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영화(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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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틸라이프(Still Life), 삶에 관한 이야기
영화 스틸라이프(Still Life)는 자칫 죽음에 대한 이야기만을 다루는 것 같아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고독사한 이들을 위해 장례를 치르는 존 메이(에디 마산)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외롭고도 쓸쓸한 분위기가 물씬 드러난다. 이 때문인지 반복된 삶, 똑같은 음식을 먹는 존 메이의 일상은 매우 따분해 보일 정도다. 그 모습은 꼭 텅 빈 껍데기를 떠올리게 한다. 영화 스틸라이프는 우리말로 정물. 즉, 정지하여 움직이지 않은 모습을 뜻한다. 서양에서는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는 물건을 두고 지칭한다고 한다. 이러한 삶은 고인의 마지막 유품을 정리하는 존 메이의 하루와 묘하게 닮아 있다. 그렇게 우울하게 이어질 것만 같았던 영화 스틸라이프에 숨겨진 메시지가 있다. 바로 '삶'이다. 우베르토 파솔리니 감독은 한 ..
2020.10.14 -
영화 조커, 광기어린 광대는 누가 만들었나
토드 필립스의 영화 조커는 그동안 우리가 알던 조커가 아니었다. 광기어린 광대의 진모습은 어디서든 길 위에서 볼 수 있는 시민이었고 궁핍한 삶을 이어가는 또 다른 이웃과도 같았다. 그것은 영화 초반 잔뜩 쌓아놓은 쓰레기 비닐봉지 더미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남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 이 순수한 인물은 어느 곳에도 가지 못하는, 수거되지 못하는 존재로 결국 변질되고야 만다. 영화 조커의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웃게 되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하지만 가엾은 '어머니'를 옆에서 지켜주는 효자이며 '코미디언'이 되고 싶은 꿈 많은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그에게 사회는 무척이나 차갑고 냉담하다. 급기야 복용하는 약조차 지원받지 못하고야 만다. 그래도 아서는 '희망'을 가지며 묵..
2020.10.08 -
영화 밤쉘(Bombshell), 미투 연대의 힘
영화 밤쉘(Bombshell)은 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밤쉘. 사전적 의미로 '폭탄선언'이라는 말이다. 나홀로의 고함은 미투 연대로 이어지고 그 결과,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단단한 벽을 무너뜨린다. 영화 밤쉘은 실화를 토대로 한다. 보수 언론 폭스 뉴스의 로저 에일스(존 리스고) 당시 회장은 직원 여성들을 상대로 성희롱과 성추행을 하는 것을 서슴치 않았고 피해자들은 회사 내 군림하는 로저를 상대로 막지 못했다. 암묵적 침묵은 결국 또 다른 피해자들을 낳고야 만다. 하늘 높은 줄 모르던 로저의 권력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11년 간 폭스 뉴스에서 몸을 담은 그레천 칼슨(니콜 키드먼)이 퇴사한 이후부터다. 그레천은 로저의 추악함을 알리고자, 자료를 모으고 있었고 부당한 해고가 뒤따르는 순간, 로저를 성희롱..
2020.09.01 -
영화 나를 찾아줘(Gone Girl, 2014), 반전 스릴러 영화를 찾고 있다면
영화 나를 찾아줘(Gone Girl, 2014)는 2시간 동안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데이빗 핀처의 완벽한 연출력은 영화팬들을 말 그대로 홀리게 한다. 영화 나를 찾아줘는 결혼 5주년 날 닉 던(벤 애플렉)의 아내 에이미(로자먼드 파이크)가 사라지면서 시작된다. 누가 보기에도 완벽하고 유명 인사인 부부기에 에이미의 실종 신고는 모두의 관심을 받는다. 하지만 이상하다. 남겨진 증거는 모두 닉을 유력한 용의자로 몰아 붙인다. 아내를 찾아나선 닉이지만, 하루아침에 아내 살해범이 되는 것이다. 그는 결국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진실을 찾아 나서게 된다. 영화는 충격적인 전개로 이어진다. 에이미의 실종은 다름아닌 에이미 스스로 꾸며낸 것. 바람을 피우는 닉이 자신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
2020.08.30 -
영화 라이언, 20년 만에 돌아온 '집'
길을 잃은 5살 아이가 20년이 지나 가족을 찾는다. 그것도 7600km 떨어진 곳에서. 믿기지 않겠지만 실화다. 영화 라이언(Lion, 2016)은 '사루 브리얼리'의 일을 다룬 영화로 BBC 등 각종 매체에서도 다뤄 큰 화제가 됐다. 이야기는 이렇다. 1986년 형과 함께 돈을 벌러 나온 5살 사루가 기차역에서 홀로 잠들었다가 집을 잃어버리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호주 한 가정에 입양된 사루. 성인이 된 5살 아이는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 집을 찾아 나서게 되고 '구글어스'를 통해 마침내 가족을 만나게 된다. 사실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감동스러운 이야기라 영화 라이언을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대부분은 억지로 감동만 짜내려는 구도로 몰고 갔고 이는 늘 극한 피로감으로 다가왔기 때문..
2020.08.23 -
영화 나이브스 아웃, 고전 추리물의 향수
한 편의 퍼즐 게임. 영화 나이브스 아웃(Knives Out, 2019)을 보면 떠올린 생각이다. 영화 나이브스 아웃은 사건의 과정을 꼭꼭 숨긴 뒤 나중에 폭탄처럼 사실을 폭로하는 것이 아닌, 가족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날의 과정을 퍼즐 조각처럼 맞춰간다. 이는 관객들로 하여금 또 다른 탐정이 되어 쫓아가는 효과를 부르는 데 영화의 몰입을 돕는 흥미로운 전개 방식이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유명 추리소설 작가 할란(크리스토퍼 플러머)이 자신의 85번째 생일저녁을 치른 다음날 사체로 발견된다. 사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 가족들은 경황이 없는 상태로 장례식을 치른다. 하지만 일주일 뒤, 뜻밖의 연락을 받는다. 할란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게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형사 2명과 사립 탐정 1명은 할..
2020.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