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22. 23:54ㆍ영화산책/사람들의 이야기, 낭만 영화
노숙자(홈리스)들이 국가대표가 된다. 믿기지 않겠지만, 실화다. 이병헌 감독의 영화 드림(DREAM)은 지난 2010년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노숙자 월드컵에 참가한 한국팀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이병헌 감독은 이 영화를 연출하기 위해 지난 2015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노숙자 월드컵에 동행하기도 했다.
영화 드림의 내용은 이렇다. 기자 폭행으로 징계를 받은 축구 선수 윤홍대(박서준)는 인생 속 좌절과 실패를 맛본 노숙자들의 축구팀을 맡게 된다. 윤홍대는 이 내용을 담으려는 다큐멘터리 PD 이소민(아이유)을 만나게 되고, 이들은 서로의 개인적인 욕심으로 낯선 동행(?)을 하게 된다.
과정은 쉽지 않다. 제대로 운동조차 배워보지 못한 이들을 데리고 월드컵에 나가는 건 역부족. 이들은 과연 월드컵에 무사히 출전할 수 있을까. 그러면서 서로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영화 초반 내용은 부드럽게 흘러간다. 저마다 사연을 가진 인물들을 배우들이 기막히게 잘 소화해서다. 특히 아이유는 험난한 세상 속 욕망을 가진 이소민이라는 역을 잘 표현하면서, 박서준과 환상 케미를 자랑하기도 한다. 짧은 편집 방식을 통해 이소민이라는 인물을 '이중적'으로 표현하는 연출도 눈길을 끈다. 새삼 아이유의 연기에 감탄을 보낼 정도다.
여기에 노숙인들을 연기한 배우들의 능력도 영화의 몰입을 돕는 데 충분하다. 고창석, 김종수, 정승길 등 쟁쟁한 조연 배우들이 주연 박서준, 아이유의 뒤를 탄탄히 받쳐준다.
다만 영화 막판 길고 긴 신파극은 큰 결점이긴 하다. 영화 구성 자체가 실화를 참고한데다가 감동을 이끌어내야 하는 부담감이 작용했는지, 이상하리만큼 막판 힘이 떨어진다.
영화 초반 잘 뛰다가 갑자기 앞으로 고꾸라진다는 의미다. 독일과의 시합 속에서 외쳐지는 관객들의 반응은 다소 아쉬움까지 느껴지게 한다. 그래서 더 안타까운 영화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그런데도 영화 드림을 향한 눈빛은 비난 수위를 넘었다. 모처럼 낭만적인 국내 작품의 등장에 칭찬은 커녕 쓴소리만 가득하다. 흔한 장르의 영화가 아닌 소외된 이들의 모습을 스크린에 올렸기에 오히려 박수를 주는 게 어울리지 않을런지. 감독이 기획부터 촬영이 끝나기까지 무려 8년 여간의 시간을 들였다는 건 그만큼 작품의 애착이 있었다는 얘기다.
부디 신파극 지적에 매몰되지 말고, 노숙인들의 유쾌한 도전이 더 부각되기를 바라며. 영화 드림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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