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묘 해석, 재조명한 일본 쇠말뚝

2024. 2. 24. 18:03영화산책/어떤 의미지? 메시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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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묘 다음 스틸컷


134분이라는 시간이 짧았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영화 파묘(Exhuma)는 극한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며 보는 내내 몰입을 더했다. 무엇보다 무덤을 파는 행위와 풍수지리설을 소재로 구성하면서, 한국 특유의 문화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쉽게 말해 한국만이 만들 수 있는 작품이라는 말이다.

 

영화 파묘 다음 스틸컷


영화 파묘는 무당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이 미국 LA로 가면서 시작된다. 그곳에는 기이한 병, 흔히 '귀신병'이 대물림되는 가족들을 만나게 되고 화림은 이장을 권하게 된다. 그러면서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이 합류한다. 

 

영화 파묘 다음 스틸컷

 

막상 묘의 기운은 심상치 않다. 상덕은 이곳은 절대 사람이 묻힐 수 없는 '악지'라고 생각해 제안을 거절하지만, 화림의 설득으로 결국 파묘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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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6장으로 구성된 영화 파묘는 크게 전반과 후반으로 나뉜다. 전반은 한 가족의 대를 이은 일화라면, 후반은 '첩장'을 소재로 한다.

 

영화 파묘 다음 스틸컷


이 때문에 전반과 후반의 장르가 완전히 다르다는 평이 달린다. 영화를 연출한 장재현 감독이 더 잘 알 터. 그는 국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시나리오의 허리를 끊고 싶었어요.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가 떡밥이죠."

영화 파묘 다음 스틸컷


쉽게 말해 영화 전반부와 후반부의 결이 다르게 만들어졌다는 말이다. 전반부가 파묘의 과정을 알리는 부분이었다면, 후반부는 파묘에 대해 더 깊이 파들어갔다고 한다. 전반부가 현재를 말한다면, 후반부는 더 오래된 과거를 조명한 것이다. 풍수지리에서 빠질 수 없는 소재인 일본 쇠말뚝이 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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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조명된 일본 쇠말뚝

 



일제강점기 당시 일제가 한반도의 기를 끊고자 쇠말뚝을 곳곳에 박았다는 설. 한국인이라면 한 번 쯤 들어봤을 내용이다.

 

영화 파묘 다음 스틸컷


무엇보다 조선총독부의 위치가 경복궁의 혈을 막기위해 그곳에 지었다는 내용은 풍수학계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얘기기도 하다. 바로 '풍수침략'이다. 이는 과거 우리나라 정부도 인정하며 대대적으로 정비에 나서기도 했다. 김영삼 정부 당시 조선총독부 건물이 폭파되고 전국 곳곳에서 쇠말뚝 뽑기가 이뤄진 게 그 사례다. 최근에도 한 지방에서 일제 쇠말뚝이 발견됐다는 내용이 보도되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영화 파묘 다음 스틸컷


일제가 한반도의 기를 끊고자 쇠말뚝을 박았는 설에 대해서는 학계마다 반응이 엇갈린다. 자료 자체가 없어 근거없는 주장이라는 측과 의도적으로 박았다는 측이 극명하게 나뉜 것이다. 

 

영화 파묘 다음 스틸컷

 

일제시대에 쇠말뚝이 막힌 건 정비 사업에 불과하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영화 속 상덕과 영근의 대화에서도 해당 설을 두고 99%가 거짓이라고 말하는 부분도 있다. 지금으로선 일제시대 당시 한반도에 쇠말뚝이 박힌 건 사실일 뿐이다.

 

영화 파묘 다음 스틸컷

 

영화 파묘는 이 소재를 작품에 대입했다. 파묘 의뢰자 박지용(김재철)이 호텔에 있다가 자신의 할아버지로 빙의된 이후 경례를 하는 장면은 그 자리에서 과거 조선총독부가 보이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본 장군 무라야마 준지는 혼령이 아닌 정령으로, 몸 속에 검을 넣는 행위를 보여주며 쇠말뚝을 비유했다. 여기에 극중 인물 이름은 독립운동을 한 이름들과 연관되어 있고,  이들이 탄 차량 번호판을 보면 삼일절(0301), 광복절(1945) 등이 암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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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판 벌인 김고은,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

 



영화 파묘 속 배우들의 연기는 단연 압권이다. 특히 배우 김고은의 소위 '칼춤' 장면은 뿜어내는 힘이 거대하다. 영화 곡성에서 보여준 배우 황정민의 모습과는 또 다른 결이다. 장재현 감독이 배우 박정민을 통해 섭외를 했다고 하는 데 왜 그런지 알 정도였다.

 

영화 파묘 다음 스틸컷


배우 최민식과 유해진의 연기는 단연 압권. 이 둘의 캐미는 영화 봉오동 전투에 이어 두 번째로 생각되는 데, 영화 파묘에서도 좋은 호흡을 보여준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로 떡상한 배우 이도현은 영화 파묘가 스크린 첫 데뷔작이라고 한다. 영화 파묘를 먼저 찍었으나, 더 글로리가 먼저 나온거라고 하는데 신인임에도 멋진 연기를 보여준다.

 

영화 파묘 다음 스틸컷

 
이런 가운데 배우 최민식이 파묘한 자리에 돈을 던지는 장면은 실제 풍수사들이 묫자리에 10원이나 잔돈을 놓고 온다는 모습이다. 그래서 장재현 감독은 10원짜리를 놓는 걸로 생각했는 데, 100원 동전에 이순신 장군이 있는 걸 보고 100원으로 결정했다고. 순간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을 연기한 최민식이 떠올랐다고 한다. 막상 일본 장군 귀신을 상대한 내용이니 의도하지 않았지만, 딱 들어맞았다고.

 

영화 파묘 다음 스틸컷


영화 파묘는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영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을 모두 망라한 대단한 영화"라며 호평을 받았다. 굿과 파묘. 모처럼 한국에서만이 나올 수 있는 작품이 나왔다. 영화 검은 사제들, 영화 사바하를 연이어 연출한 장재현 감독에게 박수를. 그만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며. 영화 파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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