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리다, '부러진 척추'가 나온 이유

2022. 10. 24. 00:06영화산책/사람들의 이야기, 낭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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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리다 다음 스틸컷


처음 화가 프리다 칼로를 접한 건 영화가 아닌 '부러진 척추(The broken Column)'라는 작품이었다. 여성의 몸 안에 쇠로 이루어진 척추가 한 눈에 보이는 그림이었다. 급기야 지탱하는 척추는 곳곳에 금이 가 금세 부러질 것만 같았고, 몸에 박혀있는 못과 황량한 배경은 떨어지는 여성의 눈물을 더 무겁게 했다. 그러면서 어떤 사연이 있기에 이다지도 아픈 작품을 그렸는지를 생각했다. 

 

영화 프리다 다음 스틸컷



영화 프리다(Frida , 2002)를 보며 막연한 궁금증이 해소됐다. 6살 때 소아마비로 인해 걸음걸이가 불편했던 프리다는 그로부터 10년 뒤인 16살 때 교통사고로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만 했다. 사고 이후 두 팔만 멀쩡했던 그는 취미로 붓을 들었고, 이후 화가의 길을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한다.

 

영화 프리다 다음 스틸컷


이러다 보니 프리다의 작품은 당시 감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간접적으로 느끼는 게 아닌 화가 본인이 직접적으로 느낀 감정이 전달되면서, 날 것의 심리가 툭 튀어나온다. 이는 프리다만이 드러낼 수 있었던 예술적 세계였다.

 


줄리 테이머 감독은 어두웠던 프리다의 장막을 벗겨냈고 그 뒤에 본연의 빛을 내는 프리다를 담아내려고 했다. 결혼을 당연시했던 당시의 시대에서 벗어나 스스로 목소리를 내려는 인간 프리다를 보여주려고 했고 고정적인 성 역할에서 탈피해 주체적인 삶을 찾고자 하는 한 여성의 외침을 표현하려고도 했다. 

 

영화 프리다 다음 스틸컷


특히 디에고(알프레드 몰리나)를 매혹시켰던 파티에서의 첫 만남은 프리다의 세계를 알려준 장면이다. 여기에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는 프리다의 이야기도 담아내는 등 영화는 전반적으로 프리다의 일대기를 고스란히 담았다.

 

영화 프리다 다음 스틸컷


그래서 그런 것일까. 영화의 메시지는 중간 중간 방향을 잃고야 만다. 처음부터 프리다의 일대기를 말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장애를 가진 프리다의 사랑을 얘기하고 싶은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여성화가로서 겪었던 당시의 부조리한 상황을 꼬집고 싶은 건지, 영화의 메시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모호해진다. 

 

영화 프리다 다음 스틸컷


영화는 시간이 갈 수록 다큐멘터리에 가까웠고 결말도 디에고와의 해피엔딩으로 급하게 마무리된다. 오프닝에서의 신선한 구도가 후반부로 갈수록 흐지부지되고야 만다.

 

영화 러빙 빈센트 다음 스틸컷


이 때문에 도로타 코비엘라, 휴 엘치맨 감독의 영화 러빙 빈센트가 떠올랐다. 고흐의 생을 충실히 따라간 작품이 생각난 것이다. 

 

영화 프리다 다음 스틸컷


영화 프라다의 작품도 같은 연출을 통해 다시 스크린에 올라가면 어떨지를 생각해본다. 쉽지 않은 작업이겠지만, 그의 작품으로 그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프리다의 심리를 더욱 잘 이해할 것 같다. 특히 스스로 머리를 잘라야만 했던 그 슬픈 모습을 말이다.

무언가 아쉬웠던 영화 프리다. 그래도 프리다의 삶을 다룬 영화가 없기에. 그의 삶을 접해보고자 한다면 추천. 

 

영화 프리다 다음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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