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3. 23:13ㆍ영화산책/현실을 꼬집다, 사회 비판 영화
영화 프리즌 이스케이프를 보면서 일전에 다녀온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장이 문득 떠올랐다.
도심에는 높은 건물과 백인들이 가득하지만, 도심 조금만 벗어나면 수만 개 흑인들의 판자촌이 줄지어 있던 그 모습이 스크린 상에서 나타난 것이다. 이는 마치 보이지 않는 벽과 같은데 영화를 통해 다시금 그 보이지 않는 벽의 존재가 눈앞에서 그려졌다.
"분노를 오랫동안 간직해. 그것만이 벽너머에 세상이 있다는 증거니까"
영화 프리즌 이스케이프는 인권운동가 '팀(다니엘 래드클리프)'과 '스티븐(다니엘 웨보)'의 감옥 탈출 일대기를 담았다. 이들은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라며 인종차별 반대 운동을 진행한, 그것도 적극적으로 운동을 하는 인물들이다. 그러던 이들이 인종차별 반대 운동을 하다가 현장에서 적발돼 재판을 받게 된다. 그리고 백인의 권력을 넘봤다는 이유로 아무도 탈출하지 못한 감옥에 수용된다.
넘어야할 강철문은 15개. 팀과 스티븐은 탈출을 위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다양한 방법이 나오지만, 팀은 하나의 계획을 세운다. 바로 나무로 열쇠를 만드는 것이다. 처음에 비웃던 이들도 하나, 둘 강철문을 열어가는 팀의 결과물을 보며 환호하기 시작한다. 이들은 그러면서 감독관의 눈을 피한 채 404일 간의 비밀 계획을 이어간다.
이 과정에서 불편한 장면들이 중간중간 나오게 된다. 이들은 범죄를 저질러 수용된 죄수들임에도 불구하고 흑인들은 정작 이들보다 못한 대우를 받으며 감옥에서 일을 하고 있다. 죄수들은 힘없이 맞는 흑인을 보며 조롱까지 하게 되는데 흑인에 대한 곱지 않은 차별적 시선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다. 당시 흑인이 처했던 상황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넬슨 만델라가 1994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이 됐지만, 대다수 흑인이 백인들의 일을 도와주는 모습을 현지에서 왕왕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영화 프리즌 이스케이프는 어떻게 촬영됐을까. 영화는 남아공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호주에서 제작됐다고 한다. 본래 케이프 타운에서 찍을 예정이었지만, 자금 문제로 인해 호주에서 찍게 될 수 밖에 없었다고.
또 팀과 스티븐과 함께 탈출했던 레너 폰테인(마크 레오라르노 윈터)은 안타깝게도 실존 인물이 아닌 캐릭터라고 한다. 프랜시스 아난 감독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감옥에 있었던 사람들 사이에 흥미로운 접점이 있었다"며 "그 감옥에 외국인들이 있었고 이 가운데 프랑스 남자가 있었던 것에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레너 폰테인의 캐릭터는 영화 속 코미디적인 에너지를 불러일으키며 이야기에 다른 면을 가져왔다"고 덧붙였다.
영화는 조그만 열쇠구멍을 통해 이들이 하나가 되는 사실을 관객들에게 암시한다. 열쇠구멍을 통해 팀과 스티븐 그리고 레너 폰테인을 한번에 잡아주는 모습이 특별한 이유다. 여기에 열리는 문을 통해 또 다른 닫힌 문을 바라보는 앵글은 탈출극의 긴장감을 더하기도 한다. 코로나19에 갇혀있는 지금. 주말에 영화 프리즌 이스케이프를 보며 따분한 주말을 탈출해보는 것은 어떨런지. 닫힌 문을 열어보자.
'영화산책 > 현실을 꼬집다, 사회 비판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나이트 크롤러, '돈'을 쫓는 언론 (0) | 2020.07.17 |
---|---|
영화 미쓰백 그리고 아동학대 (0) | 2020.06.18 |
다크워터스, 기업과의 한판 승부 (2) | 2020.04.01 |
영화 신문기자, 결말 그리고 저널리즘 (2) | 2020.03.22 |
영화 설국열차, 세상을 꼬집다 (4) | 2020.03.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