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펜하이머 실화 해석, 세상에 나온 원자폭탄 그리고 매카시즘

2023. 9. 7. 23:41영화산책/어떤 의미지? 메시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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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펜하이머 다음 스틸컷


영화 판에 이런 말이 있다. 실화를 영화로 제작하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감독으로서 결말이 정해진 이야기 안에 2시간 이상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게 여간 쉽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 삶 일부를 작품화한다고 접했을 때 기대보다 우려가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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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폭탄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오펜하이머의 이야기를, 더욱이 CG효과를 입히지 않은 채 양자역학의 내용을 표현할 수 있겠냐는 의구심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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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상영 시간이 3시간이라는 걸 들었을 때 문득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 진주만(Pearl Harbor)이 떠올랐다. 눈과 귀를 자극하는 전투가 3시간 가량 펼쳐지는데도, 지루했던 아찔한 경험이 떠올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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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이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Oppenheimer)의 크레딧이 올라가자 앞선 생각은 잡생각에 불과했다. 3시간이 어떻게 지나갈지 모를 정도로 놀란 감독의 연출력은 압도적이었다. 그야말로 놀란 감독 다운 영화였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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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펜하이머는 미국 유대인 물리학자 오펜하이머(킬리언 머피)의 비공개 청문회에서 나온 문답을 토대로 과거와 현재를 오버랩하며 풀어낸다. 그러면서 그의 장엄한 일대기를 3개의 사건으로 압축해 재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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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독일로 간 오펜하이머


 

당초 화학을 전공한 그는 물리학의 흥미를 느끼면서 대학원에서 물리학 과정을 밟는다. 학부생부터 물리학을 전공한 이들의 이들의 무시를 받던 그는 닐스 보어 교수의 조언을 받아 독일에서 물리학 공부를 이어나간다. 당시 독일에서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주장하는 미국과는 다르게 양자역학이 확산되고 있었고, 오펜하이머는 이를 빠르게 습득한다. 오펜하이머는 이곳에서 다양한 학문의 매력을 느끼게 되고 사회주의자들과 관계를 맺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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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원자폭탄을 만든 '맨해튼 프로젝트'


이후 오펜하이머는 독일 나치보다 더 빨리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미국 정부의 비밀스러운 제안에 '맨해튼 프로젝트(Manhattan Project)'에 참여하기에 이른다, 그는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결국 3년 만에 원자폭탄을 만들어내고야 만다. 세상을 멸망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안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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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도 잠시, 오펜하이머는 이후 극심한 죄책감을 갖게 된다. 그가 원자폭탄의 위력을 실감한 데 이어 과학이 주는 두려움을 깨닫게 되어서다. 놀란 감독은 빛과 어둠의 명암을 통해 오펜하이머의 심리를 고스란히 스크린에 옮겼고, 이는 '제 손에 피가 묻은 느낌이다'는 오펜하이머의 대사를 더욱 무겁게 다가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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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루이스 스트라우스와의 대립


그러면서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보다 더 큰 파괴력을 가진 수소폭탄 개발에 강력히 반대하며 핵의 위험성을 알리고 나선다. 이 과정에서 루이스 스트라우스(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도 마찰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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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우스는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유복했던 오펜하이머 집안과 달리 스트라우스의 집안은 가난했다. 이 때문에 스트라우스는 물리학의 관심을 가졌음에도, 대학을 가지 못하고 구두공으로 시작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는 곧 성공을 거듭하며 은행원으로 일한 뒤에도 직접 경영까지 하는 등 손 닿는 일마다 승승장구했고, 그 능력은 1929년 미국에 대공황이 왔어도 그가 경영한 은행만큼은 멀쩡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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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스트라우스는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의 신임까지 받을 정도였으니, 미국 내에서 성공한 인물 중 한 명이었다. 그러던 스트라우스가 타국의 동위 원소 수출을 반대하다 오펜하이머로부터 조롱을 받자 그의 명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비공개 청문회를 꾸리기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스트라우스가 사실상 판을 짜며 오펜하이머 측에 불리한 명단을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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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란 감독은 그러면서 고압적인 검사 출신의 로저 롭(제이슨 클라크) 역할을 부각한다. 로저 롭의 강압적인 심문과 오펜하이머의 솔직한 답변은 보는 이로 하여금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기 충분하다. 오펜하이머는 과연 이 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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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펜하이머를 빛낸 건 놀란 감독의 연출력만이 아니다. 배우들의 열연은 영화의 혼을 불어 넣기에 이른다. 오펜하이머 역을 맡은 배우 킬리언 머피는 6개월 동안 그의 말투, 목소리, 행동까지 공부하며 연기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본인 스스로 오펜하이머가 되자, 스트라우스를 연기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도 자연스레 역에 빠져들게 되었다고. 놀란 감독은 킬리언 머피에 대해 "놀라웠다"고 극찬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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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놀란 감독은 이번 작품에도 소리를 잘 활용하며 관객들의 장시간 몰입을 돕는다. 특히 폭탄실험이 성공했을 때 퍼지는 음향효과와 CG없는 화면은 자연스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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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왜 일본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렸나



영화 오펜하이머는 한 인물의 사건과 심리에 충실했기에 미처 설명하지 못했던 시대적 상황을 알면 이해하기가 더 쉽다. 

당시 독일 나치가 패망했는데도, 일본은 미국에 끝까지 항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끝까지 저항해 전쟁이 더 길어지는 모양새였다. 미군이 오키나와에 상륙했을 당시에도 항복은 커녕 마을 사람들 모두 집단 할복을 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미국은 깜짝 놀라고 만다. 이어 미국은 일본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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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 미국은 일왕을 향한 일본의 특유 문화라고 정의를 내린다. 항복은 이들에게 곧 죽음을 의미하고, 사무라이 특유의 할복 정신을 파악했다는 의미다. 어떻게든 한 사람의 포로를 구하는 미국의 문화와는 또 달랐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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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일본은 끝까지 항복을 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그러면서 히로미사,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하기에 이른다. 그러자 일본은 즉각 항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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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를 빨갱이로 몰고간 매카시즘


매카시즘(McCarthyism)은 1950년부터 약 4년간 미국에서 공산주의자를 색출하고자 발생한 사건을 뜻한다. 미국과 소련이 신냉전 대립을 이어가면서, 미국 내에서 공산주의자를 척결하자는 조지프 매카시 의원의 주장이 미국 전역을 휩쓴다. 당시 빨간 모자만 써도 잡혀갈 정도였다고 하니 흔히 말해 괴담이 판치는 시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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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도 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한 동료가 그를 공산주의자라고 FBI에 신고를 했고, 사회주의자들과 친밀한 관계, 연인 관계 등 과거 전력이 다시금 수면 위에 오르면서 곤경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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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오펜하이머는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당에 입당도 하지 않았을 뿐더러 더욱이 당초 생각한 성향이 소련 공산주의와는 엄연히 달랐으나, 이른바 '빨갱이' 낙인은 좀처럼 피해가지 못했다. 조국을 위해 큰 일을 한 그도 결국 손가락질을 받으며 한 순간에 대중으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오랜시간 뒤에 오펜하이머의 명예가 회복되기는 하지만, 영화 속 그와 아인슈타인과 나눈 대화가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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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그간 이룬 성취의 결과를 감당할 차례요. 그리고 훗날 충분히 벌을 받고 나면 사람들은 연어와 감자 샐러드를 대접하며 축사와 함께 메달을 주겠죠. 그러곤 다 용서한다며 등을 두드리겠지. 하지만 잊지 마요. 주인공은 당신이 아니고 '그들'이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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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란 감독은 영화 초반 인간이 딱해 신의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의 신화를 빗대며 오펜하이머의 인생을 비유한다. 그 댓가로 프로메테우스는 독수리로부터 평생 간을 쪼아먹히는 형벌을 받는다. 세상의 주인공은 프로메테우스도, 오펜하이머도 아니었다. 결국 어리석은 인간들일뿐.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라는 말이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다. 영화 오펜하이머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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