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놉 해석, 조던 필 공포의 하늘

2022. 8. 21. 23:52영화산책/현실을 꼬집다, 사회 비판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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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놉 해석, 스포일러 있습니다.

 

영화 놉 다음 스틸컷


올해 개봉을 앞둔 영화 중 많은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 작품이 있다. 영화 놉(NOPE)이다. 영화 겟아웃, 영화 어스를 연출한 조던 필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이었기에 팬들의 관심은 이어졌다.

 

영화 놉 다음 스틸컷


영화 놉의 메시지 전달 방식은 이전 작품과 다르다. 이전 작품에서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면, 이번 작품에선 보다 은유적인 메시지가 곳곳에 담겨있다. 이 때문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데도, 감독의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모르겠다는 현장 반응도 뒤따랐다.

 

영화 놉 다음 스틸컷


먼저 영화 놉의 간략한 내용은 이렇다. 어느날 OJ 헤이우드(다니엘 칼루야)의 아버지 '오티스 헤이우드 시니어(키쓰 데이빗)'가 하늘에서 떨어진 무언가에 맞아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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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이한 현상을 파악하기 위해 나선 OJ와 에메랄드(케케 파머). 그러다 하늘에서 이상한 게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이들 남매는 곧 이 의문의 정체를 직접 눈으로 보게 된다. 

 

영화 놉 다음 스틸컷


이와 함께 주피터 파크를 운영하는 '리키 주프 박(스티븐 연)'의 과거 사건도 재조명된다. 침팬지와 엮인 끔찍한 사건을 알리며 향후의 벌어질 일을 암시한다.

 

영화 놉 다음 스틸컷

 


"내가 또 가증하고 더러운 것들을 네 위에 던져 능욕하여 너를 구경 거리가 되게 하리니" (나훔 3장 6절)



구약성서에 적혀있는 이 문구는 영화 놉 초반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니느웨가 요나의 경고로 회개했지만, 다시금 잔혹한 일을 벌여 심판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이는 주프의 과거와 연관되어 있다. 어릴적 극적으로 구조됐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의문의 정체를 통해 '돈'을 벌려고 하는 주프를 통해 성서에 나온 니느웨의 모습이 툭 튀어나온다. 주프는 결국 심판을 받게 되고, 이와 함께 성서에서 말한 '더러운 것'은 하늘 위에서 고스란히 떨어진다.

 

영화 놉 다음 스틸컷

 


외뿔에, 외눈박이 자주색 식인종



영화 놉은 '시선'에 주목했다. 눈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이 자칫 누군가에겐 위협감을 준다는 소재다. 이 때문에 상대와의 눈싸움을 일종의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동물의 본성에 집중했고, 영화 곳곳에선 바로 '시선'을 통해 이뤄지는 초자연적인 일들이 이어진다. 

 

영화 초반 오티스의 눈은 찢어진채 사망하거나, 거울에 비친 말이 흥분하는 모습, 카메라를 가리는 사마귀의 장면 등 시선으로 인해 향후 발생하는 일을 암시한다. 

또 영화 속 감독인 앤틀러 홀스트(마이클 원콧)는 평소에도 '눈'에 매료된 인물로 죽는 순간까지 본인을 위한 선택을 한다. 보이지 않으면 믿지 않는다는 그의 말이 가볍지 않은 이유다. 여기에 고디(침팬지)가 어린 주프를 바로 공격하지 않은 모습 도 눈길을 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공격적인 성향을 보인 고디가 흘러내려온 식탁보에 서로의 눈을 가리자, 금세 진정을 찾는다. 이렇듯 영화는 시선에 대한 부분을 거듭 강조하면서 '외뿔에, 외눈박이 자주색 식인종'이라는 말과 함께 절정으로 치닫는다.

 

영화 놉 다음 스틸컷

 


OJ는 살았을까



영화 놉은 열린 결말을 두고 있다. 영화 막판 OJ의 모습이 희미하게 드러났지만, 에메랄드의 웃음이 슬픈 것인지, 기쁜 것인지를 도통 알 수 없다. 무엇보다 OJ가 선 자리 위에 '저편 어딘가' 라는 푯말의 의미가 눈에 들어온다. 이는 현 세계와 사후 세계를 가르는 경계선으로도 보인다. 영화 막판 에메랄드가 우물에서 의문의 정체를 찍은 사진 또한 경계선으로 나누어져 있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다만 영화 중간 OJ가 의문의 정체를 다룰 수 있다고 강조하는 부분이 있기에 실제로 OJ가 의문의 정체를 다루는데 성공한 것일 수도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어찌됐든 조던 필 감독은 확실한 대답을 내리지 않았다. 

 

생일파티 당시 고디를 자극한 풍선이 결국 주프가 쏘아올린 풍선으로 막을 내리는 부분도 묘미. 영화는 풍선으로 시작해 풍선으로 끝났다는 의미다.

 

영화 놉 다음 스틸컷


여전히 조던 필 감독만의 비판



은유적 메시지에 신경썼지만, 조던 필 감독의 날카로운 사회 비판은 멈추지 않았다. 그동안 백인이 카우보이의 대명사였다면 이번 영화 놉에선 흑인 카우보이가 처음으로 등장하며 편견을 부순다. 실제 1878년 사진가 에드워드 마이브리지의 '달리는 말(the horse in motion)'을 인용하며 흑인 기수에 대한 기록이 없는 걸 꼬집었다. 

 

구글 캡처


이안 쿠퍼 PD는 "조던 필은 원조 영화 스타(배우, 스턴트맨, 동물 조련사)가 에드워드 마이브리지의 흑인 기수의 옆모습을 보이며 영원히 말을 타고 있는 미지의 흑인으로 함축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역사에서 사라진 흑인 기수를 이 영화를 통해 의도적으로 끌고 왔다는 의미다.

 

영화 놉 다음 스틸컷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죠스가 푸른 바다의 공포를 떠올렸다면, 영화 놉은 푸른 하늘의 공포를 떠올리기 충분하다. 아름다운 장면 뒤에 이면의 모습. 어느 누가 비행접시를 하나의 생명체로 생각했을지. 조던 필 감독의 세계관. 영화 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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