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0. 8. 22:29ㆍ영화산책/현실을 꼬집다, 사회 비판 영화
토드 필립스의 영화 조커는 그동안 우리가 알던 조커가 아니었다. 광기어린 광대의 진모습은 어디서든 길 위에서 볼 수 있는 시민이었고 궁핍한 삶을 이어가는 또 다른 이웃과도 같았다.
그것은 영화 초반 잔뜩 쌓아놓은 쓰레기 비닐봉지 더미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남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 이 순수한 인물은 어느 곳에도 가지 못하는, 수거되지 못하는 존재로 결국 변질되고야 만다.
영화 조커의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웃게 되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하지만 가엾은 '어머니'를 옆에서 지켜주는 효자이며 '코미디언'이 되고 싶은 꿈 많은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그에게 사회는 무척이나 차갑고 냉담하다. 급기야 복용하는 약조차 지원받지 못하고야 만다. 그래도 아서는 '희망'을 가지며 묵묵히 현실을 버텨낸다.
이런 아서를 처참히 무너뜨린 것은 다름 아닌 참혹한 진실이었다. 그가 왜 정신질환을 겪게 되는지에 대한 배경이 밝혀지면서 그는 결국 누구도 말릴 수 없는 조커로 변하고야 만다.
이때 아서가 계단에서 오르고 내리는 장면을 주목해야 한다. 토드 필립스 감독은 힘없이 현실의 계단을 오르는 아서와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아서의 모습을 비교하게끔 연출했다. 계단을 올라가는 장면을 무척이나 힘들게 표현했다면, 계단을 내려오는 장면에는 춤까지 추면서 내려 올 정도로 가볍게 표현한 것이 그 예다. 이는 마치 천당과 지옥의 경계선을 떠올리게 하는데 그 만큼 '이성'의 무게가 무거움을 암시한다.
영화 조커는 가진자와 가지지 못한자, 즉 사회적 위치로 인한 불편한 삶을 꼬집기도 했다. 찰리 채플린의 모던타임즈를 지켜보며 여유를 즐기려는 이들의 모습과 지하철 살인 사건 관련 범죄를 단순한 '원한극'으로 치부하는 토마스 웨인(브래트 컬렌)의 모습이 그것이다.
기울어진 시스템 속에 하층민의 삶은 탈출구 없는 막다른 길에 가까워 보인다. 아서의 춤을 보면서 노동자의 최후의 몸부림이 떠오르는 이유다. 가벼운 몸짓 속에 숨어있는 비명이 담겨있는 것이다.
'조커'의 탄생 비화는
조커는 우연히 카드게임을 하다가 탄생됐다고 한다. 여기에 DC측은 빅토르 위고의 소설 웃는남자를 덧붙였다고. 어릴 때 귀족들로부터 입을 찢겨져 평생 웃고 살아야만 했던 그윈풀렌과 웃음을 참지 못하는 아서의 배경이 묘하게 닮아 있는 이유다.
영화 조커를 보며 왜 저들은 얼굴을 가릴 수 밖에 없었는지, 왜 저들은 세상에 자신의 메시지를 알리려고 나서는지. 이들이 모습을 드러낸 건 '개인'의 욕심이 아니라 어쩌면 '사회'를 향한 외침이 아닐런지. 그렇다면 누구나 조커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영화 조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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