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 12. 22:16ㆍ영화산책/사람들의 이야기, 낭만 영화
픽사 역사상 최고의 5분. 영화 애니메이션 업(UP)을 향한 찬사다. 한 부부의 함축된 삶을 보고 있자면, 스크린을 넘어 진한 인생의 무게가 다가온다.
사실 영화 업은 지난 2009년 개봉 당시 과거 픽사가 보여준 작품과는 다른 결이라는 평을 받았다. 픽사 작품 가운데 평범한 사람의 모습을 주인공으로 담은 게 처음이었던 데다가, 그것도 80대를 바라보는 한 노인의 유쾌한 모험을 담은 이야기라 주목을 받았다. 더욱이 실화 바탕이라는 뒷얘기도 나오면서 더 큰 화제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영화 업의 내용은 이렇다. 아내 엘리를 잃고 홀로 지내는 칼 프레드릭슨. 어느날 칼에게 집을 팔라며 재촉하는 이들이 나타난다. 칼은 아내의 손길이 닿는 집을 단호하게 팔지 않는다며 거절한다.
그러나 칼이 어느날 공사하는 한 인부를 뜻하지 않게 폭행하게 되면서, 칼은 요양원의 입원할 것을 권유받는다. 고심하던 칼은 아내의 약속을 떠올리게 되고, 남아프리카에 있는 파라다이스 폭포로 여행을 떠난다. 수만 개의 풍선을 집에 매단 채로.
이같은 발칙한 과정에서 칼은 러셀과 케빈을 만나게 되고, 이들의 모험은 시작된다. 칼은 무사히 파라다이스 폭포로 갈 수 있을까.
영화 업은 권선징악적인 요소보다는 카르페디엠적인 메시지를 갖고 있다. 당초 아내를 위해 떠난 여행이 점차 칼을 위한 여행으로 달라지면서,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내용이 강조되는 것이다. 칼 스스로도 시간이 지나면서 본인의 삶을 위한 선택을 하며 보다 진취적인 결정을 내린다.
사실 영화 업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04년 미국 시애틀에서 있었던 일로 건설사가 당시 인근 부지에 쇼핑센터를 짓기 위해 할머니 이디스 메이스필드를 찾아간다. 하지만 건설사의 거듭된 판매 요청에도, 할머니는 단호하게 거절한다. 그 이유가 숨진 어머니의 손길이 닿는 집을 차마 팔지 못해서였다고. 이 사연을 접한 건설사는 감동을 받으며 이디스의 사정을 이해하며 이후에도 교류를 가졌다고 한다.
이처럼 영화 업에는 배경부터 이야기까지 깊은 사연이 담겨있다. 초반 5분의 장면에는 어른들의 마음을, 모험을 하는 장면에는 어린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모든 이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가을 주말 따듯한 이야기가 생각난다면. 영화 업 을 보는 게 어떨런지. 영화 업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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