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0. 7. 15:24ㆍ영화산책/현실을 꼬집다, 사회 비판 영화
지난 설날, 영화 남산의 부장들이 한 케이블 TV방송에서 첫 공개됐을 때 주목을 받았던 게 기억이 난다. 당시 '2021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뒤라 관심은 더 컸다.
사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이 개봉할 당시에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등 국내에서 내놓으라 하는 대배우들이 나온다고 해서다. 늘 잘 차려진 잔칫상에 먹을 게 없었기에 이 공식은 이번에도 이어질 줄 알았다.
더욱이 누구나 아는 내용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했던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의 이야기를 담은 내용은 듣고 또 들었기에 자칫 지루하게 다가올 것 같았다.
하지만 우민호 감독이 누구인가. 영화 내부자들로 영화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감독 아닌가. 영화 마약왕도 큰 울림이 있었기에 내심 영화 남산의 부장들도 그러할 거라고 기대했다.
영화는 기대 이상이었다. 권력의 상관관계 속 당시 부장들의 팽팽한 기싸움만으로도 몰입을 더한다. 전 국민이 아는 역사를 풀어내는 것인데도, 인물 간 갈등이 스크린 밖에서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여기에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는 영화의 몰입을 돕는다. 박통 역을 맡았던 배우 이성민과 박용각 역을 맡았던 배우 곽도원의 눈빛 연기는 실로 섬뜩할 정도다. 더욱이 큰 계획을 암둔 김규평의 감정을 연기한 배우 이병헌의 열연 또한 빛났다. 깔끔하게 넘긴 그의 머리가 점차 앞으로 내려가면서 이야기는 절정에 달한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이 개봉하자 김재규(영화 속 김규평) 부장을 변호한 변호사도 한 매체를 통해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재판이 아니라 개판이었다. 1심은 2주 만에 졸속으로 끝났고 사형 선고가 나자마자 바로 집행됐다. 전두환 신군부가 5.18이 일어나자 김재규 일당이 구심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 것 같다."
다만 이 변호사는 영화 속과 달리 김 부장은 박정희 군사 쿠데타에 가담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재야 세력을 도와 '반 혁명' 세력으로 몰리기도 했다고 한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동아일보에서 2년 2개월간 연재한 기자 김충식의 취재기를 바탕으로 작성된 책 남산의 부장들을 토대로 제작됐다. 당시 이 책은 베스트셀러에 오를정도로 관심을 받았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김 부장이 박 대통령을 살해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영화 속 처럼 육군본부가 아닌 남산으로 갔으면 역사가 바뀌었을까. 대한민국의 역사는 어떻게 됐을런지. 영화 남산의 부장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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