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7. 27. 22:35ㆍ영화산책/현실을 꼬집다, 사회 비판 영화
故최숙현 선수 사건으로 인해 체육계의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절대 군주로 자리잡은 감독 체제에서 말 못한 가혹행위와 폭력이 이어졌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사실 체육계의 병폐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뿌리부터 곪고 곪아 악습이 되버린지 오래다. 폐쇄적인 구조 속 선수 홀로 단단한 벽을 깨기란 쉽지 않다. 영화 4등에서도 이러한 체육계의 민낯을 간접적이나마 볼 수 있다.
영화 4등은 성적지상주의에 빠져버린 국내 사회를 비판하며 부조리한 엘리트 교육의 문제점을 꼬집는다.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음에도 4등을 벗어나지 못하는 준호(유재상)에게 엄마(이항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광수(박해준)에게 찾아가 수영을 가르쳐달라고 한 것. 마지못해 수락한 광수는 기꺼이 '몽둥이'부터 든다. 다 너를 위한 거라면서.
“예전에는 안 맞아서 맨날 4등 했던 거야 형?”
준호가 처음으로 2등하던 날 동생 기호(서환희)가 내던진 말이다. 기호의 질문은 영화팬들에게 묵직하게 다가온다. 어른들의 비틀어진 교육관이 아이들의 시선으로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려는 준호의 모습 또한 더 안타깝게 한다. 준호가 홀로 수영을 하면서 자신이 왜 수영을 하는지, 수영을 하면 왜 즐거운지를 스스로 찾아 나선 것이다. 맨발로 도망쳤던 준호는 결국 다시 코치를 찾아가 수영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 준호에게 광수는 한마디 한다. “니 혼자 해봐라. 금메달 딴디.”
그동안 ‘사랑의 매’는 허울 좋은 체벌과도 같았다. 감독이라는 이름 하에, 또는 선배라는 이름 하에 암묵적으로 이뤄지는 악폐습 중 하나다. 세계적인 축구 선수 박지성도 이 벌을 받기도 했다. 언제까지 1등에 목매이며 선수만 잡을 것인지. 그렇게 매를 원한다면 차라리 자신 스스로 처벌을 받는게 어떨런지. 영화 4등은 꼬집는다. 시대가 변했다고. 정지우 감독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영화 4등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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