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 1. 14:57ㆍ영화산책/현실을 꼬집다, 사회 비판 영화
1986년 4월 26일.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했다. 사고는 레벨 7등급에 달하는 대형사고였다. 당시 소련의 초기 대처는 안일했다. 당국은 국가의 자랑인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가는 컸다. 수만, 수십만 명의 인명피해로 이어졌고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관은 물론, 대피하던 일반 시민들도 피폭을 당했다. 피해는 유럽까지 확산될 정도로 광범위했다. 낮은 수준의 피폭을 당한 사람을 고려한다면 아직도 제대로 된 집계조차 이뤄지지 않은 대형사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영화 체르노빌 1986(Chernobyl: Abyss)은 당시의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이 가운데 지하로 내려가 펌프를 가동한 이른바 '체르노빌 다이버'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담았다.
당시 3명의 엔지니어는 지하수로 흘러 들어가는 방사능을 막기 위해 램프를 들고 직접 밑으로 내려갔다. 방사능에 오염된 냉각수 속으로 들어가는 임무여서 사실상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었다. 다행히 이 계획은 성공했고, 더 큰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사실 그대로 보여줘도 됐을 이야기지만, 영화 체르노빌 1986은 이 과정을 좀 더 영화화했다. 엔지니어와 소방대원, 그리고 장교로 인물을 설정해 '체르노빌 다이버'의 상황을 각색한 것이다.
영화에서는 이들이 어렵게 잠수를 통해 펌프로 향했고, 작업 또한 굉장히 고된 모습으로 그려냈다. 하지만 당시 작업 상황은 생각보다 방사능이 낮았고, 냉각수 또한 무릎까지 밖에 안나왔다고 한다. 당시의 상황을 좀 더 극적으로 연출하고 싶었던 감독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있다.
그렇다고 영화 체르노빌 1986이 당시의 상황을 미화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당시 새벽부터 투입된 소방관들이 피폭된 장면은 사실 그대로를 담아냈다. 실제로도 소방관들은 맨몸으로 화재까지 진압하는데 성공했지만, 큰 불을 잡은 뒤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은 채 쓰러졌다고 한다. 이 끔찍한 상황을 영화는 잘 담아냈다.
당시 공산주의 체제를 비판하는 시선도 등장한다. 시민들의 안전보다 노동절을 챙기려는 서기장의 행동에서 관료주의적인 시스템의 모순이 툭 튀어나온다. 그러면서 애꿎은 시민만이 피해를 입는 게 여실히 드러난다. 이처럼 영화는 체르노빌 다이버의 장면을 제외하고는 당시의 상황을 최대한 담아내려고 했다.
사실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원인은 인재(人災)다. 사람으로 비롯됐다는 말이다. 당시 연구원의 작동 조작 실수로 비롯된 것이었고 이는 대형참사로 이어졌다.
비단 체르노빌 사고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발생한 원자력 발전소 대형 사고는 모두 인재에 가깝다. 미국 스시마일 원전 사고는 경보가 울렸는데도 연구원이 이를 알아채지 못했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운영비를 줄이기 위해 낮게 설계한 게 화근이 됐다. 막을 수 있거나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던 사고였지만, 인간의 실수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것이다.
분명 '원자력'을 이용한 산업은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지만, 영화 체르노빌 1986을 통해 다시 한 번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를 바라며.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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