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0. 19. 17:37ㆍ영화산책/현실을 꼬집다, 사회 비판 영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Squid game)에 관심을 두게 된 건 예고편 때문이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에 참가한 이들이 탈락하면 총을 맞는 기괴한 설정을 보며 '이건 뭐지?'라는 호기심이 들었다. 한국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소재였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이 세상에 드러나자, 국내에서 호평보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생각보다 재미없다', '기대만큼 아니다', '연기가 이상하다' 등 악평이 이어졌다. 이같은 반응에 자연스레 오징어 게임에 대한 관심이 낮아진 것도 사실이었다.
이런 가운데 해외 반응은 국내 반응과 극명하게 엇갈렸다. 해외에서는 '신선하다'며 소위 '잭팟'이 터졌다. 더 나아가 오징어 게임에서 나오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딱지치기' 등의 게임은 전 세계적으로 뻗어나갔다. 드라마에 나오는 의상 또한 인기에 올랐다. 그야 말로 한류 문화 심드롬을 이끌어내며 넷플릭스 사상 최고의 인기 작품이 됐다.
그래서 뒤늦게 봤다. 도대체 오징어 게임에 매료된 이유가 무엇인지를.
사실 저마다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돈'을 얻기 위해 게임을 벌이는 설정은 해외 영화뿐만 아니라 국내 영화에서도 수도 없이 나왔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은 달랐다. 이 드라마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이야기를 위한 소재로 표현한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돈'을 선택해야만 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잘 담아냈다.
참가자들은 결국 우리 이웃
이혼한 성기훈(이정재)은 자신의 딸 생일도 못챙겨 줄 정도로 가난한 아빠다. 대리운전을 하지만, 매달 빠져나가는 대출금을 갚기 위해 허덕이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아픈 어머니의 치료비를 얻기 위해 돈을 빌리려 하지만, 끝내 가장 친한 친구한테도 도움을 받지 못하자 오징어 게임에 참가하게 된다.
탈북자인 강새벽(정호연)의 과거도 우리 사회의 모습을 잘 담아냈다. 목숨을 걸고 탈북을 했지만, 결국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는 모습은 우리 사회에 있어서 낯설지 않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초엘리트 코스를 밟았던 상우(박해수) 역시 욕심으로 '선물'거래를 하다 도피하는 인물이다.
이처럼 오징어 게임에 참여한 이들 모두가 저마다 현실적인 사연을 가지고 있다. 우리 주변에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이 게임에 참여하는 것이다. 여기에 모두 '돈'이 없다는 이유로 기회마저 박탈당하고 있다는 것을 드라마는 꼬집는다.
'게임'은 결국 우리 사회였나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은 영화 기생충처럼 계급사회를 비판한다. 공정경쟁을 내세우며 모두가 똑같이 출발하는 것을 강조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오징어 게임에서 보여준 모든 게임은 혼자서 못한다는 점이다. 게임을 중단하는 것도 과반수를 넘어야 한다.
이는 우리의 삶을 고스란히 투영한다. 태어난 순간, 계속해서 타인과 경쟁하는 현실의 민낯이 드러나는 것이다. '삶'의 게임을 포기하기 위해선 경쟁자 또한 멈춰야 하지만, 현실 속 세계는 그렇지 않다.
사회 속에 치열하게 경쟁하는 현대인의 모습은 '돈'을 얻기 위해 목숨을 걸고 경쟁자를 죽이는 참가자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죽은 시신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일부 중간 관리자의 이면 또한 접할 수 있는 현실 속 어두운 모습이다. 결국 오징어 게임은 현실 세계를 축소한 또 다른 사회라는 의미다.
오징어게임 시즌 2, 기대하며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을 두고 일부 배우의 연기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는 동안 연기는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인물이 이 캐릭터를 소화했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몰입했다. 죽음 앞에 놓인 공포를 표현하기란 상당히 어려운 감정선인데, 모든 배우들이 저마다 훌륭하게 표현했다.
만일 넷플릭스가 아닌 TV방송이나, 스크린상으로 오징어 게임이 나왔다면 어떻게 됐을까를 상상한다. TV방송으로 나왔다면 잔혹성 논란과 흐름을 끊는 ppl 장면이 나왔을 게 분명했을 것이고 스크린으로 나왔으면 이 장대한 서사시를 표현하기에는 시간 상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넷플릭스에서 연이어 한국 드라마가 호쾌한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지에 대해 방송계 사람들이 깨달아야 되지 않을까. 오징어 게임 시즌 2를 기대하며.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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