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18. 22:14ㆍ영화산책/현실을 꼬집다, 사회 비판 영화
가족이 되고 싶다면 손가락을 지지라는 계부의 말에 9살 아이는 뜨거운 프라이팬에 손을 집어넣었다. 같이 산 친모는 아이의 목에 쇠사슬을 채운 채 생활하기까지 했다.
영화 속 장면이 아니다. 믿기지 않지만,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창녕에서 이들 계부와 친모는 이웃들의 눈을 피한 채 아이를 상대로 잔혹한 학대를 계속했다. 결국 아이가 4층 베란다를 통해 도망치고 나서야 이들의 잔혹한 수법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9살 아이의 아동학대 사건은 최근 많은 이들을 공분케 하고 있다. 무책임한 어른들의 이기적인 모습에 많은 이들이 부모의 무책임을 꼬집으며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건과 함께 재조명되는 영화가 있다. 아동학대에 대한 내용을 다룬 영화 미쓰백이다. 계부와 친모의 잔혹한 학대 수법이 영화 내용과도 묘하게 오버랩 된다. 영화 미쓰백은 살인 미수 전과범인 백상아(한지민)와 아동학대를 당하는 김지은(김시아)의 만남을 시작으로 이들 간의 숨겨진 이야기를 조명한다.
햇빛조차 들지 않은 화장실에서 잠들거나 쇠사슬에 묶인채 생활하는 아이 김지은. 아이는 용기를 내 경찰에 신고하지만, 보호자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다시 가정으로 돌아간다. 도망치면 잡히고 도망치면 잡히는 이 지독한 뫼비우스의 띠와 함께 학대는 계속해서 이뤄진다. 아이는 결국 3층 높이의 화장실 창문에서 떨어지며 목숨을 내건 탈출을 시도하기에 이른다.
이 때문에 한 겨울 슬리퍼를 신고 방황하는 김지은을 바라보는 백상의 눈빛은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백상아도 처음에는 타인의 시선으로 김지은을 바라봤지만, 살고자 하는 아이의 몸부림에 결국 꾹꾹 가둬뒀던 마음의 상자를 연다. 그리고 이들은 아픔의 기억들을 서로 어루만지며 미래를 바라보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타인에게 친절한 주미경(권소현 역)이 소주를 마시는 장면과 터널에서 백상아와 김지은을 흑과 백으로 구분 지었던 장면은 머릿속에 오랫동안 남는다. 이들의 극명한 대비는 보는 이로 하여금 이야기의 몰입을 더한다. 이지원 감독의 연출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영화 미쓰백을 보며 한동안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비단 이 이야기가 영화 속만의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도 어디선가 고통받을 제 2의 백상아, 제 2의 김지은이 있지 않을런지. 어른들은 언제쯤 이 문제를 풀 수 있을까. 울림이 큰 영화 미쓰백에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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