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 29. 13:27ㆍ영화산책/어떤 의미지? 메시지 영화
'페미니즘 영화다', '휴머니즘 영화다'
영화 바비(Barbie)에 달린 댓글을 확인해 보면 이같은 내용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더욱이 네이버 영화 바비 평점만 봐더라도 '테러'에 가까운 수준으로 남녀의 입장이 엇갈린다. 같은 영화를 두고 확연히 다르게 해석한 것이다. 왜 그럴까.
영화 바비의 세계관은 독특하다. 바비랜드는 여성들, 바비가 주축을 이룬 세계다. 대통령, 판사, 의사 등 다양한 바비들이 중심이 되어 한 세계를 이끌어 간다. 매일 해변에 가고 저녁에 파티를 즐기며 또 다른 바비의 역할을 하는 전형적인 바비(마고 로비) 역시 마찬가지다. 이와 달리 바비랜드의 남성인 켄은 바비만 바라보는 존재로, 여성들 중심인 세계에선 조연에 불과하다.
그러던 어느날, 행복하기만 하던 바비의 하루가 달라진다. 뒷꿈치가 땅에 닿는 등 본인의 의지와 다른 일들이 벌어져서다. 이같은 괴이한(?) 현상의 원인을 찾기 위해 바비는 마침내 현실 세계로 떠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켄(라이언 고슬링)이 여정을 함께 하게 된다. 그러면서 바비와 켄은 현실 세계를 접하게 된다.
현실 세계는 바비랜드와 완전히 다른 곳이다. 바비랜드에선 여성들이 주축을 이룬다면, 현실 세계에선 남성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심지어 바비를 만든 마텔 임원진 모두가 남성으로 나타나는 등 현실 속 여성들의 입지가 비좁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이 모습에 충격을 받은 켄은 바비랜드로 돌아가 남성중심의 사회인 켄덤을 만들게 된다. 바비는 과연 바비랜드를 되찾을 수 있을까.
영화 바비를 두고 페미니즘 영화다, 혹은 휴머니즘 영화라는 평이 엇갈린다. 심지어 남성을 혐오하며 남녀를 갈라쳤다는 비난도 나오기도 한다. 영화 프란시스 하를 각본하고, 레이디 버드, 작은 아씨들 등을 연출한 그레타 거윅 감독의 연출이라 이같은 논란이 붙기도 했다.
논란과 달리 그레타 거윅 감독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그는 영화 메시지에 관한 인터뷰에서 "달성해야 하는 목표도, 완벽한 여성도 없다"며 "우리는 존재 자체로 가치가 있다. 이건 달성하는 게 아니라 타고나는 거란 얘기"라고 밝혔다. 주체성을 보다 강조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영화는 끝으로 가면 갈 수록 '주체적 존재'를 강조한다. 켄덤 세계 속 바비들이 주체성을 깨닫는 장면, 켄들이 서로 싸우다가도 화해하는 장면 등이 그 예다. 동시에 '연대'의 중요성을 부각하며 양측 모두 정체성을 찾아간다. 바비도, 켄도 결국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기에 이른다.
이 때문에 영화적 메시지는 막판 다소 흐릿해진다. 처음에는 페미니즘에서 끝에는 휴머니즘으로 끝나는 영화는 두 선상에 페미니즘과 휴머니즘을 올려두면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결론내리는 지 않았다. 이 때문에 메시지가 분명치 않게 다가온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 바비가 혹평을 받을 이유는 없다. 바비랜드와 현실세계를 접목한 또 다른 도전에 오히려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
참고로 바비의 탄생을 알리는 오프닝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오마주했다고 한다. 아기 인형에서 벗어나 거대한 바비 인형을 바라보는 소녀들의 비장한 모습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강렬한 인상으로 남기 충분하다.
어쩌면 그레타 거윅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여성들이 바비처럼 되라는 게 아니라, 바비처럼 뭐든지 될 수 있는 걸 강조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지. 끝으로 그가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를 하며 다시 한 번 강조한 내용을 남기며 리뷰를 마친다.
"이 영화에 대한 내 희망은 모든 사람들이 파티에 참여하도록 초대하는 거예요. 여성이든 남성이든 우리에게 도움되지 않는 것들을 (이제) 내려놓았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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