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걸어도 걸어도, 가족이란

2022. 6. 6. 21:23영화산책/사람들의 이야기, 낭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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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걸어도 걸어도 다음 스틸컷


폭풍전야. 영화 걸어도 걸어도(Still Walking , 2008)를 보며 떠올린 감정이다. 보기에는 소소한 대화를 하는 한 가족의 일상을 담은 것 같지만, 수면 아래에 깔려 있는 이들의 사연은 실로 무겁다.

 

영화 걸어도 걸어도 다음 스틸컷


영화 걸어도 걸어도는 10년 전 사고로 죽은 장남 준페이의 기일에 모인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당시 바다에 놀러 간 준페이가 물에 빠진 요시오를 구하다 그만 변을 당했고, 그로부터 이들 가족들은 매년 여름 고향집에 모인다.

 

자칫 무거운 소재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잔잔하고 평화로운 장면으로 승화했다. 이 때문에 평범한 일상 속 장면인데도, 어디선가 진한 슬픔이 배어 있다. 모처럼 고향을 찾은 가족의 모습에는 쓸쓸한 분위기가 어른댄다. 밝아 보이지만, 정작 밝지 않은 묘한 감정선이 영화 전체적으로 깔려 있다는 의미다.

 

 

영화 걸어도 걸어도 다음 스틸컷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은 서로 불편한 대화를 멀리하려는가 하면, 즐거웠던 과거만을 회상하려 한다. 이 때문에 대화 도중 어색한 침묵이 불쑥 찾아오기도 한다. 서로의 아픔에 침묵하는 이들 가족의 모습에서 짙은 외로움이 배어 나오기도 한다. 

 

영화 걸어도 걸어도 다음 스틸컷


영화 걸어도 걸어도를 보고 있으면 당장 태풍이라도 몰아칠 분위기다. 거대한 파도가 몰려와 모든 걸 앗아갈 듯 하지만, 이들 가족은 이성의 힘으로 꾹꾹 누르며 '가족'이라는 틀을 아슬아슬하게 지켜나간다.

 

영화 걸어도 걸어도 다음 스틸컷

 

자식의 묘를 찾는 부모의 마음, 영화 초반 쿄헤이(하라다 요시오)가 산책하면서 바라본 초록색 이미지와 잔잔한 음악, 그리고 그의 걸음은 마치 하나의 인생을 압축해 놓은 것 같아 넋 놓고 바라보게 된다.

 

영화 걸어도 걸어도 다음 스틸컷

 

영화 걸어도 걸어도는 고레에다 감독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회상과 그리움으로 연출했다고 한다. 영화 초반 어머니가 요리를 하는 장면도 실제 고레에다 감독 어머니의 요리를 그대로 담은 것이라고. 당시 어머니가 입원해있던 병원을 자주 방문하면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에 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다만, 고레에다 감독은 가족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에 대해 해결방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는 그저 서로 간의 모습을  바라보는 걸 택했다. 가족이란. 영화 걸어도 걸어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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