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9. 20. 23:40ㆍ영화산책/어떤 의미지? 메시지 영화
영화 유리정원을 보고 난 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는 후에 재평가를 받을거라고.
영화는 얼핏보면 뻔한 이야기로 흐르는 것 같다. 연구원인 재연(문근영)은 정교수(서태화)와 연인 관계로 이어지다가 돌연 연구도 사랑도 빼앗기는 인물이다. 그런 모습을 무명작가인 지훈(김태훈)이 온라인에 글을 올리게 되고 소위 대박을 친다. 여기까지만 보면 복수물 또는 로맨스물을 떠올리겠지만, 영화 유리정원 그렇지 않다.
신수원 감독은 이 과정을 몽환적인 느낌으로 풀어냈다. 나무로 태어난 인물과 나무로 되어가는 인물 그리고 나무로 되어버린 인물 간의 서사는 현실과 판타지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한다. 여기서 '나무'는 상처받은 재연, 물질적인 관계 등 여러가지 의미를 떠올릴 수 있다.
"순수한 건 오염되기 쉽죠."
욕망과 욕심은 순수한 '나무'에 영향을 주게 된다. 그러면서 '뿌리'부터 썩게되는 이른바 '오염된 나무'가 되어간다. 숲 밖에 있던 세계가 숲 안 쪽 세계에 침입하면서 또 다른 세계가 되는 것이다.
이 상황을 지켜보며 재연이 이렇게 말을 한다.
"나무들은 가지를 뻗을 때 서로 상처주지 않으려고 다른 방향으로 자라나지만, 사람은 안 그래요."
밖에 있던 재연이 숲 속 한 가운데에 들어오면서 숲은 오염되기 시작한다. 나무줄기 사이에 비춰진 빛이 핏물처럼 벌겋게 변하는 장면이 그 예다.
이는 흡사 혈관을 연상케 하는데 숲이 점점 오염됐음을 알린다. 이들 욕망에 대한 비린내는 영화 속 썩어가는 생선 비린내로 다가온다.
영화 유리정원은 분명 대중적인 요소와 거리가 멀다. 그래서 실헙적인 영화라고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내 짧은 소견으로 영화 유리정원은 보기에 부드러워 보이지만, 그 안에 숨겨진 가시처럼 날카로운 메시지가 분명 담겨 있다. 여깅에 배우들의 열연은 영화의 몰입을 돕는다. 특히 배우 문근영의 눈빛은 보고 난 뒤에도 아른거릴 정도.
신수원 감독은 국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모험같은 영화다, 그래서 모호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유리정원을 통해 가장 하고 싶은 말은 공존이었다. 인간은 자신의 욕망 때문에 타인의 삶에 개입해 망가뜨리기도 하고, 가슴에 상처를 입히기도 하지 않나.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도전은 국내에서도 계속돼야 한다. 도전이라는 비판 뒤 돌처럼 굳어있는 국내 영화계의 자화상이 아른거리는 것은 왜일까. 영화 유리정원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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