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30. 13:53ㆍ영화산책/벌써 끝? 킬링타임 영화
광기 어린 몸부림. 영화 위플래쉬(Whiplash)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가 그동안 아름다운 이야기만으로 화면을 채웠다면, 영화 위플래쉬는 다른 결을 보여줬다. 한계를 넘기 위해 자신을 시도 때도 없이 채찍질하는 청년을 보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키고야 만다.
뉴욕의 명문 셰이퍼 음악학교에 들어간 앤드류(마일즈 텔러)는 소위 잘 나가는 밴드에 가입하게 된다. 무대에 오르고 싶은 앤드류. 그는 자신의 꿈을 향해 앞으로 전진하고 싶어한다. 이 과정에서 지휘자이자 선생인 플렛처(시몬스)를 만나게 된다.
평소에는 조용하다가 무대에만 오르면 달라지는 플렛처의 야누스적인 모습에 학생들은 늘 두려움에 떤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날카로운 독설을 넘어 폭력으로까지 이어진다. 앤드류의 빰을 때리며 분하냐는 질문을 날리는 장면이 그 예다.
그런데도 앤드류는 온전히 본인 자신에게만 채찍질을 가한다. 최고가 되고 싶다는 목적에 앤드류는 급기야 드럼 위에서 피까지 튀기게 된다. 가슴까지 쿵쾅거리게 하는 앤드류의 연주지만, 그의 음악에는 그야말로 날이 서려있다. 자신의 한계를 뛰어 넘어 플렛처에게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가 음악 곳곳에 묻어나오는 것이다.
영화 위플래쉬의 마지막 장면이 오랫동안 머릿속에 맴돈다. 플렛처가 정말 앤드류의 실력을 인정해서 그에게 조명을 쏴준 것일까. 일종의 숨겨진 앤드류의 또 다른 내면을 부른 것은 아닐런지. 플렛처의 웃는 모습이 결코 가볍게 다가오지 않는 이유다.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영화 위플래쉬는 사실 영화 라라랜드를 만들기 위한 작품이었다고 한다. 재즈와 사랑을 엮은 영화 라라랜드의 소재가 투자자한테 큰 눈길을 끌지 못하자, 상업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영화 위플래쉬를 만들었다고.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의도대로 영화 위플래쉬는 영화계에 혜성처럼 등장했고 그의 명성을 한 껏 끌어 올렸다. 천재 감독의 스토리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배경이다.
영화 위플래쉬에서 오랫동안 남는 대사와 함께 리뷰를 마친다.
세상에서 제일 쓸모없고 가치 없는 말은 ‘그만하면 잘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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