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24. 18:49ㆍ영화산책/사람들의 이야기, 낭만 영화
이야기꾼 이준익 감독다웠다. 영화 동주, 박열 등을 잇달아 연출한 이준익 감독의 손은 영화 변산을 또 다른 청춘들의 이야기로 선보였다. 고향을 떠난 학수(박정민)의 삶을 통해 당대의 청년들의 삶이 불쑥 튀어나온다.
고향 변산을 버리고 서울로 올라온 학수의 꿈은 래퍼다. 쇼미더머니에서 6번 도전한 그였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그러던 학수가 고향으로 우연히 가게 되고,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자신의 과거와 마주치게 된다. 여기에 선미(김고은)를 만나게 되면서 학수의 삶은 서서히 달라진다.
과거는 늘 학수를 괴롭힌다. 하지만 학수는 선미를 통해, 그리고 아버지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러면서 세상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물러나지 않고 도전하는 한 청년의 삶으로 우뚝 선다.
배우들의 열연도 돋보인다. 흔들리는 학수의 내면을 고스란히 보여주기 위해 배우 박정민의 노력이 작품 곳곳에 잘 녹아있다. 특히 박정민 특유의 짜증 연기는 학수의 캐릭터에 몰입하게 도와준다. 여기에 배우 김고은은 선미 역을 맞추기 위해 체중을 무려 8kg 늘렸다고 하니 배우들의 정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내 고향은 폐항, 내 고향은 가난해서 보여줄 게 노을밖에 없네."
앞서 영화 동주, 영화 박열을 연출하면서 '시'의 세계를 보여준 이준익 감독은 영화 변산에서도 이어갔다. 시를 좋아하는 학수의 과거를 보여주면서 학수의 내적 심리를 보여주고, 랩을 통해 학수의 세계관 또한 보여준다. 압축된 메시지가 리듬을 통해 들리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귀까지 즐겁게 한다.
이준익 감독은 국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트렌디한 랩과 고전적인 변산을 통해 학수가 불편한 기억을 맞닥뜨린다면 이야기가 될 것 같았다"고 밝혔다.
청춘들의 잔잔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 변산. 주말 하루 보내는 건 어떨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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