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14. 22:46ㆍ영화산책/사람들의 이야기, 낭만 영화
영화 500일의 썸머는 카멜레온과 같다. 보면 볼수록 달라지는 영화의 결을 보며 매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는 꼭 소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상실의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세월마다 달라지는 책의 느낌에서 이와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것이다.
영화 500일의 썸머는 '사랑'을 믿지 않는 썸머(주이 디샤넬)와 그런 썸머를 사랑하는 탐(조셉 고든 레빗)의 500일 인연을 조명한다. 처음 이들의 관계는 그 어떤 인연보다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보이지만, 깊은 관계로 발전할 수록 이들의 사랑은 서서히 삐걱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날 탐이 썸머에 묻는다.
"우리 무슨 관계야?"
누군가의 여자이기를 거부하는 썸머는 톰과 친구도 애인도 아닌 애매한 관계를 이어나간다. 이 과정에서 탐은 썸머와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결국 이들은 헤어지고야 만다. 그런데 '사랑'을 믿지않고 '결혼'을 거부한 썸머가 탐이 아닌 다른 누군가와 결혼하기에 이른다.
영화 500일의 썸머를 보며 자신을 사랑하는 탐을 멀리하고 다른 사랑을 택한 썸머가 도통 속내를 알 수 없는 캐릭터라고 처음에는 생각을 했다. 그런 썸머를 매우 사랑하는 탐의 행동이 안타까워 보일 정도.
하지만 이 영화를 다시 보면 가려졌던 썸머의 입장이 눈에 띄게 된다. 이전까지 썸머를 향한 탐의 순정적인 모습을 옹호했다면 자신의 사랑으로만 다가갔던 탐의 이기적인 사랑 방식이 툭 튀어나온 것이다. 눈치 없는 탐의 행동을 보며 썸머는 탐과의 미래를 불확실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결국 서로의 인연이 아니었음을..
탐과의 썸머는 서로 잘 어울리는 커플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들이 바라보는 사랑과 미래가 달랐고 이는 결국 안타까운 이별로까지 이어지게 했다. 서로의 잘못이 아닌 결국 다른 인연을 향해 서로가 돌아서게 된 것이다. 아픈 이별로 끝난 둘의 사랑이 결국 서로를 더 성장시키게 되면서 영화는 또 다른 울림을 주고 있다.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들. 이별을 경험한 이들, 그리고 새로운 인연을 찾고 있는 모두에게 영화 500일의 썸머를 보는 것은 어떨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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