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문기자, 결말 그리고 저널리즘

2020. 3. 22. 17:06영화산책/현실을 꼬집다, 사회 비판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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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영화 신문기자 다음 스틸컷(이하 생략)

 

영화 신문기자(The Journalist, 2019)는 개봉전부터 영화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아베 정권의 사학 스캔들 등을 담은 모치즈키 이소코 기자의 저자 '신문기자'를 모티브로 한 얘기가 스크린에 등장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것도 일본 현지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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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진실을 숨기려는 일본 정부의 민낯이 드러나는 탓에 현지 배우들도 영화에 출연하기를 망설였다고 한다. 국내 한 매체에 따르면 실제로 스기하라 타구미 역을 맡은 마츠자카 토리는 주연임에도 TV 또는 예능 출연기회를 얻지 못했다. 개봉 직후 영화 공식사이트가 정체모를 해커들로부터 공격까지 받을 정도였으니 현지에서도 이슈들이 끊이지 않았다고. 

 

 

숱한 화제를 낸 영화 신문기자의 내용은 어떤 내용일까. 토우토신문 요시오카 기자는 어느날 익명의 제보를 받는다. 일본 내각부가 대학을 신설하려고 하는데 그것이 대학이 아닌 군사적으로 이용되는 연구소라는 내용이다. 요시오카는 숨겨진 내막을 밝혀내기 위해 취재에 나선다. 그리고 서서히 진실에 접근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내각부의 은밀한 여론 조성 방식이 드러난다. 트위터를 통해 이른바 SNS선동에 나서는 것이다. 그런데 이 모습이 낯설지 않다. 과거 우리나라의 국정원 댓글 공작 관련 사건과도 묘하게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영화 속 여론을 조성하는 행위는 내부고발자 폭로에 대한 관심보다는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 엉뚱한 꼬리표를 만들게 한다. 이슈에 또 다른 거짓 이슈가 터져 나오면서 물밀듯이 밀려드는 다수의 의견은 한 순간에 소수를 타락시킨다. 이는 결국 스기하라의 상사의 목숨까지 끊게 만든다. 여기에 장례식장에서 나타난 취재진의 모습은 굶주린 하이에나를 연상케 할 정도로 고인의 명예를 잘근잘근 물어뜯는다. 영화는 이 모든 것을 담아내며 사회 부조리를 조목조목 꼬집는다.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은 진실을 파헤치는 요시오카와 진실을 알리려는 스기하라의 심리를 카메라로 표현했다. 카메라를 보다 인물 중심으로 확대했고 프레임 또한 평소보다 늘렸다. 이는 극중 캐릭터의 불안한 심리를 고스란히 전달하게 했다.

 

서서히 결말로 향하는 영화는 결국 요시오카의 끈질긴 집념으로 진실을 보도하게 된다. 주요 언론사까지 후속보도를 원하는 멋진 '특종'기사가 된 것이다. 하지만 횡단보도에 멈춘 스기하라와 요시오카의 결말 장면은 묘하게 이들의 운명을 엇갈리게 한다. 서로의 감정이 다르게 표현되는 장면 속에 영화는 순식간에 마무리된다. 이러다 보니 결말에 대해 많은 이들의 추측이 나온다. 과연 스기하라가 자신의 가족을 택하느냐, 아니면 폭로를 이었느냐는 것이다. 답은 크레딧 자막에 나온 엔딩곡에 있다.

 

영화 신문기자를 통해 배우 심은경은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연소,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심은경은 일본 활동을 위해 2017년부터 일본어를 공부했다고 한다. 그렇게 심은경이 요시오카의 배역을 맡게 되면서 요시오카의 출생 배경도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인물로 바뀌게 됐다. 


다만 영화 제작진은 일본 여배우들이 요시오카 에리카 역을 거절했고 돌고 돌아 심은경한테 전달됐다는 말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은 방한 기자회견에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심은경이야말로 캐릭터에 딱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다만 "보이지 않는 압력 속에서 만든 영화"임을 밝히면서 일본 정부의 외압이 있었다는 것을 시인했다.

 

 

저널리즘의 가치를 보여준 영화는 신문기자말고도 몇몇 있다. 토마스 맥카시의 영화 스포트라이트,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더포스트 등이 그것이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언론을 떠올려봤다. 과연 요시오카처럼 몇 차례 퇴고를 하고 관계자의 멘트를 더 붙이면서 충실한 뉴스를 만들고 있는지를 말이다. 저널리즘의 가치를 지닌 기자들을 위해. 영화 신문기자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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