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사람으로 산다는 건

2022. 4. 4. 17:57영화산책/현실을 꼬집다, 사회 비판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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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다음 스틸컷

 

개가 아닌 사람입니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I, Daniel Blake)에서 다니엘 블레이크가 이 말을 내뱉었을 때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다. 한 평생 목수일만 해왔던 병든 노동자의 복받친 감정이 보는 이에게까지 고스란히 다가와서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다음 스틸컷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심장 지병을 앓은 목수 블레이크가 질병 수당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돌아다니는 이야기를 담았다. 블레이크는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 준법정신을 지키며 살아가는 또 한 명의 선량한 시민이다. 그런 블레이크가 막상 법적인 테두리에 보호를 받으려고 했을 때, 현실의 높은 벽을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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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신청'이라는 현실적 벽과 융통성 없는 '관료주의적인 절차'로 인해서다. 목수일만 해온 그였기에 자연스레 온라인 절차는 그에게 있어 미지의 장소와 다름 없다. 마땅히 이를 알려줘야 할 관공서의 담당자들은 마치 로봇처럼 규정 안에서만 맴돈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이 불친절한 절차로 인해 사람들은 자연스레 수당 신청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다음 스틸컷


여기에 런던에서 뉴캐슬로 넘어온 또 다른 가정이 있다. 아이 두 명의 엄마 케이티(헤일리 스콰이어)의 사연이다. 한 부모 가정인 케이티는 데이지와 딜런을 위해 뉴캐슬로 넘어온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다음 스틸컷


하지만 이들 가정은 끝내 정부로부터 복지 지원을 받지 못한다. 수당 신청이 늦었다는 이유에서다. 낯선 도시에서 길을 잃었다고 변명해봐도 관공서의 태도는 무섭도록 냉혹하고 차갑다. 케이티는 가난의 굴레를 벗어내고자, 이곳저곳 발 벗고 나서지만,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통조림 통을 따서 먹는 케이티의 모습을 보며 인간의 존엄성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다음 스틸컷


사람이 자존심을 잃은 거면 다 잃은 거요.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모습을 치밀하게 담아냈다. 작품은 어찌나 현실적으로 담아냈던지 여러차례 극한 좌절을 맛 보게 한다. 일용직 노동자들의 비애, 그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장면은 흡사 가시마냥 따갑고 아프게 쏘아댄다. 여기에 제대로 돌아가야 할 복지 정책이 규정된 절차로 인해 유명무실이 돼버린 점 또한 꼬집으며 현실적인 복지가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한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다음 스틸컷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서 주목할 점은 바로 개의 모습이다. 영화 초반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개와 아무대나 똥을 갈겨대는 개의 장면들은 사람과 동물의 경계를 빗댄다. 이성의 끈을 놓지 않는 인간으로서 존중을 지켜달라는 블레이크의 외침이 가볍게 다가오지 않는 이유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다음 스틸컷

 

사회에 던지는 영화적 메시지도 무겁다. 이 영화를 연출한 켄 로치 감독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자리에서 "우리는 희망의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고 말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기자 회견에서는 "사람들에게 '가난은 너의 잘못이다'라고 말하는 우리의 잔인함이 문제"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다음 스틸컷


늘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를 대변하는 감독으로 익히 알려진 켄 로치 감독. 그렇다고 그의 작품에선 늘 비극적인 장면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그의 작품 속에 분명 소소한 행복들이 존재한다. 어떠한 삶도 희망이 있고 소중하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다음 스틸컷


영화 한 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이 작품을 만든 켄로치 감독에게 찬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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