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 23. 21:54ㆍ영화산책/현실을 꼬집다, 사회 비판 영화
※ 영화 괴물들이 사는 나라(Where the Wild Things Are) 스포일러 있습니다.
영화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보게 된 것은 순전히 친구 덕이었다. 제목만 듣고 SF영화인줄 알고 화려한 액션을 기대한 채 묵묵히 보기 시작한 나였다. 그런데 영화는 내가 생각했던 방향과는 전혀 엉뚱하게 흘러갔다. 영화는 다채로운 영상미 보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오랫동안 여운을 남겼다.
"다른 흡혈귀는 늙으면 이빨이 빠지지만,
자신만 이빨이 빠지지 않으니깐 흡혈귀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영화 속 주인공 맥스는 도통 어른들의 제어가 안 되는 아이였다. 오로지 자신의 세계만을 바라봤으며 자기 중심적으로만 판단했다. 그러던 것이 어느날 엄마와의 갈등이 생기고 결국 맥스는 집을 나가는 모험(?)을 단행한다.
"과연 행복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까?
행복을 얻으려고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잖아."
배를 타고 알 수 없는 곳에 표류한 맥스. 낯선 곳에서 괴물들을 만나게 된다. 자신보다 몇 배나 큰 이들을 보며 맥스는 어찌할 바를 모르며 두려움에 떤다.
하지만 자신과 같이 '나'만 생각하는 한 괴물을 보면서 맥스의 두려움은 서서히 사라지게 된다. 마침내 괴물 앞에서 모습을 드러낸 맥스. 새로운 낯선이의 등장으로 괴물들 또한 잠시 당황스러워했지만, 이내 맥스와 교감한다. 오히려 맥스를 통해 과거 괴물들의 즐거웠던 시간을 회상하며 아이처럼 놀기 시작한다. 괴물들은 그런 맥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맥스를 왕으로 치켜세운다.
우리가 얼마나 이렇게 놀면서 즐겼는지 모르겠어.
평화도 잠시, 괴물들끼리 질투와 시기가 생겼고 심지어 왕인 맥스마저 이들의 갈등에 휘말리게 된다. 맥스는 순수하게 모두가 함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어했지만, 결국 서로의 욕심을 극복하지 못하고 신뢰마저 틀어지게 된다. 맥스는 결국 집으로 가는 길을 선택한다.
아우우우우우~~~~~~ 아우~
맥스를 배웅하는 괴물의 마지막 포효 장면은 명장면으로 기억된다. 괴물들은 그동안 맥스와의 있었던 모든 감정을 늑대소리 하나로 담아냈고 맥스 또한 이들의 마지막 작별에 호응한다. 그렇게 이들은 짧았던 시간을 뒤로한 채 서로의 길을 걷게 된다.
영화 괴물들이 사는 나라는 정말 기대도 안했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매끄러운 영상 속에 부드러운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오랫동안 여운을 남긴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괴물들의 정체가 '어른'들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이해할 수 없는 어른의 세계를 경험하면서 그 속에 우리가 놓쳤던 삶의 관계가 툭 튀어나오는 것이다. 순수하게 바라보는 눈과 욕심으로 바라보는 눈의 간극에서 아이들이 상처를 받고 있는 게 않을런지. 영화 괴물들이 사는 나라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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