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영화(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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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애니메이션 업 해석, 오프닝 5분의 감동
픽사 역사상 최고의 5분. 영화 애니메이션 업(UP)을 향한 찬사다. 한 부부의 함축된 삶을 보고 있자면, 스크린을 넘어 진한 인생의 무게가 다가온다. 사실 영화 업은 지난 2009년 개봉 당시 과거 픽사가 보여준 작품과는 다른 결이라는 평을 받았다. 픽사 작품 가운데 평범한 사람의 모습을 주인공으로 담은 게 처음이었던 데다가, 그것도 80대를 바라보는 한 노인의 유쾌한 모험을 담은 이야기라 주목을 받았다. 더욱이 실화 바탕이라는 뒷얘기도 나오면서 더 큰 화제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영화 업의 내용은 이렇다. 아내 엘리를 잃고 홀로 지내는 칼 프레드릭슨. 어느날 칼에게 집을 팔라며 재촉하는 이들이 나타난다. 칼은 아내의 손길이 닿는 집을 단호하게 팔지 않는다며 거절한다. 그러나 칼이 어느날 공사하는 한..
2022.09.12 -
영화 버드박스, 보이지 않는 공포·아쉬운 결말
눈을 뜨고 세상을 보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영화 버드박스의 이러한 설정은 확실히 영화 팬들의 몰입을 돕는다. 자발적으로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흡사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영화 해프닝을 떠올리게 한다. 다만 영화 버드박스는 영화 해프닝과 달리 눈을 통한 공포심을 더 부각했다. 현재가 아닌 5년 전 과거를 오고가는 전개 방식 또한 다가올 미래가 어떻게 될지를 궁금케 한다. 특히 맬러리(산드라 블록)가 극한 상황 속에서 한 집으로 피신하는 장면은 긴장감을 불어 넣는다. 일면식도 없던 이들이 한 공간에 모이면서 묘한 갈등을 불러 일으키게 되고, 서로를 위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서로를 믿지 못하는 심리적 경계심이 자연스레 나온다. 무엇보다 생필품을 구하러 마트를 가는 장면은 이들 간의 관계를..
2022.09.07 -
영화 범죄도시2, 한국판 형사 시리즈 등극
"전편 넘는 속편", "장첸은 순둥이였다" 영화 범죄도시2를 두고 이어진 평론가들의 호평이다. 화답이라도 하듯 영화 범죄도시2는 어느덧 1천만 영화 반열에 올랐다. 관객들의 반응도 평론가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확실히 전편보다 재미있다는 평이다. 영화 범죄도시2는 금천경찰서 강력반 마석도(마동석) 형사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전편에서는 조선족 장첸(윤계상) 신드롬을 일으키며 무려 688만 명 관객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이는 18세 이상 영화 가운데 TOP3에 달하는 성과다. 이번 영화에선 15세 이상으로 낮추는 등 개봉전부터 기대치를 높였다. 영화 범죄도시2 내용은 이전 작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배트남 일대를 장악한 살인마 강해상(손석구)을 잡는 이야기는 전편 장첸을 잡는 권선징악형적인 내용과 같..
2022.08.03 -
영화 코다, 보는 음악 그리고 장애인
영화 코다(CODA). 농인 부모 사이에 태어난 청인 자녀(Children of deaf adult)의 줄인말이다. 제목에서도 가늠할 수 있듯이 영화 코다는 한 농인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실 영화 코다는 앞서 개봉된 영화 미라클 벨리에를 재해석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전체적인 틀만 놓고 보면 영화 코다와 영화 미라클 벨리에의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가족 중 유일하게 소리를 듣는 둘째 아이가 음악적 재능을 가지고 노래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는 같은 결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디테일에서 조금의 차이가 있다. 영화 코다에서 유일하게 소리를 듣는 루비(에밀리아 존스)는 어부의 자녀이고, 영화 미라클 벨리에에서 폴라(루아 에머라)는 농부의 자녀라는 점. 또 영화 코다에선 실제 ..
2022.07.24 -
영화 헤어질 결심 해석, 산과 바다 그리고 새와 물고기
※영화 헤어질 결심, 스포일러있습니다. 새로운 작품이 나오면 늘 기대하면서 보는 감독이 있다. 박찬욱 감독도 그 중 한 명이다. 영화 헤어질 결심이 공개되었을 때도 마치 당연한 의무인 것 처럼 일정을 비웠다. 굳건한 팬심이다. 무엇보다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이 직접 고른 제목이라고 하지만, 이전 작품과는 달리 확 와 닿지 않았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대체 이 작품은 무엇인지. 영화 헤어질 결심은 한 남자의 변사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형사 해준(박해일)은 숨진 남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유력한 용의자로 올려놓고 수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수사를 진행할 수록 서래를 향한 해준의 감정선이 미묘하게 흔들린다. 경찰이라는 신분으로서 완벽한 해준이지만, 어찌된 이유에선지 서래 앞에서 만큼은 다른 감정을 느끼..
2022.07.11 -
영화 걸어도 걸어도, 가족이란
폭풍전야. 영화 걸어도 걸어도(Still Walking , 2008)를 보며 떠올린 감정이다. 보기에는 소소한 대화를 하는 한 가족의 일상을 담은 것 같지만, 수면 아래에 깔려 있는 이들의 사연은 실로 무겁다. 영화 걸어도 걸어도는 10년 전 사고로 죽은 장남 준페이의 기일에 모인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당시 바다에 놀러 간 준페이가 물에 빠진 요시오를 구하다 그만 변을 당했고, 그로부터 이들 가족들은 매년 여름 고향집에 모인다. 자칫 무거운 소재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잔잔하고 평화로운 장면으로 승화했다. 이 때문에 평범한 일상 속 장면인데도, 어디선가 진한 슬픔이 배어 있다. 모처럼 고향을 찾은 가족의 모습에는 쓸쓸한 분위기가 어른댄다. 밝아 보이지만, 정작 밝지 않은 묘한 감정선..
2022.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