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랍스터(The Lobster), 그 숨겨진 메시지

2020. 2. 12. 15:44영화산책/끝까지 보자, 반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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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랍스터(The Lobster)는 극단적인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가진다. 혼자 사는 것을 적대시하는 사회 속에 반드시 이성과 함께 살아야 하는 사람들. 42일간 커플 메이킹 호텔에서 자신의 짝을 찾지 못하면 이른바 '동물'이 되는 설정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마저 상실된 세계를 그린다.

 

영화 더 랍스터 다음 스틸컷

 

'랍스터'가 되고 싶은 데이비드


어느날 근시라는 이유로 아내에게 버림을 받는 데이비드(콜린 파렐). 혼자가 된 데이비드는 짝을 이어주는 커플 메이킹 호텔에 격리된다. '솔로'인 데이비드는 한 팔을 묶인 채 생활하며 오로지 짝을 구하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짝을 찾지 못하면 어떤 동물이 되고 싶으냐는 호텔 관계자의 질문에 그는 '랍스터'라고 말한다. 혼자서 100년 동안 산다는 이유에서다. 

 

영화 더 랍스터 다음 스틸컷

 

호텔에 모인 사람들은 매일 숲속에서 사람을 사냥해야만 한다. 사람 1명당 유예기간 1일이 늘어나는 설정은 사람답게 살고픈 이들의 '공포의 몸부림'을 부각시킨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이 장면을 슬로우 모션으로 표현하며 감정을 더 극대화한다. 살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을 악용하는 '사냥놀이'는 괴기하면서도 실로 섬뜩하기까지 하다. 

영화 더 랍스터 다음 스틸컷

'사랑'을 맞춰가는 사람들


동물이 되지 않기 위해 짝을 찾는 이들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실로 불편하게 한다. 이성을 상실한 이들은 인위적이고 꾸며진 관계만을 찾으며 어두운 현실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쓴다. 이 과정에서 데이비드의 친구 절름발이 남자(벤 위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화 더 랍스터 다음 스틸컷

 

절름발이 남자는 자신이 발을 저는 이유에 관해 늑대가 된 어머니를 찾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영화 더 랍스터 속에 비춰진 이 인물을 보면 이 말의 진위가 의심스럽다. 바로 죽은 아내 또한 이 남자와 함께 발을 절었기 때문. 

 


그러면서 이 남자는 상대와의 공통점을 계속해서 강조한다. 발을 삔 상대와 엄연한 차이를 둔 것도 바로 이 이유에서다. 결국 그는 이번엔 코피를 자주 흘리는 남자가 돼 코피를 자주 흘리는 여자와 또 다른 연인이 된다. 호텔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사랑'이란 이름으로 인위적인 작업이 진행되는 것이다.

영화 더 랍스터 다음 스틸컷

 

데이비드 또한 이곳을 빠져나가기 위해 사랑을 억지로 만든다. 감정을 가지지 못하는 상대방(아게리키 파루리아)과 '짝'이 되기 위해 기꺼이 사이코패스가 되려고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연기라는 것을 안 상대방은 '개'가 되버린 그의 형을 발로 차 죽인다. 차갑게 식어버린 데이비드의 형을 바라보면서 동물이 된 이들의 비참한 최후가 고스란히 드러나게 된다.

결국 호텔 밖으로 튀쳐나간 데이비드는 숲속에서 솔로 생활을 즐기는 무리를 만난다. 호텔 안 사람들과 달리 이성과의 육체적인 접근을 철저히 억제하면서 살아가는 또 다른 이들이다. 

 

영화 더 랍스터 다음 스틸컷

 

무리에 들어간 데이비드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도 사랑을 틔운다. 자신과 같은 근시를 앓는 상대방(레이첼 와이즈)을 만나게 된 것. 하지만 '짝'의 일기장으로 이들의 시간들이 들통나게 되고 급기야 데이비드의 짝은 눈까지 멀게 된다. 

그 순간, 데이비드의 짝은 자신의 눈을 멀게 한 무리의 대장(레아 세이두)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의 눈을 멀게 할수도 있었잖아요."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는, 사랑에 대한 말라버린 감정이 드러나며 영화 랍스터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영화 더 랍스터 다음 스틸컷

 

영화 랍스터 결말은


영화 랍스터의 결말에 대한 해석을 두고 분분하다. 크게 데이비드가 짝에게 돌아왔는지, 혹은 돌아오지 않는지를 두고 양쪽으로 갈리게 된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관객들에게 확실한 결말을 보여주지 않았지만, 영화 중간 중간에 결말을 암시하는 장면을 남긴다.

그도 그럴 것이 랍스터가 되기를 바라던 데이비드를 보면 살고자 하는 욕망이 더 큰 인물이다. 그는 100년 동안 혼자서 번식을 하는 랍스터가 되고 싶다고 '꼭' 집어서 얘기했다. 여기에 도심으로 가기 위해 기꺼이 꾸며진 사랑을 시도한 그의 모습도 주목할 부분이다. 비정한 짝과의 관계, 근시를 앓는 짝과의 관계가 그것이다.

영화 더 랍스터 다음 스틸컷

 

무엇보다도 데이비드의 짝이 눈이 멀게 되면서 그가 보여준 행동은 서서히 달라진다. 유일한 공통점이었던 '근시'라는 게 사라지자, 또 다른 공통점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나선 것이다.

사실 이 '근시'라는 영역은 이들 사이에서 중요한 매개체다. 아내에게 '근시'라는 이유로 버림을 받은 데이비드는 유독 '근시'에 집착한다. 자신의 짝에게 호감을 보인 파일럿 남자에게 다가가 '근시'를 앓고 있는지 확인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결국 데이비드는 눈이 먼 짝을 사랑하기 때문에 같이 도망친 게 아니라 그 공간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짝을 철저히 이용한 것이다.

 

영화 더 랍스터 다음 스틸컷

 

영화 더 랍스터 오프닝 장면은 무얼까


이 때문에 한 여자가 당나귀를 쏘는 오프닝 장면에 대한 해석이 다양하다. 데이비드가 혼자 도망을 가다가 잡혀 당나귀가 됐고 자신의 '형'을 죽인 상대방이 그를 끝까지 찾아내 죽였다는 내용도 더러 보인다.

하지만 이는 확대해석으로 보인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오프닝 샷은 영화의 분위기를 만들어주기 위해 표현한 것"이라며 "어떤 복수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라고 밝혔다. 영화의 톤을 살리는 장면임에 불과하다고 밝힌 것이다.

 

영화 더 랍스터 다음 스틸컷

 

휴머니즘이 상실된 영화 랍스터의 세계관은 짙은 안개로 쌓여있다. 이 어두운 안개 속에서 일렉트로닉 음악을 즐기는 이들의 모습은 마치 통제된 세계를 탈출하는 자유로움의 불길이 일렁인다.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을 찾는 영화인이라면 영화 더 랍스터를 보는 것이 어떨런지.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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