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6. 16:50ㆍ영화산책/어떤 의미지? 메시지 영화
※영화 애니메이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스포일러 있습니다
난해하다. 영화 애니메이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The Boy and the Heron)는 그동안 접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과는 결이 달랐다.
거장 미야자키 하야요가 은퇴를 번복할 정도로, 그것도 10년 만에 돌아온 작품이었기에 개봉하기 전 부터 팬들의 궁금증이 이어졌다. 막상 작품이 공개되자 관객들의 호불호가 극명했다. '인생 영화였다'는 측과 '재미없다'는 측이 확연히 갈린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 애니메이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건인가의 주제는 뚜렷하지 않다. 현실과 이상이 존재하는 배경 설정도 모호하며, 풀어내는 과정 또한 친절하지 않다. 이 때문에 엔딩 크래딧이 올라가고도 관객들의 반응은 저마다 달랐다.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공습으로 엄마를 잃은 소년 마히토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후 마히토는 아버지와 함께 도심을 떠나 엄마의 고향으로 들어가게 되고, 엄마의 이모인 나츠코를 새 엄마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곳에 살고 있는 한 마리의 왜가리. 마히토를 의문의 탑으로 유인한다. 그러다, 엄마가 살아있다며 마히토에게 다가오는데, 왜가리는 마히토를 초현실적인 세계로 데리고 가기에 이른다. 마히토는 과연 엄마를 찾을 수 있을까.
'돌'의 의미는 '삶'
이 동화 같은 세계는 사실상 '돌'에서 시작된다. 하늘에서 우연히 돌(운석)이 떨어지고 큰 할아버지가 그 위에 건물을 짓게 된다. 이 세계를 지탱하는 건 다름 아닌 깨끗한 돌(블록탑). 여기에 마히토가 스스로 자해를 하는 매개체도 '돌'이며, 이 세계에서 빠져나올 때도 돌을 쥐고 나온다.
또 황금빛 문 뒤에 있는 고인돌까지 나오면서 결국, '돌'은 이 세계에 '탄생'이자, '죽음'을 의미하는 하나의 '삶'을 의미한다. 큰 할아버지의 탑을 거부하고 본인의 삶을 찾으려는 마히토의 선택과 너만의 탑을 쌓으라는 큰 할아버지의 말이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다.
채워지지 않는 '욕심'
마히토가 내려 간 곳에는 의문의 황금빛 문이 닫혀있다. 이 문에는 '나를 배운 자는 죽는다'라는 문구가 있는데, 이 문 너머에는 고인돌, 즉 무덤이 있다. 이는 문 너머에 '죽음'이 도사리고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황금빛 문 문구에 나온 '나'는 '욕심'으로 해석된다. 굶주린 상태로 있는 펠리컨들은 배고프다며 황금빛 문을 넘으려고 하는데, 이들은 나는 법을 잃어버렸다. 이같은 이유로 새 생명이 되는 와라와라를 먹고 살아가며 이 세계에 영원히 벗어나지 못한 채로 바다에 머물고 있다. 죽은 자와 산 자가 공존하는 이 세계에서 죽은 자가 더 많다는 키미코의 말이 무거운 이유다.
키미코의 장소는 '윤회'
키미코는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살생을 하도록 선택을 받았다. 이 덕에 사공들은 키미코에게 고기를 받으며, 삶을 유지한다. 아이러니한 건 다른 생물을 죽이면서도, 새생명이 되는 와라와라와 함께 산다는 것이다.
키미코의 환경은 다른 삶을 죽이고, 다른 삶을 유지하고, 또 다른 삶이 탄생하는 말 그대로 모든 삶이 일어나는 곳으로 '윤회' 사상과 맞닿아 있다.
산실은 새생명, 앵무새는 군인들
나츠코가 있던 곳은 새생명이 탄생하는 산실로, 아무도 들어오면 안되는 곳이다. 즉 이곳은 불안한 나츠코와 마히토의 관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새로운 관계 형성이 만들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결국 이 장소에서 마히토는 나츠코를 엄마로 마침내 인정하게 된다. 히미 역시 이 모습을 보며 이들의 관계를 인정한다.
앵무새는 당시 전형적인 제국주의 군인의 모습으로 비춰진다. 이들의 의사는 앵무새처럼 모두 같고, 행동 또한 같다. 앵무새 대장은 결국 이 세계를 본인이 맡아 통치하기를 원하지만, 결국 욕심을 내며 '악수'를 두게 된다.
하야오의 삶이 투영된 작품
영화 애니메이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말 그대로 한 사람, 미야자키 하야오의 삶을 투영한 작품이다. 그 역시 유년시절 어머니를 잃었고, 군수 공장을 운영하는 아버지 밑에 자랐다. 전쟁을 반대하는 대표적인 인물이기도 한 그였기에, 작품 곳곳에는 당시 군수품을 판 돈으로 생활하던 자성적인 목소리가 담겨 있다. 이 때문에 사실상 영화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자전적인 작품과도 같다.
이와 관련 미야자키 하야오의 친구인 스즈키 토시오 PD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 작품의 주제는 '친구'라고 밝혔다. 스즈키 PD는 "마히토는 미야자키 감독, 왜가리는 나"라며 "이번 영화를 제작하면서 그리고자 했던 건 우선 감독 본인"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자신과 친구들을 생각하며 만든 작품이라는 셈이다. 7명의 할머니 역시 어떤 방식으로든 마히토를 지켜주는 데, 이는 실제 친구들에게 향한 하야오 감독의 고마움으로 보인다. 친구가 없던 마히토가 왜가리를 만나 점점 달라지는 모습은 이 작품의 묘미. 끝으로 일본에서는 왜가리가 장수와 행복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마히토는 결국, 엄마를 잃은 트라우마를 이기며 본인의 삶을 선택했다. 미야자키 하야오도 마찬가지. 그러면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본인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 영화 애니메이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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