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븐 해석, 도시 사회를 향한 일침

2022. 3. 20. 01:15영화산책/끝까지 보자, 반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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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세븐 다음 스틸컷

 

1950년대 작품 알프레드 히치콕 영화가 아직도 영화팬들 입에 오르고 내리는 이유는 촌스럽지 않아서다. 세련된 영상미와 몰입을 더하는 구성, 탁월한 음향 효과는 보는 이로 하여금 좀처럼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한다. 이 때문에 오랫동안 영화팬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영화 세븐 다음 스틸컷


1995년에 모습을 드러낸 데이빗 핀처 감독의 영화 세븐(Se7en, Seven)도 히치콕 작품의 향기가 물씬 난다. 영화는 지금 당장 자리에 앉아 다시 봐도 27년이라는 세월을 뛰어넘는다. 그만큼 보는 이의 마음을 홀리게 한다는 의미다.

 

영화 세븐 다음 스틸컷


영화 세븐은 한 연쇄살인마의 범죄를 다룬다. 은퇴를 7일 앞둔 형사 윌리엄 소머셋(모건 프리먼)과 근무지를 옮긴 신참 형사 밀스(브래드 피트)가 팀이 되어 연이어 발생하는 살인사건을 조사한다.

 

영화 세븐 다음 스틸컷


사건은 그야말로 기괴하다. 범인은 치밀하게 구성된 계획 아래 피해자들을 고통스럽게 살해한다. 범인은 또 사건 현장에 '탐식', '탐욕', '나태' 등 성서의 7가지 죄악을 언급하며 마치 본인이 심판을 내린 것 마냥 행동한다. 그러던 어느날 존 도(케빈 스페이스)가 경찰서에 와 자신이 범인이라며 자백을 한다.

 


사진 한 장의 힘



영화 세븐의 줄거리만 보더라도, 잔인한 장면만이 스크린을 꽉 채울 거로 보인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간다. 핀처 감독은 '사건'에만 초점을 뒀는데, 사건 현장을 사진으로만 표현하면서 이 끔찍한 상황을 영화 팬들의 머릿속에 맡겨뒀다. 이 때문에 의미없는 장면들만 나열되는 모습이 사라졌고, 이로 인해 전개 방식이 거침 없이 달려나간다.

 

영화 세븐 다음 스틸컷


히치콕 작품이 꼭 그러했다. 굳이 잔혹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도, 또 결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도 영화 팬들의 두려움을 자극하는 요소가 있는데, 핀처 감독도 이를 놓치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 모건 프리먼의 맛깔나는 연기는 물론, 적재적소에 펼쳐지는 음향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영화의 몰입을 더한다.

 

영화 세븐 다음 스틸컷

 

 


무관심에 대한 비판…소머셋의 달라진 한 마디


 

영화 세븐에서 주목할 점은 도시화로 인해 발생하는 '무관심'이다. 작품 속 배경에는 숱한 사건들이 언급되는데, 급기야 눈앞에 살인 사건이 벌어져도 사람들이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고 언급한다.

 

소머셋 형사가 자신의 방에서 시계소리를 들으며 밖의 상황을 듣는 장면, 살인 사건이 벌어졌을 때 경찰들이 퉁명스럽게 말하는 장면 등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 형사 소머셋이 형사 밀스에게 말하는 내용 또한 결코 가볍게 다가오지 않는다.

 


"사람들은 모두 남의 일엔 무관심하잖나. 강간을 당할 때도 도와달라고 울부짖을 게 아니라 불이야 라고 외쳐야 해. 도와달라는 소린 무시하고 불났다란 소리엔 달려오니까."

영화 세븐 다음 스틸컷


무엇보다 살해를 당한 피해자들도 결국 도시화에 따른 희생양으로 비춰진다. 끝없이 먹다가 죽은 첫번째 희생자와 잇딴 약을 투여하며 생을 보내는 희생자, 그를 돈으로 변호한 또 다른 희생자, 몸까지 팔며 돈을 버는 또 다른 희생자 등 영화는 이들 모두를 도시화로 인한 '피해자' 가운데 하나로 바라본다. 

 

영화 세븐 다음 스틸컷


나머지 두 명의 희생자도 결국 도시 속에 벌어지는 일들로 인해 또 다른 피해자로 비춰지게 한다. 이 때문에 소머셋의 달라진 입장이 눈길을 끈다. 영화 초반 택시 기사에게 도시를 떠나 멀리 가달라고 하지만, 영화 막판에는 이 근처 어딘가에 머물겠다는 뜻을 밝힌다. 


"헤밍웨이가 말했죠. 세상은 아름답고 싸워볼 가치가 있다고. 후자에 전적으로 동감이오."라는 말이 무거운 이유다.

 

영화 세븐 다음 스틸컷


영화 세븐은 보면 볼 수록 다양한 메시지가 담긴 작품이다. 만약 단테 등 성서에 관한 지식을 가지는 영화팬이라면, 작품은 더 깊게 다가올 게 분명하다. 더 많은 걸 알면 알 수록 더 많은 게 보인다는 의미다. 

 

영화 세븐 다음 스틸컷


영화 세븐은 '죽기 전에 반드시 봐야 하는 영화'로 꼽힌다. 핀처를 거장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 시간 내서 꼭 보시길. 아직도 형사 밀스의 마지막 장면이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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