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 25. 18:30ㆍ영화산책/사람들의 이야기, 낭만 영화
처음 주요 포털사이트에 소개된 영화 스탠바이 웬디(Please Stand By)의 내용을 봤을 때 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영화 스타트랙 시나리오 공모전을 참가하기 위해 잠시 일탈한다는 내용이 영 공감되지 않아서다.
이 때까지만 해도 웬디(다코타 패닝)의 시각으로만 여정이 진행되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면서 바로 깨달았다. 국내 영화 소개가 크게 잘못됐다는 것을.
정확히 표현하자면, 영화 스탠바이 웬디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웬디의 용감한 도전을 그린 영화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세계에 갇혀 있는 웬디는 타인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똑같은 일상을 반복한다.
타인의 삶에 온전히 들어가기 위해 같은 옷을 입지 않고, 타인과 대화를 하기 위해 반복적인 학습을 받는다. 자신이 타인과 다르다는 생각을 가지면서 말이다.
이런 웬디에게 유일한 탈출구가 있었으니 바로 '스타트랙'과 '글'이다. 영화 스타트랙 광팬인 웬디는 공모전에 참가하기 위해 하루하루 꿈을 쫓는다.
그런 웬디가 팬 소설 공모전 기한을 맞추기 위해 LA까지 가야만 하게 된다. 웬디는 500페이지 분량의 시나리오를 품고 마침내 스스로 첫 발을 내딛는다. 타인의 도움 없이 처음으로 버스를 타고, 낯선 사람들을 만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웬디만의 위대한 여정이 펼쳐진다.
이 영화를 연출한 벤 르윈 감독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폐증을 앓고 있는 한 아이의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며 "영화와 TV에서 자폐증에 대한 대부분의 표현이 남성이기 때문에 주인공이 여성이라는 사실이 중요했다"고 밝혔다.
르윈 감독은 또 이 영화를 연출하면서 자폐증을 앓고 있는 모임을 조사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영화 속에서 '자폐증'이라는 표현이 나오지 않고, 웬디도 또 다른 개인으로 담아낸 것이다.
이 때문에 영화 스탠바이 웬디의 감정선은 섬세하다. 이들을 표현하고 주변 이들에 대한 감정을 조심스럽게 표현했다. 웬디가 사람들과 말을 할 때 눈을 마주치지 않는 장면이 그것이다.
영화 스탠바이 웬디가 예술적으로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다. 참신한 소재를 선보인 것도 아니다. 하지만 분명 시간을 들여 볼 만한, 그리고 보는 이에게 용기를 불어줄 만한 영화이기에는 분명하다.
영화 스탠바이 웬디를 보며 다시금 떠오르는 건 영화를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홍보 또한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전에 영화 어쩌다 암살 클럽에 대한 후기를 올린 적이 있었는데, 이 영화 역시 엉뚱한 제목 탓에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영화 스탠바이 웬디에서도 그 부분이 눈에 띄었다. 이처럼 엉뚱하고 성의 없게 영화를 소개하고 싶으면, 차라리 영문으로 올리는 게 더 낫지 않을런지. 해당 영화를 연출한 감독의 의도를 제발 참고하시길 바라며. 영화 스탠바이 웬디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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