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25. 23:49ㆍ영화산책/현실을 꼬집다, 사회 비판 영화
갑작스러운 재해로 피난처가 단 한 군데 밖에 없다면.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Concrete Utopia)는 '대지진'이라는 극단적인 설정을 통해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구현했다. 그러면서 극한의 상황 속에서 살아남은 인간의 이면을 드러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내용은 이렇다. 하루 아침에 폐허가 된 서울. 이 가운데 황궁 아파트만이 남았다. 생존자들은 황궁 아파트로 모이게 되고, 이후 아파트 주민과 이방인들의 보이지 않는 갈등이 이뤄진다.
영탁(이병헌)이 우연히 아파트 주민 대표가 되면서 이들을 위한 규칙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그 첫번째 행위가 이방인을 내쫓는 것.
공무원인 남편 민성(박서준)은 이방인을 내쫓는 걸 꺼려하지만, 가족을 지킨다는 명분아래에 이를 합리화한다. 반면 간호사인 아내 명화(박보영)는 끝까지 반대하며 자신의 신념을 버리지 않는다. 주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면서 이들의 갈등은 점점 치솟는다. 이들은 과연 어떻게 될까.
아파트를 강조한 이유는?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웹툰 '유쾌한 왕따'의 2부 유쾌한 이웃을 각색한 작품이다. 영화는 원작과 달리 재난 직후의 상황을 담았기에 사건 이후를 담은 속편이라고 보면 된다.
엄태화 감독은 국내 한 매체를 통해 영화를 연출한 과정을 설명했다. '아파트'라는 소재에 끌렸다고 밝힌 엄 감독은 무엇보다 '리얼리티'를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사회에 아파트라는 존재가 단순히 주거 이상의 공간을 의미해서다.
엄 감독은 아파트를 두고 "많은 사람에게 삶의 터전이자 자산이기도 한, 애증의 공간"이라며 "이 그림을 내는 게 중요했다"고 회상했다.
선은 무엇이고, 악은 무엇인가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살기 위해 몸부림 치는 인간의 이기심에 묻는다.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를 계속해서 상기시키는 것이다.
본인이 살기 위해 이방인을 내쫓고, 가족들을 먹이기 위해 타인의 식량을 빼앗는 민성의 고민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 김도윤(도균)의 존재는 소수가 살기 위해 타인을 배척하는 행위가 과연 올바른지를 되묻는다. 인간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외침이 무거운 이유다. 이성을 가진 인간은 말 그대로 짐승이 아니어서다.
엄 감독은 "가족, 내 집을 지키는 일이 중요하고 그것만 바라보면 '남이야 어떻게 되든'(이라는 마음)으로 흐르기 쉽다"며 "이런 마음이 쌓여 우리가 악이라 부르는 선택으로 가는 게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화 속 인물들을 종국에는 악이 아니라 연민의 마음으로 가게 하는 게 최종 목표였다"며 "그건 나, 그리고 내 가족의 모습일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영화는 인간의 이기심에 대해 집요하게 꼬집는다. 영탁이 주민 대표가 되는 과정, 그런 대표가 식량을 찾아오면서 영웅이 되는 과정, 그리고 이런 대표에 등 돌리는 주민들의 모습 등을 보여주며 영화는 다시 한 번 우리에게 던진다. 과연 저들이 정말 사람 먹는 사람들이냐고.
비단 영화만의 일이 아니다. 실제로 과거 집단화한 군중들의 사건들도 있다. 유대인을 학살한 나치 독일이 그렇고, 민족주의를 표방하며 전쟁을 일으킨 일본 제국주의 그리고 아군 아니면 적이라는 말을 내세운 중국의 문화혁명 등이 있다. 근현대적 사건 이전으로 돌아가자면, 이보다 잔혹한 사건들이 존재한다. 인류 역사를 보고 있자면 집단화는 늘 되풀이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본인의 집단을 위해 타인의 인생을 무너뜨린 이들의 행위는 과연 선인가, 악인가. 나치 독일이 패망하고 한 나치군의 말이 생각난다.
"그저 홀린 것 같았어요."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명화의 한마디가 무겁게 다가온다.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었어요."
한 집단을 위한 선택이 누군가에게는 화살로 돌아오지는 않을런지. 많은 생각을 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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