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3. 20:19ㆍ영화산책/현실을 꼬집다, 사회 비판 영화
이란희 감독의 독립영화 휴가를 보게 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영화 제목대로 나 또한 마침 휴가 기간이었고, 하늘 위에서 딱히 할 것도 없던 터라 볼 영화를 이리저리 찾다가 발견한 게 영화 휴가였다.
더욱이 기내 안에서 영화 포스터 글마저 제대로 보이지 않아 영화적 배경 또한 전혀 알 수 없었다. 나 또한 휴가니, 영화 휴가도 잔잔한 내용일 줄 알고 그렇게 재생버튼을 눌렀다.
독립영화 휴가는 어느 한 해고노동자이자, 어느 한 가정의 가장 모습을 묵묵히 담아냈다. 어찌나 솔직하게 담아냈던지 투쟁의 현장 모습이 날 것 그대로 담겨 있다. 이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 왜 천막에 살아야만 하는지를 영화는 현실 그대로를 보여준다. 1주일이 한 달이 되고 1년을 넘어 자그만치 5년이 되어버린 아찔한 상황 속에 이들은 꿈같은 '미래'를 그리며 살아간다.
현실은 녹록치 않다. 장기간의 투쟁은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한다. 어느날 자발적(?) 휴가를 받은 재복(이봉하)은 모처럼 집으로 들어가게 되고, 첫째 딸 현희(김정연)가 수시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딸의 학자금을 준비하기 위해 나선 재복. 결국 친구가 하는 공방으로 들어가 일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 또 다른 청년 노동자를 만나게 된다.
영화는 청년 노동자들의 무기력한 모습, 산재처리 등 현실 곳곳을 조명하며 절정으로 향한다. 라면만큼은 단호히 거절하는 재복을 보며 끼니만이라도 제대로 해결하려는 한 노동자의 모습이 툭 튀어나온다. 사람답게 살려는 한 노동자의 몸짓에 마음이 절로 무거워진다.
이란희 감독은 영화 휴가를 제작할 당시 토머스 스터버의 '인 디 아일'과 다르덴 형제의 '로제타'를 참고했다고 한다. 영화 휴가에도 두 영화의 느낌이 들어있으니 참고해도 될 터.
영화 휴가를 보며 뜻하지 않게 나의 휴가를 돌아 보게 됐다. 마음을 울리는 영화 휴가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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