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영화(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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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이 포 벤데타 해석, 저항의 상징이 된 '가이 포크스'
위쇼스키 형제가 각색한 영화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가 16년 만에 다시 스크린에 올랐다. 지난 11월 2일 메가박스 상영관에 재개봉된 이 영화는 다시금 '가이 포크스' 가면을 상기시키며 눈길을 끌었다. 가이 포크스는 1605년 11월 5일 영국 의회를 폭발시키려다 붙잡혀 처형된 실존 인물이다. 당시 영국 왕실은 가이 포크스의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고 이를 막은 것을 기리는 행사까지 열며 기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이 포크스는 혁명과 저항, 무정부주의(아나키즘)의 대표 인물로 변하게 된다. 실제 온라인에서 익명으로 활동하는 해커집단 어나니머스(Anonymous)에도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는 원작 만화 그대로 제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후인 2040년의 ..
2022.11.15 -
영화 비바리움 해석, '집'이라는 공포
영화 비바리움(Vivarium)을 봤을 때 한 가지 떠오른 것이 있었다. 바로 사육하는 공간인 '비바리움'이다. 관찰이나 연구를 목적으로 동·식물을 가두는 이 공간은 특정 생물이 살아갈 수 있도록 작은 생태계를 꾸미는 이른바 '사육장'이다. 최근 온라인에서도 인기를 끌며 유행붐이 일고 있기도 하다. 영화 비바리움에서 이 작은 사육장이 떠올랐다. 집을 찾고 있는 젬마(이머진 푸츠)와 톰(제시 아이젠버그)은 인근 공인중개소를 가게 되고, 그곳에서 수상한 공인중개사 마틴(조나단 아리스)을 만나게 된다. 마틴은 마침 좋은 집이 있다고 설명한 뒤, 이들을 주택단지 마을 '욘더'를 보여준다. '욘더'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넓은 장소에 사람 하나 보이지 않고, 똑같은 모양의 주택들이 즐비하다. 심지어 구름 형태 ..
2022.11.05 -
영화 프리다, '부러진 척추'가 나온 이유
처음 화가 프리다 칼로를 접한 건 영화가 아닌 '부러진 척추(The broken Column)'라는 작품이었다. 여성의 몸 안에 쇠로 이루어진 척추가 한 눈에 보이는 그림이었다. 급기야 지탱하는 척추는 곳곳에 금이 가 금세 부러질 것만 같았고, 몸에 박혀있는 못과 황량한 배경은 떨어지는 여성의 눈물을 더 무겁게 했다. 그러면서 어떤 사연이 있기에 이다지도 아픈 작품을 그렸는지를 생각했다. 영화 프리다(Frida , 2002)를 보며 막연한 궁금증이 해소됐다. 6살 때 소아마비로 인해 걸음걸이가 불편했던 프리다는 그로부터 10년 뒤인 16살 때 교통사고로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만 했다. 사고 이후 두 팔만 멀쩡했던 그는 취미로 붓을 들었고, 이후 화가의 길을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한다. 이러다 보니 프리다..
2022.10.24 -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 신선한 소재·아쉬운 후반부
7명의 쌍둥이가 한 명의 인물로 살아간다면.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What Happened to Monday?)의 이야기다. 이들 쌍둥이는 '카렌 셋맨'이라는 인물로 자신의 요일에만 외출한다. 그러면서 밖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서로 공유한다. 살아남기 위해서다.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는 식량 부족으로 인류가 인구를 줄여나가야만 한다는 디스토피아적인 설정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인류는 인구를 제한하고 '1가구 1자녀' 산아제한정책을 시행한다. 하지만 이 제도는 고스란히 빈곤층 아이들에게로 향한다. 힘없고 가난한 이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빌거나 그저 바라보는 게 전부다. 철저히 관리당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비참함이 묻어나온다. 그러던 어느 월요일. 쌍둥이 중 하나인 '월요일'이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 갑..
2022.10.22 -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해석, '원'의 세계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스포일러 있습니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를 처음 접했던 건 기사였다. 영화팬들 사이에서 소소한 관심이 입소문으로 이어졌고, 상영관 수가 점차 늘어난다는 내용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별 관심이 없었다. 배우 양자경의 복귀도 시선을 끌게 하지 않았다. 그러던 가까운 이가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추천했다. 예고편부터 보라는 거였다. 처음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예고편을 봤을 때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간만에 영화다운 미장센이 펼쳐져서다. 무질서 속 질서를 경험하는 장면을 바라보며 금세 영화에 몰입하게 했다. 영화는 평범한 일상을 조명하면서도, 독특한 세..
2022.10.20 -
영화 버드박스, 보이지 않는 공포·아쉬운 결말
눈을 뜨고 세상을 보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영화 버드박스의 이러한 설정은 확실히 영화 팬들의 몰입을 돕는다. 자발적으로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흡사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영화 해프닝을 떠올리게 한다. 다만 영화 버드박스는 영화 해프닝과 달리 눈을 통한 공포심을 더 부각했다. 현재가 아닌 5년 전 과거를 오고가는 전개 방식 또한 다가올 미래가 어떻게 될지를 궁금케 한다. 특히 맬러리(산드라 블록)가 극한 상황 속에서 한 집으로 피신하는 장면은 긴장감을 불어 넣는다. 일면식도 없던 이들이 한 공간에 모이면서 묘한 갈등을 불러 일으키게 되고, 서로를 위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서로를 믿지 못하는 심리적 경계심이 자연스레 나온다. 무엇보다 생필품을 구하러 마트를 가는 장면은 이들 간의 관계를..
2022.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