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안해요 리키(Sorry We Missed You), 가난의 굴레에 대하여

2021. 8. 10. 16:17영화산책/현실을 꼬집다, 사회 비판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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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안해요 리키 다음 스틸컷


가난의 굴레는 끝이 없었다. 영화 미안해요 리키(Sorry We Missed You, 2019)는 신자유주의 속 이어지는 '빈곤'을 꼬집었다. 노동자가 매일 12시간 넘게 일을 하는데도, 가난을 벗어나는 못하는 우리의 현실을 보여준 것이다.

 

영화 미안해요 리키 다음 스틸컷


한 가정의 아빠인 리키 터너(크리스 히친)는 일용직을 전전하다 택배 기사로 새 삶을 시작하려 한다. 빚을 갚고 하루 빨리 집을 사겠다는 이유에서다. 조건은 특수고용직. 자영업자로서 회사와 계약을 맺는 또 다른 근로자다. 흔히 회사에 월급을 받는 게 아닌, 자신의 능력이 닿은만큼 돈을 벌어야 하는 노동자다. 

 

영화 미안해요 리키 다음 스틸컷


그렇다고 이들이 사장이라고 불리지 않는다. 복장부터 차량 사용까지 철저히 회사의 관리를 받는다. 법적으로 개인 사업자를 낼 수 있도록 자본주의 속 태어난 또 다른 노동자인 것이다.

"당신은 우리를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우리와 함께 일하는 거다"

택배 기사를 관리하는 매니저 멀로니의 말이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다.

 

영화 미안해요 리키 다음 스틸컷


리키의 아내 에비 터너(데비 허니우드)도 간병인으로 일하는 또 한 명의 노동자다. 몸을 제대로 추스리지 못하는 환자들이 친절한 에비만을 찾으면서 그는 끊임없이 초과근무를 강요받는다. 물론 초과근무 수당은 없다. 에비의 호소에도 담당자는 정해진 시간 안에 끝내라는 답만 되돌아 온다.

 

영화 미안해요 리키 다음 스틸컷

 

가난의 굴레는 절망으로


여기에 아들 세브(리스 스톤)가 말썽을 피우면서 이들의 가정은 크게 흔들리게 된다. 행복하기 위해, 집을 사기 위해 매일 사투를 벌이는 리키와 에비지만, 이들 가족의 행복은 더욱 멀어진다. 그러면서 이들의 장밋빛 희망은 점차 절망으로 향한다.

 

영화 미안해요 리키 다음 스틸컷


영화 미안해요 리키를 연출한 켄로치 감독은 '파트타임', '제로아워' 계약 등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을 보면서 "새로운 형태의 착취와도 같다"고 밝혔다. 신자유주의 속 복지 사각지대의 민낯을 꼬집은 것이다. 이 시각은 영화를 연출하는 기둥이 됐고 켄로치는 이 작품을 통해 사회구조적인 모순을 훑었다.

 

영화 미안해요 리키 다음 스틸컷


영화는 리키가 괴한의 습격을 당하면서 절정으로 향한다. 어느날 화장실 갈 시간도 없는 리키는 볼일을 보고 있는 도중 불의의 공격을 받는다. 그로 인해 리키는 피를 쏟게 되는 동시에 들고 있던 스캐너가 박살나고 일부 물품들까지 도난을 당한다. 하지만 매니저 멀로니는 리키의 안부보다 '일'부터 챙긴다. 

 

영화 미안해요 리키 다음 스틸컷

 

잠시 쉬고 싶다는 리키의 절규에도 멀로니는 고정된 대답으로만 일관한다. 대체인력, 벌금 그리고 퇴사다. 당장 빚덩이에 앉은 리키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사실상 없다. 돌아가는 쳇바퀴가 멈추기 위해서는 오로지 리키가 쓰러져야만 되는 것이다.

 

영화 미안해요 리키 다음 스틸컷

 

 비단 영화 만의 일일까.

 

특수고용직의 상황은 영화 속이 아닌 현실에서도 볼 수 있다. 특히 영화속과 같이 현실 속 택배 기사도 모두 '시간엄수', '초과근무' 등의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좀 더 일찍 퇴근하기 위해 식사를 거르거나 뛰는 기사도 종종 볼 수 있다.

 

영화 미안해요 리키 다음 스틸컷

 

사실 이 모든 건 암묵적으로 이뤄진 시스템이다. 고객들도 이들이 과중한 업무를 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알고 있지만, 자신의 편의를 위해 이 기이한 환경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서 더 무섭다. 다수의 침묵이 소수의 기본권마저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켄로치는 영화를 통해 이 시스템이 과연 온전한 것인지에 대해 묻고 있다. 그의 영화가 울림이 큰 이유다. 영화 미안해요 리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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