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걸어도 걸어도, 가족이란
폭풍전야. 영화 걸어도 걸어도(Still Walking , 2008)를 보며 떠올린 감정이다. 보기에는 소소한 대화를 하는 한 가족의 일상을 담은 것 같지만, 수면 아래에 깔려 있는 이들의 사연은 실로 무겁다. 영화 걸어도 걸어도는 10년 전 사고로 죽은 장남 준페이의 기일에 모인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당시 바다에 놀러 간 준페이가 물에 빠진 요시오를 구하다 그만 변을 당했고, 그로부터 이들 가족들은 매년 여름 고향집에 모인다. 자칫 무거운 소재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잔잔하고 평화로운 장면으로 승화했다. 이 때문에 평범한 일상 속 장면인데도, 어디선가 진한 슬픔이 배어 있다. 모처럼 고향을 찾은 가족의 모습에는 쓸쓸한 분위기가 어른댄다. 밝아 보이지만, 정작 밝지 않은 묘한 감정선..
2022.06.06