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 1. 22:50ㆍ영화산책/현실을 꼬집다, 사회 비판 영화
2006년 개봉한 영화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이하 더 폴, The Fall)이 18년 만에 디렉터스 컷으로 돌아왔다.
4K로 부활한 미장센은 그야말로 한 폭의 예술 작품과 다름없다. 더 놀라운 건 이 화면이 CG가 아니라는 점이다.
영화 더 폴을 제작한 타셈 싱 감독은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28개국을 돌아다니며 장소 선정에만 17년이 걸렸다.
배우를 섭외하는 데 7년이 걸렸고, 촬영 기간도 4년이 넘었다. 무려 28년이라는 제작 기간이 걸린 것이다. 준비하던 결혼자금마저 털어내며 만들었다고 하니 영화 더 폴을 향한 그의 애착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다.
영화 더 폴은 1920년 미국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한다.
말을 타고 떨어지는 장면을 촬영하다 부상으로 입원하게 된 전문 스턴트맨 로이(리 페이스). 그는 안타깝게도 하반신이 마비돼 죽음을 결심한다. 하지만 침대 위에서 꼼짝도 못 하는 상황이다.
그러다 호기심 많은 아이 알렉산드리아(카틴카 언타루)가 로이를 발견하게 된다. 로이는 알렉산드리아에게 다섯 무법자의 이야기를 알려주며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이용하기로 한다.
내용은 악당 '오디어스'를 향한 다섯 무법자의 여정이다. 각자의 사연을 가진 이들은 힘을 합쳐 복수를 꿈꾼다.
주목할 점은 이 이야기에서 다뤄지는 미장센이다. 18년 전에 찍은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웅장하면서도 아름다운 화면이 펼쳐진다.
사막, 초원, 도시 등의 장면은 소위 한 폭의 명화였고, 광고 속 한 장면을 떠올리기도 한다. 타셈 싱 감독이 왜 그렇게 장소에 집착했는지 알 정도로 눈길을 끄는 화면이 곳곳에 등장한다. 특히 영화관에서 보니 입이 딱 벌어질 정도다.
그렇다고 영화 더 폴이 동화적인 이야기만 담는 건 아니다. 당시 스턴트맨의 처우에 대한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영화라는 허울 아래 맞고 뛰어들고 부딪히는 스턴트맨의 모습을 보여주며 할리우드의 민낯을 꼬집었다. 극 중 로이의 모습이 통편집되는 부분이 유독 머릿속에 맴도는 이유다.
죽은 이의 틀니를 오렌지 나무 심는 자리에 함께 묻는 것도 눈길을 끈다. 이는 스턴트맨들을 향한 타셈 싱 감독의 특별한 메시지로 다가온다.
여담이지만, 스태프들도 영화 더 폴 촬영을 하면서 리 페이스가 진짜로 불구라고 알았다고 한다. 당연히 카틴카 언타루도 전혀 몰랐다고. 이 때문에 리 페이스가 우울증에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타셈 싱 감독은 카틴카 언타루가 진실된 연기를 펼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 작품에 대한 그의 집착을 단적으로 보여준 대목이기도 하다.
작품에 미친 감독이 만든 영화 더 폴. 화려한 미장센을 경험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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