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0. 10. 13:45ㆍ영화산책/현실을 꼬집다, 사회 비판 영화
1년 하루 12시간 동안 마음껏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면. 영화 더 퍼지 포에버(The Forever Purge)는 이같은 기괴한 소재를 두고 있다. 사실 이 소재는 더 퍼지 시리즈의 가장 중요한 설정이다. 살인을 해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배경은 스릴러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눈길을 줄 만한 요소다.
전작에 비하면 완성도가 높다. 전작들이 잔인함만을 강조하려 했다면, 이번 시리즈에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건너간 불법체류 이민자들의 삶을 담아냈다. 현지에 깔려있는 차별이 툭 튀어나오면서 사회적 메시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어느날 멕시코 국경을 넘어 미국에 정착한 멕시코 부부. 이곳에서 잘 적응한 아내 아델라(안나 데 라 레구에라)와 남편 후안(테노크 휴에타)은 곧 '퍼지의 날'을 맞이하게 된다.
영화 속 '퍼지의 날'은 매년 단 하루 범죄가 허용되는 날이다. 미국 내에서 이민자들이 급증하자, 정부가 '소탕' 차원에서 이같은 방침을 세워 둔 것이다.
다행히 아무 일 없이 지나간 '퍼지의 날'. 하지만, 영원한 퍼지의 날을 선포하는 추종 세력들로 인해 '퍼지의 날'이 계속된다. 통제를 잃은 도시는 순식간에 피바다가 되고 혼란을 맞이하게 된다.
이 극단적인 상황 속에 영화 더 퍼지 포에버는 빠르게 흘러가며 절정으로 치닫는다.
영화 더 퍼지 시리즈를 처음 연출하고 이번에 각본으로 참여한 제임스 드모나코 감독은 이번 시리즈를 두고 '사랑' 이야기에 주목하고 싶었다고 한다.
드모나코 감독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찾고 아메리칸 드림이 살아있는지 궁금해하는 커플에 대한 생각을 나타내고 싶었다"면서도, "이러한 생각이 이번 작품에서 뿌리가 됐다. 폭력의 바이러스는 멈출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시리즈가 다분히 정치적이었다고 말한다. 영화 속 미국과 멕시코를 막는 장벽을 두고 '트럼프 장벽'이라고 꼬집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다고.
아쉬운 점도 분명 존재한다. 영화 더 퍼지 포에버는 유독 멕시코인에 대한 애정(?)이 높다. 백인들이 잔혹하게 살해하는 나쁜 사람으로 묘사했다면, 멕시코인들은 마치 메시아처럼 이들을 구해낸다. 특히 '장미꽃'이 등장하는 전개 방식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이 때문에 인종차별을 두고 시작한 영화가 또 다른 '역차별'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럼에도 영화 더 퍼지 포에버에는 사람을 잡아 둘만 한 매력적인 요소가 분명 존재한다. 범죄가 허용된다는 설정만으로도 100여 분이라는 시간이 금세 지나갈 정도다.
최근 영화 더 퍼지 포에버와 비슷한 소재를 연출한 영화를 접했다. 2016년 독일에서 개봉된 영화 이미그레이션 게임(Immigration Game)이다. 이 영화는 목숨을 걸고 자신의 나라를 탈출한 난민들을 대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설정을 담고 있는데, 불법체류 이민자들의 증오를 담은 영화 더 퍼지 포에버와 묘하게 겹친다.
이러한 잔혹한 설정을 담은 영화가 계속해서 나오는 것은 사회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해석된다. 그동안 부자와 가난한 자들과의 대립이 주를 이뤘다면, 이민자, 난민들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증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의미다.
사회 비판적이 담긴 메시지를 보며 이 영화를 감상해보는 것은 어떨는지. 영화 더 퍼지 포에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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