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6. 25. 12:50ㆍ영화산책/사람들의 이야기, 낭만 영화
엘리멘탈(Elemental). 사전적 의미는 4대 원소다. 영화 픽사 애니메이션의 엘리멘탈의 세계관이 공개됐을 때 자연스레 픽사의 15번째 작품 인사이드 아웃이 떠올랐다. 기쁨이, 슬픔이 등 원초적인 감정들이 이끌어간 이야기가 이번에는 원소들이 이어나갈 거라고 생각해서다. 영화 엘리멘탈을 보면서 다시금 느꼈던 생각 하나. 픽사의 작품은 늘 특별하다.
영화 엘리멘탈의 세계관은 불, 물, 공기, 흙 4개의 원소들이 '엘리멘트 시티' 안에서 살고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원소끼리 섞일 수 없다는 독특한 설정을 통해 원소별로 자치구를 나누기도 했다.
불은 파이어타운에서 산다. 열정 넘치고 책임감 강한 불의 엠버는 어릴 적부터 자신의 아버지의 가게를 이어받는 게 삶의 목표다. 낯선 곳에서 자리를 잡은 가족의 애환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엠버는 자신보다 늘 가족을 챙긴다.
그러다 엠버가 유쾌하고 감성적인 물의 웨이드를 만나게 되면서, 이들은 특별한 관계를 쌓는다. 웨이드는 엠버의 특별한 재능을 알아보게 되고, 점차 엠버가 하고 싶어하는 일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러면서 매번 가족부터 생각하는 엠버의 삶은 점차 달라지게 된다. 이들은 과연 섞일 수 있을까.
파이어타운은 '이민자 한인', 엘리멘탈 시티는 '미국'
영화 속 엘리멘탈 시티는 여러모로 미국 사회와 닮아 있다. 다양한 민족들이 한 데 모여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아메리칸 드림'과 맞물려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엘리멘탈 시티가 만들어지기 전, 바다에서 나오는 물의 모습을 보면서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신대륙 이주자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들 중심으로 만들어진 도심 곳곳엔 물로 이뤄지는 건축물이 많다. 특히 운송수단인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물이 떨어지는 구조는 물이 처음으로 이 도시를 개척한 것을 의미한다.
공기는 두 번째로 이 도시에 온 것을 설정하고 있다. 쾌활하고, 스포츠를 좋아한다는 점에서 미국 사회 내 흑인을 상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묘사가 많지 않은 흙은 미국 유대인을 뜻하는 해석이 있다. 엠버가 보고 싶어하는 꽃이 결국 나무에서 피어나서다.
엠버가 살고 있는 파이어타운은 아시아계 이민자들의 터전을 떠오르게 한다. 멀리 바다 건너 넘어온 이들은 도시 안에서 문전박대를 당하다 가장 늦게, 시티 끝에서 터전을 잡은 이들을 빗댄 것이다. 또 파이어타운에선 불을 이용하는 요리가 많고 배달 문화까지 활성화되어 있다. 여기에 매움을 상징하는 장면도 담겨 있는 등 영화 곳곳에 이같은 메시지가 담겨 있다.
특히 엠버 가족은 한국인 이민자를 뜻한다. 이는 피터 손 감독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직접 밝혔다. 엠버 아빠가 불 요리를 만든 건 매운 김치를 뜻하는데, 이를 물에 타 먹으려는 웨이드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보는 이유기도 하다.
또 손 감독은 삼겹살을 구워 먹을 때 환풍기를 떠올려 엠버 집 안 곳곳에 설치를 해두었다. 여기에 맞절을 하는 엠버의 가족을 보여주거나 사주를 보는 등 한국인의 전통 문화를 보여주기도 했다. 엠버 가족이 끝까지 지키려는 푸른 불꽃은 결국, 이민자의 혼, 한국인의 정체성을 뜻하는 것이다.
참고로 영화 엘리멘탈을 만들기 위해 100여 명의 픽사 직원 이민 1, 2세대들이 실제 경험담을 공유하며 스토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영화 엘리펜탈이 자칫 무거운 주제를 다룬 것 처럼 보이지만, 픽사 작품 답게 유쾌하게 풀어나간다. 중간중간 관객들의 웃음이 터지는 게 킬 포인트. 이번 기회에 한국인에게 큰 위로와 선물을 준 픽사의 박수를. 영화 애니메이션 엘리멘탈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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