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 7. 21:37ㆍ영화산책/현실을 꼬집다, 사회 비판 영화
※ 영화 빵과장미(Bread and Roses) 스포일러 있습니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찰리 채플린의 말이다. 자신이 겪는 삶은 힘들지만, 타인이 보면 그렇지 않다는 의미다.
영화 빵과장미가 그러했다. 영화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건너온 이주민들의 삶을 담으며 현지인과의 또 다른 삶의 경계선을 그려낸다. 목숨을 건 자신의 투쟁은 타인에게는 먼 세상 이야기였고 이로 인한 상처는 결국 본인이 감당해야만 했다.
멕시코에서 미국 국경을 넘은 마야(필라르 파딜라)는 아찔한 고비를 넘기고 자신의 언니 로사(엘피디아 칼리로)를 만난다. 하지만 이 과정이 순탄치 않다. '돈'을 벌기 위해 '돈'을 지급해야만 하는 불편한 현실이 드러나며 이민자들의 또 다른 애환이 드러난다.
어두운 현실 앞에 용기를 잃지 않은 마야. 그는 밝은 에너지를 뿜어내며 청소노동자의 길에 들어선다.
그렇게 장밋빛 미래만이 놓여 있을 것만 같던 노동자의 길 위에 마야는 현실의 벽을 마주한다. 고용주의 갑질과 비이성적인 노동환경이 눈 앞에 펼쳐진 것.
그 때 샘(에드리언 브로디)이 혜성처럼 등장한다. 샘은 노동자들에게 의료보험과 휴가에 대해 설명을 하며 청소노동자의 부당한 현실을 알린다. 뒤늦게 현실을 인지한 노동자들은 '빵과장미를 달라'고 외치며 거리로 나가게 된다. 여기에서 '빵'은 먹을 것이고 '장미'는 최저임금에 대항했던 여성 노동자를 의미한다.
영화 빵과장미를 보고 있다 보면 켄로치만의 유쾌함이 곳곳에 드러난다. 심각한 분위기로 이어지려고 하면 켄로치만의 특유한 유머로 갑갑했던 숨통이 트이게 한다. 다르덴 형제의 '내일을 위한 시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그래서 영화는 또 다른 힘을 발휘한다. 유쾌함 속에 묻어나오는 현실은 다름아닌 우리가 외면한 일상이었던 것이다.
비단 미국만의 일일까. 한국도 '임금'을 줄이기 위해 외국인노동자들을 고용하거나 학생들을 불법으로 고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먹고 살기 힘든 상황에 놓인 이들은 고용주의 말을 무시할 수 없게 된다. 법의 사각지대에서 또 다른 폭력이 자행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부분을 영화 빵과 장미는 놓치지 않았다. 영화의 울림이 크게 다가오는 이유다.
노동자의 일상을 돌아보고 싶다면. 주말 오후 이 영화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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