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9. 23:44ㆍ영화산책/벌써 끝? 킬링타임 영화
회사 폐수 유출을 담은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믿기지 않겠지만 실화다. 이 사건은 1991년 낙동강 폐놀 오염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당시 두산전자 공장에서 두 차례 페놀이 방류했고 그로인해 인근 지역 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던 사건을 토대로 영화 제작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소위 학벌 중심주의였던 당시의 사회적 상황도 고스란히 담았기에 상고 출신인 대기업 여성 직원들의 이야기는 온전히 X세대 여성들의 도전적인 목소리를 담아낼 것으로 기대했다.
적어도 영화 중반까지는 그러했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는 남성중심적이고 관료주의적인 문화에 찌든 당시의 상황을 잘 담아냈다. 대학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능력이 있음에도 커피만을 타야만 했던, 임신을 하면 소위 경력단절로 이어졌던 여성들의 모습도 잘 담겨있다.
그 뿐이랴. 회사 내 불쾌한 소문, 그로인해 펼쳐지는 갈등은 여성들을 점점 낭떠러지로 몰고 간다. 그런 그들에게 토익 600점을 넘으면 대리로 진급할 수 있다는 소식은 하늘에서 떨어진 동아줄과 같은 셈. 그런 그들이었지만, 회사의 부조리를 밝혀내기 위해 직원 이자영(고아성), 정유나(이솜) 그리고 심보람(박혜수)의 대찬 행보가 이어진다.
하지만 영화는 막판 다른 결로 이어진다. 삼진그룹을 뺏아갈 외국CEO의 만행이 불쑥 나오면서 회사를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와의 싸움으로 변질된다. 이 때문에 잘 끌고 왔던 사회고발적 영화 메시지가 막판 붕 뜨고 만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연출한 이종필 감독은 내부고발에 대한 영화라 부담을 느꼈던 모양이다. 실제로 그는 내부고발자의 현실을 두고 영화에서만큼은 한 번쯤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무거운 메시지 보다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려 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내부고발자에 대한 우리 현실을 뒤돌아 보게 된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재미없는 것은 아니다. 분명 눈길가는 작품은 분명하다. 영화 중간 중간 관객들의 웃음도 분명 들린다. 평 또한 나쁘지 않은 것도 그 이유다. X세대 여성들의 야심찬 목소리가 궁금하다면. 주말에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보면 어떨런지.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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