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11. 17:12ㆍ영화산책/사람들의 이야기, 낭만 영화
영화 브로커의 관심을 갖게 된 건 칸 영화제 수상 소식 때문은 아니었다. 송강호, 강동원, 아이유(이지은), 배두나 등 국내 명배우들의 출연도 내게 큰 관심사는 아니었다.
오로지 '감독'만 보였다.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영화 걸어도걸어도 등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전하고 있는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한국에서 대체 어떤 이야기를 전할지 궁금했다.
영화 브로커의 내용은 특별하지 않다. 버려진 아기를 좋은 조건으로 새 부모에게 보내려는 브로커들과 이를 뒤쫓는 형사에 대한 내용은 이미 많은 작품에도 다룬 내용이다. 하지만 고레에다 감독이 누구인가. 그는 여기에 자신만의 배역의 색과 잔잔한 연출력을 더했다.
베이비박스 앞에 자신의 아기를 버린 10대 소영(아이유)과 그런 아기를 몰래 데려와 팔려는 상현(송강호), 동수(강동원). 그리고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이들을 쫓는 경찰 수진(배두나)을 설정하며 이들 간의 감정선이 복잡하게 나타난다.
이들의 외적인 모습만 보자면 서로의 삶은 완벽히 다르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저마다 내면의 아픔을 가진 이들의 모습이 툭 나오며 서로 간의 '공통점'을 불러일으킨다.
이들은 그러면서 아기의 새 부모를 찾는, 짧지만 긴 여정을 통해 애써 외면하고 살았던 본인의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 '아기'의 새 삶을 찾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어른'들의 새삶을 찾는 것이다.
영화 브로커를 두고 국내 평은 좋지 않다. 고레에다 감독의 특유한 잔잔한 연출때문인지 지루하다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외신 또한 호평과 비판이 존재한다. 칸에선 10분 간 기립박수를 받았지만, 가디언은 '실수'라기 까지 하는 등 혹평했다.
실제로 고레에다 감독의 이전 작품은 좀 더 은유적인 메시지를 담았다. 하지만 영화 브로커에선 보다 직접적인 메시지가 나와 팬이라면 다르게 다가올 수도 있다. 다른 결을 표현한 건 영화를 제작한 배경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고레에다 감독은 국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에는 병원이, 한국에는 교회를 통해 베이비박스의 존재가 있다는 걸 알고 조사했다"며 "베이비박스에 맡겨지는 한국 아기의 수가 일본보다 10배 정도 많아 이 소재로 영화를 다루고자 한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비박스에 거쳐간 입양아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다는 의미다.
그는 그러면서 배우들과의 호흡이 좋았다며 영화 브로커를 두고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작품이 나왔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영화 브로커는 확실히 고레에다 감독의 색이 짙은 영화다. 동시에 가장 고레에다 감독의 색이 덜 붙은 작품이기도 하다. 본디 인간 내면의 감정선을 다루는 감독이기에 처음 본 이들은 분명 낯설을 수도 있을터. 하지만 모처럼 잔잔한 여운을 느끼고 싶은 영화팬이라면, 영화 브로커를 보는 것이 어떨런지. 영화 브로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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