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영화(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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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호텔 뭄바이, 테러 현장에서
평화롭던 거리에 갑작스레 총알이 날아든다면. 그것도 사람들이 많은 퇴근길 시간에 맞춰서.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2008년 11월 인도 뭄바이 곳곳에서 테러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사망자만 200여명. 역쪽에 시작된 테러는 타미마할 호텔까지 이어졌다. 당시 경찰조차 제대로 진압하지 못해 피해가 더 컸다. 인도증시까지 개장되지 않을 정도로 전 세계가 경악한 사건으로 남는다. 이 때문에 이 사건을 기반으로한 영화 호텔 뭄바이가 나온다고 하자, 영화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한편으로는 실화를 두고 어떻게 영화적인 느낌으로 표현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궁금증이 이어졌다. 잔혹하게만 사실만 나열한다면 결국, B급 영화로 남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막상 스크린에 오르자, 영화 호텔 뭄바이에 대한 호평이 뒤..
2021.04.20 -
영화 마스터(The Master), 누가 마스터였나
영화 마스터(The Master)를 접하게 된 것은 많은 영화 평론가들의 호평때문이었다. 이른바 이름만 대면 다 알만한 평론가들이 영화 마스터만큼은 후하게 평점을 내렸다. 그래서 기대됐다. 이 영화는 대체 무엇인가라면서. 영화 마스터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일상으로 돌아간 프레디 퀠(호아킨 피닉스)의 삶을 담았다. 프레디는 자신이 제조한 술에 의존하며 살아갈 정도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날 정박해 있던 한 배에 들어가게 되고 프레디는 랭케스터(필립 세이모어 호프만)를 만나게 된다. 랭케스터는 인간의 심리를 연구하는 ‘코즈’ 연합회를 이끌고 있는 이른바 '마스터'다. 그는 프레디를 상대로 실험을 하고 친구이자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프레디는 랭케스터를 완벽한 인간으로 생각한다. 랭케..
2021.02.21 -
영화 린온피트(Lean on Pete), 소년의 홀로서기
영화 린온피트(Lean on Pete)의 포스터를 보면서 소년과 말에 대한 지극히 신파적인 이야기인 줄 알았다. 또 '승마' 얘기로 당연히 넘어가겠거니 하고 바라보다가, 어느덧 한 소년의 홀로서기 이야기에 그만 빠져버린 나를 보았다. 매일 혼자 달리는 소년 찰리 톰슨(찰리 플러머). 그의 가정은 매우 열악하다. 급기야 찰리는 돈을 벌기 위해 나섰고 그 때 경주마 '린온피트'를 만나게 된다. 찰리는 린온피트를 지극 정성으로 관리한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아빠가 끝내 숨지게 된다. 슬픔에 잠긴 찰리. 그리고 그동안 정을 주던 린온피트마저 도살장으로 끌려가게 되는 처지에 놓이자 소년은 큰 결심을 한다. 바로 자신을 아껴주던 고모를 만나기 위해 린온피트와 함께 긴 여정을 떠나게 된 것이다. 영화 린온피트..
2021.02.06 -
영화 캐롤(Carol), 눈빛 그리고 진실된 사랑
눈빛에서 눈빛으로 끝난 영화. 캐롤이다. 영화 캐롤의 시대 배경은 1950년대 뉴욕이다. 백화점 직원인 테레즈(루니 마라)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고객인 캐롤(케이트 블랏쳇)과 마주치게 된다. 테레즈는 캐롤을 한눈에 보자마자 알 수 없는 감정에 이끌린다. 그것은 캐롤 역시 마찬가지. 사랑이다. 이들은 서서히 서로를 알아가며 사랑의 불씨를 키운다. 불꽃처럼 활활 타오르는 사랑이 아닌 잔잔한 파도를 연상케 하는 이들의 관계를 보고 있다 보면 한편의 클래식 음악을 듣는 듯 하다. 조용하면서도 거친 이들의 감정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터널을 지난 뒤 부드럽게 울리는 차 안의 노래를 통해 이들의 관계는 캐롤의 빨간 손톱처럼 점차 뚜렷해진다. 뿐만 아니라 배우 케이트 블랏쳇의 심도 있..
2021.01.29 -
영화 스포트라이트, 언론의 민낯 왜 불편했나
영화 스포트라이트(Spotlight, 2015)는 2002년 가톨릭 보스턴 교구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담았다. 당시 미국의 3대 일간지 중 하나인 보스턴 글로브내 스포트라이트팀은 가톨릭 사제들이 아동을 대상으로 성추행한 것을 만천하에 알렸고 전 세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사회봉사하는 종교단체였기에 파급력은 더 컸다. 그런 사건이 스크린상에 올라온다고 하니 대중들의 기대는 자연스레 커졌다.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절제된 감정으로 당시의 상황을 잘 그려냈다. 자칫 기자 중심으로 비춰질 영웅적인 소재들을 비추기 보다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심리를 적절히 녹여가며 사건 중심으로만 다가갔다. 더욱이 지역에 깊은 뿌리를 내린 이들의 공동체 모습까지 담아내며 오로지 진실로만 파고드는 스포트라이트 팀의 모습을 잘 살렸..
2021.01.23 -
영화 런(RUN), 기막힌 반전
영화 런(RUN)을 보기 전부터 궁금했다. 관객들의 평점도 평점이지만, 눈길을 끈 것은 다름아닌 감독이었다. 아니쉬 차간티 감독은 영화 서치를 연출한 인물로 당시 혜성 같이 등장, 일약 '천재 감독'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나 또한 영화 서치를 보면서 조던 필 감독, 데이미언 셔젤을 연상케 할 정도로 연출력에 큰 인상을 받았던 터라, 이번 영화 런을 자연스레 기대하게 됐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휴대폰 조차 터지지 않은 집에서 엄마 다애인(사라 폴슨)과 딸 클로이(키에라 앨런)의 눈치싸움은 몰입에 몰입을 더한다. 더욱이 클로이의 성장 과정과 그 속에 숨겨진 비밀들을 보고 있다 보면, 90분의 시간이 금세 지나간다. 이뿐만이랴. 영화 런은 단순히 스릴러에 그치지 않는다. 자칫 한정된 공간에서 광적인 집..
2021.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