는 책임자가 외계인으로 변하는 과정 또한 타 영화에서도 접한 흔한 전개 방식이기도 했다. 이 ..
2024.05.06 -
영화 파묘 해석, 재조명한 일본 쇠말뚝
134분이라는 시간이 짧았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영화 파묘(Exhuma)는 극한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며 보는 내내 몰입을 더했다. 무엇보다 무덤을 파는 행위와 풍수지리설을 소재로 구성하면서, 한국 특유의 문화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쉽게 말해 한국만이 만들 수 있는 작품이라는 말이다. 영화 파묘는 무당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이 미국 LA로 가면서 시작된다. 그곳에는 기이한 병, 흔히 '귀신병'이 대물림되는 가족들을 만나게 되고 화림은 이장을 권하게 된다. 그러면서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이 합류한다. 막상 묘의 기운은 심상치 않다. 상덕은 이곳은 절대 사람이 묻힐 수 없는 '악지'라고 생각해 제안을 거절하지만, 화림의 설득으로 결국 파묘가 시작된다. 총 6장으로 ..
2024.02.24 -
넷플릭스 영화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 해석, 악몽으로 변한 휴가
가끔 영화 예고편에 이끌려 작품을 보는 경우가 있다. 어떤 이야기인지 궁금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자리에 앉는 것이다. 넷플릭스 영화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Leave the World Behind)가 그랬다. 여유로운 휴가를 즐기는 한 가족 앞에 유조선 한 척이 다가오는 모습은 괴기스럽고 공포에 가까웠다. 그래서 눈길이 갔다. 대체 어떤 영화일까. 넷플릭스 영화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의 내용은 이렇다. 평소 바삐 살던 한 가족. 아내이자 엄마인 아만다(줄리아 로버츠)는 큰 마음을 먹고 휴가계획을 세운다. 아만다는 모처럼의 가족 여행이기에 호화로운 주택을 임대하고 가족과 함께 떠난다. 그러다 한 밤 낯선 이들이 방문한다. 이들은 이 주택을 소유한 사람이라며 지금 알 수 없는 사건들로 인해 다시 돌아왔다고 ..
2024.01.22 -
영화 괴물 해석, 누가 괴물인가
※영화 괴물 스포일러 있습니다 영화 괴물(Monster)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서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울려퍼지는 故사카모토 류이치의 음악에 한 가지 질문이 맴돌아서다. 누가 괴물인가. 영화 라쇼몽이 떠올랐다. 한 살인 사건을 두고 사건 당사자들의 진술을 담아낸 작품 말이다. 해당 영화는 사무라이, 아내, 나무꾼의 시선을 통해 다양한 진실을 보여준다. 영화 괴물 역시 그랬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한 사건을 통해 싱글맘인 사오리(안도 사쿠라), 교사인 호리(나가야마 에이타), 아들 미나토(쿠로카와 소야)의 시선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그러면서 하나의 진실이 마치 양파처럼 다양하게 벗겨지며 눈 앞에 나타나게 된다. 사오리 시선의 괴물은 '담임 교사' 싱글맘인 사오리는 하루 아..
2023.12.13 -
영화 애니메이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해석, 미야자키 하야오의 삶
※영화 애니메이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스포일러 있습니다 난해하다. 영화 애니메이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The Boy and the Heron)는 그동안 접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과는 결이 달랐다. 거장 미야자키 하야요가 은퇴를 번복할 정도로, 그것도 10년 만에 돌아온 작품이었기에 개봉하기 전 부터 팬들의 궁금증이 이어졌다. 막상 작품이 공개되자 관객들의 호불호가 극명했다. '인생 영화였다'는 측과 '재미없다'는 측이 확연히 갈린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 애니메이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건인가의 주제는 뚜렷하지 않다. 현실과 이상이 존재하는 배경 설정도 모호하며, 풀어내는 과정 또한 친절하지 않다. 이 때문에 엔딩 크래딧이 올라가고도 관객들의 반응은 저마다 달랐다. 작품은 제2..
2023.11.06 -
영화 오펜하이머 실화 해석, 세상에 나온 원자폭탄 그리고 매카시즘
영화 판에 이런 말이 있다. 실화를 영화로 제작하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감독으로서 결말이 정해진 이야기 안에 2시간 이상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게 여간 쉽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 삶 일부를 작품화한다고 접했을 때 기대보다 우려가 앞섰다. 원자폭탄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오펜하이머의 이야기를, 더욱이 CG효과를 입히지 않은 채 양자역학의 내용을 표현할 수 있겠냐는 의구심에서다. 여기에 상영 시간이 3시간이라는 걸 들었을 때 문득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 진주만(Pearl Harbor)이 떠올랐다. 눈과 귀를 자극하는 전투가 3시간 가량 펼쳐지는데도, 지루했던 아찔한 경험이 떠올라서다. 오만과 편견이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Oppe..
2023.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