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9. 8. 23:55ㆍ영화산책/어떤 의미지? 메시지 영화
영화 테넷(TENET)이 난해하다는 후기를 접한 뒤에 나는 제목에 유독 매달리기 시작했다. 테넷. 사전적 의미는 이론 또는 사상, 교리다. 일전에 영화 인터스텔라로 영화 팬들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었기에 단단히 집중하고 그의 세계로 들어가기를 시도했다.
영화 테넷의 줄거리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테스트를 거쳐 주인공(존 데이비드 워싱턴)이 테넷의 일원이 되고 시간을 역행하는 '인버전'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리고 이를 이용해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무기밀매상 사토르(케네스 브래너)의 계획을 저지하려는 게 큰 골자다.
이 과정에서 과거를 역행하는 인버전의 존재를 활용하다 보니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 메시지들이 곳곳에 있다.
첫째, 사토르 마방진
영화 테넷은 사토르 마방진의 세계를 기본 틀로 한다. 사토르 마방진은 가로 세로 할 것없이 모든 방향으로 읽어도 똑같이 읽히는 회문인데 영화에 이 의미가 쓰인다. 가령, 사토르(SATOR)는 극중 무기밀매상의 이름이고 아레포(AREPO)는 위작품을 만든 작가의 이름이다. 오페라(OPERA)는 영화 초반 주인공이 테스트를 받던 곳이고 로타스(ROTAS)는 부자들을 위해 세금을 내지 않도록 특정 장소를 만든 회사의 이름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것은 라틴어의 의미다. 사토르는 '씨를 뿌리는 사람', 아레포는 '도구', 테넷은 '붙잡는다', 오페라는 '일', 로타스는 '바퀴'로 알려져 있다는 것. 이 의미를 합쳐 보면 영화 테넷의 세계관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둘째, 엔트로피 넌 누구냐
그렇다면 영화에 나오는 '엔트로피'란 무엇일까. 쉽게 말하면 우리가 사는 세계는 일정량의 에너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물리적으로 에너지가 만들어지면 그만큼 다른 에너지가 소멸된다는 의미다.
가령 실내가 더워 에어콘을 켰다고 하자. 내부는 금세 시원해지지만, 이 에너지로 인해 외부는 더워진다. 일종의 에너지를 주고 받은 결과가 된 것이다. 이는 나무에도 접목이 되는데 불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베었다면 그로인해 나무가 없어졌고 이는 자연에 어떤 영향을 준다는 의미다.
이는 인버전할 때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3일 뒤로 돌아 가기 위해 현재도 3일 지나야 한다. 흘러가는 에너지를 함부로 역행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래서 닐(로버트 패틴슨)의 말이 결코 가볍지 않다.
"무지가 우리의 무기야"
셋째, 할아버지 패러독스?
영화 중간 닐이 주인공에게 이런 얘기를 한다.
"과거로 돌아가서 할아버지를 죽이면 나는 태어나지 않겠지."
이 한 마디로 관객들은 혼란에 빠지고야 만다. 이 말이 열역학 제2법칙, 엔트로피의 이론을 설명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내용은 닐의 존재를 암시하는 쪽이 가깝다.
영화 테넷에선 닐이 캣(엘리자베스 테비키)의 아들이라는 것을 여러차례 암시한다. 먼저 닐은 미래에서 온 인물이다. 미래에서 주도자인 주인공이 닐을 직접 테넷의 일원으로 발탁했고 그를 이곳으로 보냈다. 이름 조차 모르는 주인공의 음료 취향까지 아는 게 그 이유다.
여기에 캣의 아들인 맥스의 가정을 돌아봐야 한다. 맥스의 아빠인 사토르는 생소한 에스토니아어를 쓰는 인물인데 닐이 추격과정 중 무전기에서 흘러나온 에스토니아어를 단번에 알아채는 장면을 통해 이 둘의 연관성을 짐작할 수 있다. 더욱이 맥스(Maximillien)라는 이름을 거꾸로 돌리면 닐이 된다는 추측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렇듯 숱한 해석이 뒤따를 정도로 영화 테넷은 어렵다. 이는 마치 이전에 영화 인터스텔라가 개봉됐을 때를 떠올린다. 당시 상대성 이론에 대해 언론은 물론 네티즌들마저 해석하고 나섰지만, 답에는 각각 이견을 보였다. 영화 테넷도 마찬가지. 그럴 줄 알았던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영화에 이런 대사를 집어넣었다.
"이해하려 하지마. 느껴."
영화 테넷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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