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괴물 해석, 누가 괴물인가

2023. 12. 13. 22:53영화산책/어떤 의미지? 메시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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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괴물 스포일러 있습니다

 

영화 괴물 다음 스틸컷

 

영화 괴물(Monster)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서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울려퍼지는 故사카모토 류이치의 음악에 한 가지 질문이 맴돌아서다.

누가 괴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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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쇼몽이 떠올랐다. 한 살인 사건을 두고 사건 당사자들의 진술을 담아낸 작품 말이다. 해당 영화는 사무라이, 아내, 나무꾼의 시선을 통해 다양한 진실을 보여준다. 영화 괴물 역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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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한 사건을 통해 싱글맘인 사오리(안도 사쿠라), 교사인 호리(나가야마 에이타), 아들 미나토(쿠로카와 소야)의 시선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그러면서 하나의 진실이 마치 양파처럼 다양하게 벗겨지며 눈 앞에 나타나게 된다.

 

영화 괴물 다음 스틸컷


 

사오리 시선의 괴물은 '담임 교사'

 


싱글맘인 사오리는 하루 아침에 달라진 아들 미나토의 달라진 모습을 보며 이상하게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미나토 담임 교사인 호리가 걸스바를 다닌다는 소문을 듣게 되면서, 사오리는 호리를 비틀게 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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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사오리의 과거는 자신의 남편이 불륜을 저지르다 사고로 세상을 떠났기에 '걸스바'를 다닌다는 소문부터가 호리에 대한 의구심을 주기 충분하다. 또 가족을 중요시 여기는 사오리였기에 혼자 사는 호리의 모습은 사오리와 동떨어진 세계와도 마찬가지. 이미 사오리의 시선에 호리는 사오리의 세계에 왜곡된 인물 가운데 한 명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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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미나토의 모습을 본 뒤, 사오리는 그 원인을 호리에 있다고 보고 학교에 찾아간다. 하지만 매뉴얼대로만 얘기하고 고개만 숙이려는 학교 측을 보며 사오리는 답답해 한다. 사오리의 눈에 이들은 진실을 감추기 급급한 추악한 어른으로 보이는 것이다.

 

영화 괴물 다음 스틸컷


이 과정에서 호리의 행위는 반성조차 하지 않는 삐딱한 인물로 비춰진다. 결국 자신 앞에 뜬금없이 사탕을 먹는 호리의 행동을 보며 참고 있던 분노를 터뜨리고야 만다. 그러면서 사오리는 학교 측에 묻는다. "사람하고 대화하는 게 맞느냐"고. 사오리의 눈에 호리는 '괴물'로, 학교는 '괴물이 사는 장소'로 보이는 셈이다.

 

영화 괴물 다음 스틸컷


 

호리 시선의 괴물은 '학교'

 


사오리 시선과 달리 호리는 아이들을 좋아하는 지극히 평범한 초등 교사다. 그는 어느날 여자친구와 여행을 다녀오다 학생들을 마주치게 되는데, 이 때 학생들이 여자친구를 술집여자라고 놀리고 도망친다. 호리가 걸스바를 간다는 근거없는 소문이 퍼진 것도 이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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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호리를 위해 여자친구가 위로 차원에서 사탕을 먹이게 되고, 이를 떠올린 호리는 긴장을 풀기 위해 사오리 앞에서 사탕을 먹는다. 이 행동은 호리를 위한 행위였지만, 반대로 사오리를 자극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사오리와 달리 호리는 미나토를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본다. 호리는 갑작스럽게 난동을 피우는 미나토를 보게 되고, 호시카와 요리(히이라기 히나타)가 괴롭힘을 당한 현장에 미나토를 보며 오해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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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미나토의 거짓으로 호리는 한 순간에 폭행 교사로 몰리게 된다. 호리는 진실을 알리려고 하지만, 학교 측에서 끝까지 호리의 행동을 말리며 사과만을 종용한다. 그러다 결국 뉴스보도로까지 나오며 여자친구와도 헤어지게 된다. 호리의 눈에는 학교가 마치 '괴물'로 비춰졌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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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토와 요리 눈에 괴물은…

 


미나토의 시선에서 요리는 당초 특이한 인물이다. 남자인데도, 여자들과 더 친하고 엉뚱해서다. 요리는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해도, 밝은 모습을 애써 유지한다. 본인의 뇌는 '돼지의 뇌'라면서 말이다.

 

영화 괴물 다음 스틸컷


그런 요리에 미나토는 동정을, 그리고 우정을 느끼며 요리와 친구가 된다. 모두의 시선이 닿는 곳에선 요리를 철저히 배척하지만, 터널 속 깊은 어둠을 통과한 폐전철 안에서 만큼은 요리를 진심으로 대하기에 이른다.

 

영화 괴물 다음 스틸컷


이 과정에서 미나토는 요리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를 혼란스러워 하는 미나토의 감정은 마치 불처럼 복잡하게 번지게 되지만, 안타깝게도 미나토의 주변은 이같은 감정의 답을 찾아가기에 어려운 세계다. 

 

평소 엄마는 미나토가 평범한 가족을 꾸리기 원했던 데다가, 담임 교사 호리는 남성성을 중요시 여기는 교육을 했다. 일상적인 TV방송에서조차 여장 남자를 우습게 표현하고 있는 게 미나토의 주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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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세계는 미나토를 깊은 고뇌로 이끌게 하고, 결국 정체성 혼란이라는 거대한 폭풍우를 만나기에 이른다. 본인의 뇌도 '돼지의 뇌'라고 생각한 것이다.


 

돼지의 뇌

 


돼지의 뇌라는 의미는 호리와 요리 아빠가 말을 나누는 과정에서 밝혀진다. 요리 아빠는 남자를 좋아하는 요리의 성향을 알고 있었고 이것을 '병'이라 몰아붙이며, 학대로까지 이어진다. 정체성 혼란이라는 감정을 '괴물'로 빗댄 것이다.

 

영화 괴물 다음 스틸컷


이처럼 영화 괴물은 당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어른들의 편견과 오만으로 아이들의 순수성에 깊은 상처를 주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도 국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영화를 통해) 인간 내면의 이야기를 보여줌으로써 '일반적인' 이라는 말, '남자가', '남자다운' 이런 표현들이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며 "누구도 해를 입히려고 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피해를 보게 되는 일이 있다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밝혔다.

 

영화 괴물 다음 스틸컷


 

아이들은 살았을까

 


영화 막판 미나토와 요리가 밖으로 나오는 장면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아이들이 살았다는 해석과 이들이 건넌 건 사후 세계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서다.

 

영화 괴물 다음 스틸컷


아이들이 살아있다는 쪽은 대사에 집중했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 살면 된다"는 아이들의 말에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는 해석이다. 반면, 사후 세계라고 주장한 쪽은 어른들의 눈물 끝에 이들이 마지막 배수로를 통과하고, 막혀있던 철로가 갑작스럽게 쭉 뻗어 있는 것을 볼 때 다른 세계라는 의미다. 

 

영화 괴물 다음 스틸컷


이같은 해석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마지막 장면은 사후 세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영화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미나토와 요리가 서로 웃으며 뛰어가는 게 말 그대로 이들의 밝은 미래를 알려준다는 뜻이다.

 

영화 괴물 다음 스틸컷

 

영화 괴물에서 흥미로운 장면은 죽은 고양이를 땅에 묻고, 불을 붙이는 미나토와 요리의 모습이다. 이 때 미나토가 물을 끼얹으며 새 삶을 말하는 데, 이 장면은 영화 마지막 장면과 유사하다. 산사태에 폐전철이 묻히고 비가 내린 뒤에 평지를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 말이다. 

 

영화 괴물 다음 스틸컷


이처럼 영화 괴물은 불로 시작해서 물에서 마무리한다. 어쩌면 이 영화는 치솟는 불같은 감정에 차가운 물을 뿌려봐도 결국 남은 건 상처뿐이라는 걸 알리고 있는건 아닌건지. 누구나 피해자이면서도 가해자가 될 수 있다. 깊은 울림이 담겨있는 영화 괴물 추천.

 

영화 괴물 다음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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