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7. 11. 18:42ㆍ영화산책/어떤 의미지? 메시지 영화
※영화 헤어질 결심, 스포일러있습니다.
새로운 작품이 나오면 늘 기대하면서 보는 감독이 있다. 박찬욱 감독도 그 중 한 명이다. 영화 헤어질 결심이 공개되었을 때도 마치 당연한 의무인 것 처럼 일정을 비웠다. 굳건한 팬심이다.
무엇보다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이 직접 고른 제목이라고 하지만, 이전 작품과는 달리 확 와 닿지 않았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대체 이 작품은 무엇인지.
영화 헤어질 결심은 한 남자의 변사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형사 해준(박해일)은 숨진 남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유력한 용의자로 올려놓고 수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수사를 진행할 수록 서래를 향한 해준의 감정선이 미묘하게 흔들린다. 경찰이라는 신분으로서 완벽한 해준이지만, 어찌된 이유에선지 서래 앞에서 만큼은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 때문에 범죄자를 사랑하게 되는 '스톡홀롬 증후군'이 문득 떠오르며 영화가 자칫 뻔하게 흘러가는 가 했다. 혹은 해준과 서래의 시시콜콜한 멜로 이야기로 빠져 들거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게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영화는 형사와 용의자 사이에 일어나는 감정선을 지키면서 서로의 감정을 팽팽하게 유지한다. 특히 통역앱을 통해 나누는 이들 간의 대화는 건조한 AI음성 뒤 보이지 않는 서로의 감정이 뿜어져 나온다. 구태여 대화를 하지 않아도 이들의 감정이 보인다는 말이다. 영화는 그렇게 범행의 동기, 감정의 여운 등을 쏟아내며 무려 2시간이 넘는 분량을 몰입하게 한다.
산과 바다 그리고 새와 물고기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눈에 띄는 장소는 '산과 바다'다. 이 두 곳 모두 '죽음'과 연결되어 있는데 뜻하는 바는 조금 다르다.
먼저 영화 속 산은 살해가 일어나는 장소이면서도, 서래의 공포를 유발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서래의 가족들을 뿌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처럼 산은 '두려움'의 의미를 담고 있는 동시에 해준과 서래를 연결하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반면, 바다의 의미는 또 다르다. 바다는 해준과 서래 모두 좋아하는 곳이고 무엇보다 피 냄새가 나지 않는 곳이다. 이 때문에 이들의 마지막을 암시하는 장소기도 하다. 산과 달리 바다는 아무도 찾지 못하게 깊은 바다 밑으로 버리라는 해준의 말이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다.
흥미롭게도 새장에 갇힌 새와 어항에 갇힌 물고기 또한 이들의 운명을 암시한다. 산의 죽음이 이들을 연결짓는 매개체라면 새의 죽음 또한 이들을 연결하는 매개체다. 깃털이 바로 그것이다.
다만 물고기의 경우 조금 다르다. 시장에서 생선 눈을 찌르는 정안(이정현)의 모습, 이후 직접 생선을 손질하는 해준을 보면서 해준과 서래의 파국을 암시한다.
언제나 늘 그렇듯 박찬욱 감독의 촬영 연출은 독특하다. 이번에도 파격적으로 다가오기 충분했다. 수시로 장면을 오버랩하는 부분과 범행 나레이션을 풀어내는 장면, 해준과 서래가 함께 통화하는 장면 등은 그동안 인물 중심에서 풀어내는 연출과 또 다른 방식이었다. 무엇보다 작품 속 또 다른 모니터를 활용해 각 인물의 심리를 다른 각도로 비춰낸 것도 주목할 만 하다. 이 때문에 이들의 감정선이 영화 막판까지 끊어지지 않고 팽팽하게 이어졌다.
수시로 안약을 넣는 해준의 눈과 파리가 날아다니는 시체의 눈. 나는 왜 해준의 심리가 그토록 절박하게 보였는지. 해준과 서래는 비가 왔을 때 가장 편하고 여유로워 보였는지. 어쩌면 영화 속 이들은 이미 모두 헤어질 결심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닐런지. 영화 헤어질 결심 추천.
"당신이 사랑한다고 말할 때 당신의 사랑이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났을 때 내 사랑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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