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 13. 11:40ㆍ영화산책/벌써 끝? 킬링타임 영화
10년 간의 대장정. 영화 명량, 한산 그리고 노량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의 여정이다.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 장군의 대서사시를 마치며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Noryang: Deadly Sea)를 마무리 했다.
당초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국민 모두가 아는 결말을, 그것도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영화화한다는 건 연출자로서 도박과도 같을 터. 더욱이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각 시리즈 마다(최민식, 박해일, 김윤석) 배우를 다르게 섭외한 것도 그랬다. 자칫 엉뚱하게 연출했다간 영화도, 배우도 큰 타격을 입어서다.
이에 김한민 감독은 국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명량해전에선 '용장'(勇將·용맹한 장수), 한산: 용의 출현에선 '지장'(智將·지혜로운 장수)으로서의 이순신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노량: 죽음의 바다에선 '현명한 장군' 즉 '현장(賢將)'을 보여 드리려 했습니다"
3부작을 통해 각각의 이순신 장군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는 모두가 알다시피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전쟁을 다룬 얘기다. 7년 간의 전쟁 속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사건이기도 하면서, 이순신 장군이 숨을 거둔 내용이기도 하다.
당시 안팎으로 복잡한 국면이었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열도가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이자, 왜군은 본국으로 돌아가려고 했고 조선도, 명도 장기간의 전쟁에 마침표를 찍기 원했다.
허나 이순신 장군만큼은 '이렇게 전쟁을 끝내서는 안 된다'며 강하게 밀어붙인다. 이대로 보내다간 또 다른 왜란이 발생한다는 우려에서다. 영화는 이 부분을 집중 조명했다. 왜군과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싸운다는 이순신 장군의 결의를 부각한 것이다.
이러다 보니 아쉬운 대목이 나온다. 바로 영화 막판 이순신 장군이 이전 장수들을 회상하는 장면이다. 이순신 장군의 7년간의 고뇌, 전쟁으로 인한 상심 등의 복합적인 감정을 담는 장면은 분명 필요하긴 했지만, 이 장면으로 팽팽하던 긴장감이 한순간 느슨해지게 된다.
그렇다고 영화 노량에 신파적 요소가 많은 건 아니다. 장기간의 전쟁이었고, 자신의 죽음을 알리지 말고 끝까지 싸워야 한다는 이순신 장군의 역사에 자칫 신파적인 요소만을 강조할 수 있었지만, 김한민 감독은 줄이고 또 절제했다고 한다.
영화 막판 북소리에 대한 지적도 많다. 하지만 실제 역사 속에서도 이순신 장군의 깃발만 떴다 하면 왜군의 사기가 떨어질 정도였다고 하니, 북소리는 왜군에게 공포 그 자체로 다가왔을 터. 그만큼 이순신 장군은 왜군에게 무서운 존재였다.
여기에 전쟁 장면은 압권. CG기술도, 연기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특히 전쟁 장면을 담은 롱테이크 촬영 기법은 몰입감을 더하는데 충분하다. 배우들의 열연도 돋보인다. 진린 도독을 맡은 배우 정재형과 시마즈 역을 맡은 배우 백윤식은 역시나 인물을 잘 소화해냈다. 특히 시마즈의 등장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레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이번 3명의 이순신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순신의 모습으로 현실적인 모습에 김윤석, 목소리에 박해일, 기개에 최민식이 떠오를 듯. 물론 이순신 장군의 실제 모습은 검소하고 인상을 많이 찡그린 나머지 왜소하고 주름이 많았다고 한다.
이번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를 마친 김한민 감독은 차기작으로 임진왜란의 7년을 다룬다고. 그만큼 1592년 그날에 꽂혀있는 셈. 웬만한 전문가보다도 당시의 상황을 잘 안다고 하니 기대가 높다. '천행'이었다는 김한민 감독. 차기작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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